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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종합편성·보도채널 등록제 생각해볼 때

등록 2013-03-19 20:45수정 2013-03-19 21:25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미디어 전망대
지난 정부조직법 개편안 협상에서 민주통합당은 케이블티브이(SO)에 대한 관할권을 미래창조과학부에 두겠다는 여권 안에 반대했다. 이는 좋은 채널 번호를 받은 종합편성 방송사들이 지난 대선에서 여당 후보에 우호적인 역할을 하였던 것에 대한 외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미래부가 이를 관할하는 것으로 결론 난 마당에 종편에 대한 규제 틀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방송법은 종합편성을 “보도·교양·오락 등 다양한 방송 분야 상호 간에 조화를 이루도록 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공공미디어연구소가 지난 12월에 조사한 바로, 제이티비시(JTBC)를 제외하고 종편 3사 모두는 정작 보도 프로그램 비율만 전체 방송의 60% 정도나 됐고 낮 시간대는 90% 이상을 이 장르로만 채웠다. 하지만 종편의 이러한 ‘보도 전문 채널화’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종편의 실제 의무라고 해봐야 전체 방송 시간 중 오락 비중이 50%만 넘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종편은 “오락 비중이 절반을 넘지 않는 채널”인 셈이 된다. 이름은 ‘종합편성’이지만 사실은 보도채널을 운영해도 상관없다! 마찬가지로 보도채널, 역사채널, 과학채널, 경제채널, 교육채널, 건강채널 등등도 모두 오락 비중이 낮으므로 종편과 다를 게 없다.

그러나 같은 방송을 해도 ‘종편’ 이름으로 허가를 받으면 여러 특혜를 받는다. 종편 채널은 케이블티브이와 위성방송이 반드시 서비스하게 돼있다. 지난 정부는 케이블티브이사에 대한 행정지도를 통해 종편의 좋은 채널 번호 배정을 돕기도 했다. 방송통신발전기금도 유예해주었다. 하지만 혜택의 명분이었던 ‘글로벌 미디어’와 ‘여론 다양성’의 모습은 지금 보이지 않는다. 보수 종편들이 여론 다양성을 오히려 위축하고 있을 뿐이다.

종편은 애초부터 선별 승인할 대상이 아니라 채널 사업자가 자유롭게 선택하되 특혜도 없어야 하는 자유경쟁재이다. 종합편성은 권리가 아니라 돈이 되는 장르만을 하지 말라며 공공 주파수를 쓰는 지상파 방송사에게만 부여한 의무인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케이블과 위성방송에서 허가제가 아닌데도 종편 채널을 보기 힘든 이유는 돈만 많이 드는 종합편성보다는 특정 장르의 전문 편성을 사업자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나는 의무를 하겠다”고 나서고 “너는 의무를 하지 말라”고 하며 극렬하게 싸우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시장 경쟁이 아닌 선발 경쟁을 거친 사업자들은 그만큼의 대가를 달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종편 관련 법규와 정책과 담론은 정책학의 ‘쓰레기통 모형’이 설명하는 문제점을 잘 드러내 준다. 이는 각종 이해관계자들이 쓰레기통 속에서와 같이 뒤죽박죽 움직이다가 엉뚱한 결과를 낳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 대선에서 종편들의 선정성은 우려스러웠지만 이것들이 정치적 무관심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 것만은 사실이다. 다만 보수 계층의 정치 의식만 고양했다는 것이었다는 게 큰 문제였다. 이제 시장 또는 여론의 독과점만 아니라면 전문이든 종합이든 어떤 채널이든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해 여론 다양성을 지키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하겠다. 진보 인사들이 만든다는 ‘국민티브이’도 인터넷이 아니라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에서 볼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당대 정부의 보도 미디어 ‘허가’는 언론 자유 침해를 불러온다는 자명한 원리를 돌아보자.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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