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권리는 기본권이다”
건국 이후 처음으로 제정·반포될 ‘문화헌장’의 윤곽이 드러났다. 모든 시민이 평등한 문화적 권리를 누리고 이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문화관광부 산하 문화헌장제정위원회(위원장 도정일)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문(前文)과 10개 항으로 구성된 문화헌장 초안을 공개했다.
헌장 초안에서는 문화를 “성찰과 희망, 지성과 감성의 조화로운 결합으로 미래를 열어갈 창조적 동력의 원천”으로 규정하고, 기본권으로서의 문화적 권리를 제창했다. 특히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에게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인 문화 권리들을 확인하고 공동체의 삶을 안내할 문화적 가치들을 찾아내며, 창조적 문화환경을 만들어 시민 생활의 질을 높이는 일이 필요하다”고 밝혀, 문화헌장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화헌장 10개 조항은 문화적 권리를 기본인권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평등권으로서의 문화적 권리 △문화다양성 향유의 권리 △예술·학문 활동의 자유 △모든 국가정책의 문화적 기조 유지 △시민의 문화권 보장에 대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 등에 대해 선언하고 있다.
문화헌장제정위원회 김승환 위원(충북대 교수)은 이날 간담회에서 “압축적 근대화 이후 한국인들은 존재론적 불안과 정체성 혼란, 교육의 난맥과 윤리의 타락 등을 겪고 있다”며 “문화헌장은 천부적으로 주어진 문화권리를 명문화하고 현재의 한국사회가 겪는 문화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간절한 호소이자 강렬한 권고”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민사회가 발의한 문화헌장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먼저 제정된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유엔이 채택한 세계인권선언,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선언 등이 인간의 문화적 권리를 규정하고는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문화권을 규정하는 문화헌장을 따로 채택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현행 우리 헌법에서는 문화적 권리에 대한 별개의 조항없이, 예술의 자유 등을 통해 문화적 권리를 간접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의 제안에 의해 지난해 8월25일 문화부 산하 기구로 출범한 문화헌장제정위원회는 그동안 20여차례 회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초안을 마련했고, 앞으로 지역 순회 공청회와 국회 공청회를 거쳐 ‘문화의 날’인 오는 10월20일 문화헌장을 공식 공표할 예정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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