곰보배추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
[esc 매거진]
흙냄새·쓴맛 강한
뱀차즈기
곰보배추 별명으로
최근 유명세 타 겨우내 자란
생명력으로 봄에 제철
감기·기관지염·천식 등에
효과 좋아 도대체 이것은 무엇인고? 산삼인가? 나물인가? 일명 곰보배추로 불리는 뱀차즈기는 길게 쭉 뻗은 뿌리에 할아버지 잔털 수염처럼 가는 털들이 났고, 그 위로 헝클어진 머리 모양의 잎이 있다. 별칭 때문에 배추로 오해하기 쉽지만 뱀차즈기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 몸에 보약이 되는 토종풀이다. ‘곰보배추’는 뿌리가 배추뿌리와 비슷하게 생겼고, 잎도 올록볼록 배추와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자연요리전문가 장향진(자연요리 전문식당 ‘다미재’ 운영)씨는 지난해 10년 지기 친구인 한 심마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곰보배추 보냈으니 한번 맛보세요.” 장씨는 잎부터 뜯어 먹었다. “기절하게” 썼다. 기분 나쁜 쓴맛은 아니었다. 씁쓸하면서도 저절로 침이 고이게 하는 매력 덩어리로 다가왔다. 향에도 반했다. 언 땅을 딛고 오르는 강한 흙냄새였다. 생명력이 꿈틀거렸다. 설탕을 조금 뿌리는 등 쓴맛을 없애는 방법도 찾고, 5분 정도 찌고 말려 차로도 끓여 먹었다. 경상도에서는 ‘문둥이배추’라고도 부른다고 그가 일러준다. 뱀차즈기는 별명도 많다. ‘동생초’(冬生草·겨울철에도 자란다), ‘설견초’(雪見草·눈만 보고 자란다)라고도 부른다. 차가운 겨울에 추위와도 한판 승부를 할 만큼 잘 자란다. 모진 찬 바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뱀차즈기는 약효가 좋다. 기침이나 천식에 탁월하다. 이제 겨울을 이겨낸 뱀차즈기가 세상에 나올 때다.
도시인에게는 낯선 뱀차즈기는 오래전부터 민간에서 자주 애용된 먹을거리다. 하지만 잡초처럼 너무 흔해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세상에 뱀차즈기를 널리 알린 이는 산야초 전문가 최진규씨다. 그는 1998년에 경상북도 예천에 사는 최영창(작고) 노인을 만났다. 둘은 밤늦게까지 약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두 사람은 죽이 맞아 자신들의 비밀병기 하나씩을 풀어놓기로 했다. 상대가 모를 만한 약초를 꺼내는 것이다. 진규씨는 그때 처음 뱀차즈기의 존재를 알았다. 노인이 알려준 이야기도 늦은 밤 어머니가 들려주는 전래동화처럼 재미있었다. “할아버지는 이웃에 사는 한 할머니가 곰보배추로 술을 담가 천식환자들에게 비싸게 파는 걸 본 거예요. 할머니가 비법을 알려주지 않자 몰래 미행해서 알아냈다고 해요.” 진규씨는 다양한 방법으로 효능을 점검했다. “감기, 기관지염, 생리통, 냉증에도 효과가 있어요. 먹으면 몸이 따스해져요.”
한의학박사 최철한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도 “폐 관련 질환이나 기침 등에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민간에서는 감주나 식혜로도 해 먹었다고 한다.
장향진씨는 뱀차즈기로 각양각색의 맛을 선보인다. 가장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은 차다. 차 맛은 씁쓸하면서 은은하다. 그는 말린 뱀차즈기 잎을 1.5ℓ 물에 넣고 물의 양이 반으로 줄 때까지 끓인다.
‘곰보배추김치’는 고들빼기 김치를 닮았다. 쌉싸래한 맛이 밥맛을 돋운다. 밥도둑의 탄생이다. 장씨는 소금물에 하루 정도 뱀차즈기를 담가 뒀다 김치를 담근다. ‘곰보배추두부샐러드’에는 쓴맛과 궁합이 잘 맞는 아삭한 배가 들어간다. “봄에는 쓴맛이 도는 게 좋아요. 밥맛을 잃기 쉬운 계절에 입맛을 돌게 하죠.” 뱀차즈기와 한데 어우러지는 두부는 영양도 만점이다. ‘곰보배추시루떡’은 모양새가 케이크다. 그는 근대나 당귀 잎으로도 떡을 만드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마치 창호지처럼 은은한 풍경이 입안에 기어들어오다가 쓴 듯 단 듯 알쏭달쏭한 맛으로 이어진다. 장씨는 처음 보는 식재료가 무섭지 않다. 맛을 보고 그 성질과 특색을 파악한 뒤에 창의력을 발휘한다.
⊙ 레시피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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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보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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