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엔도 기미코 교수, 이승신 시인
국적 떠나 마음 나눈 이승신 시인·엔도 교수
이씨, 일 대지진 위로 단가집 펴내
엔도, ‘평전 홍난파’ 연구해 재조명
시-노래 주고받으며 양국 정서 이해
이씨, 일 대지진 위로 단가집 펴내
엔도, ‘평전 홍난파’ 연구해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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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잎이 하얗게 날리던 지난 3일, 서울 서촌의 갤러리 소호에서 한국과 일본의 여성 예술가 두 사람이 남다른 인연으로 만났다. 소호의 관장으로 최근 일본의 전통시 단가(와카)집을 펴낸 한국인 이승신(오른쪽)씨와 한국의 근대음악가 <봉선화-평전 홍난파>의 저자인 일본인 성악가 겸 음대(모리오카대) 교수 엔도 기미코(왼쪽)가 그 주인공들이다.
두 사람은 지난 3월 도쿄 외신기자클럽(FCCJ)에서 열린 이씨의 시집 출판기념회 때 처음 만났다. 거의 유일한 한국인 단가 작가로 일본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고 손호연(1927~2003) 시인의 맏딸인 이씨는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의 참상을 지켜보며 단가를 쓰기 시작했다. 이 시가 당시 한국과 일본의 신문에 나란히 실려 큰 반향을 얻은 계기로 약 200편을 모은 시집이 지난해 양국에서 차례로 출간됐다. <그대의 마음 있어 꽃은 피고>(일본)와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한국).
대지진 2주년에 즈음해 일본에서 초청해 열린 이씨의 출판기념회에는 일왕의 단가 스승인 나카니시 스스무 전 교토예술대 총장을 비롯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 일본대사 등 수백명이 참석했고, 줄지어 저자 서명을 받아 화제가 됐다.
그때 줄을 서서 이씨의 서명을 받았던 엔도 교수는 모친 손 시인과 생전에 가까이 지냈던 인연과 함께 자신이 쓴 <평전 홍난파>를 답례로 선물했다. 그는 지인의 초청으로 84년 세워진 단국대의 ‘난파기념음악관’과 ‘난파 유품·기념 전시장’을 둘러보고자 지난주 서울을 방문한 길이었다.
엔도 교수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 민족음악 비교연구를 하다가 모교(도쿄고등음악학원·현 도쿄국립음악대학) 선배이자 조선 근대음악의 선구자인 홍난파를 발견하고 3년간 한국 생가 답사 등 자료 조사 끝에 <평전 홍난파>를 펴냈다. 특히 도쿄국립음악대학의 지하 서고에 30년 넘게 묵혀 있던 학적부를 뒤져 찾아낸 난파의 자필 입학원서와 연주 활동 기록들은, 그때까지 불분명했던 난파의 음악 이력과 일본을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연구 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10년 만에 펴낸 개정판은 최근 일본 독서신문과 문부성 추천 도서로 뽑히는 등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일제에 고초를 겪은 후유증으로 44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해방 이후 줄곧 민족음악가로 추앙받았는데 2008년 친일인명사전 후보에 올라 지탄을 받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는 2009년 유족들의 제소 끝에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의 명단에서는 난파의 이름이 빠진 과정까지 환기시키며 그의 삶과 음악이 재조명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어머니는 평생토록 한옥에서 한복을 입고 사셨고 무궁화꽃을 가장 좋아할 정도 우리나라, 우리 문화를 사랑한 분이었어요. 단가를 지으신 것도 일본 사람들에게 한국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구요.”
1990년대 후반 도로 편입으로 헐리게 된 한옥 자리에 갤러리 소호를 지어 모친의 유품과 작품을 고스란히 전시해놓은 이씨는 이날 엔도 교수에게 하나하나 얽힌 사연을 들려주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가끔 눈물을 흘릴 정도로 손 시인의 작품에 감동한 엔도 교수는 즉석에서 일본 가곡 ‘첫사랑’을 무반주로 불러 이씨를 감동시켰다.
글·사진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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