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릴 샌드버그
“아이 위한 5시30분 퇴근
일반 여성에겐 어려운 것 안다
수백번 생각보다 한번의 실행이 중요했다”
일반 여성에겐 어려운 것 안다
수백번 생각보다 한번의 실행이 중요했다”
여성들에게, 특히 아이를 낳은 여성들에게 “일터에 남겠다면 움츠리지 말고 달려들라”고 조언하는 내용의 책 <린 인>(Lean in)을 쓴 셰릴 샌드버그(44)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한국에 왔다. 미국에서 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현재 한국 등 36개국에서 출간됐다. 4일 오전 9시 서울 한남동 한 호텔에서 그를 따로 만났다.
하버드대학 출신의 공부벌레, 구글과 페이스북에서 임원으로 일한 일벌레인 동시에 8살 아들과 6살 딸의 엄마인 그는 매일 오후 5시30분이면 퇴근해 아이들과 저녁을 함께하는 여성이기도 하다. 아이를 기르는 한국의 직장 여성들이 찾던 ‘역할 모델’ 같기 때문일까, 전날 있던 강연회에는 일과 가정 사이 고민하는 여성들이 몰려들었다. “11개월 된 딸을 두고 출근하며 매일 아이에겐 죄책감이, 직장에선 위축감이 드는데 어찌하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 여성들에게 “두려움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말은 페이스북 본사의 벽에 붙어 있는 문구이기도 하다. 그는 “많은 성취를 이루고도 자신없어하며 기회 앞에 머뭇거리는 여성들이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목소리 높이는 여성에 대한 “나댄다”는 편견, 남성보다 4배 높은 여성의 가사 부담, 일터에서 급여와 각종 처우의 불평등이 “자연스레 여성 내면에 두려움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 역시 자라오며 갖은 두려움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사회생활 초기엔 이혼으로 힘들어하는 사실을 알면 업무 관계로 만난 이들이 비웃을까 걱정하기도 했고 2004년 구글의 임원으로 일할 때는 3개월 출산휴가조차 눈치가 보여 거실에서 회의를 하기도 했다. 매일 12시간 넘게 사무실을 지키는 생활을 탈피해 5시30분 퇴근을 해 아이와 저녁을 먹기로 결단을 하고서도 “한동안은 사무실에 불을 켜두거나 옷을 걸어두고 퇴근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3년 전엔 인터넷으로 전세계가 볼 수 있는 ‘테드 강연’에 나가 “난 5시30분에 퇴근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아이를 낳은 여성의 경우 일도 아이도 소중한데 아이들은 일찍 자기 때문에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다 사표를 쓰는 대신 할 수 있는 변혁을 주도하라고 그는 말한다. “아이를 재운 뒤 집에서 컴퓨터로 일을 하는 것은 단지 시간과 공간의 문제일 뿐이며 직장 안에서 근무시간의 유연성을 늘리는 문제를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린 인>은 화제가 된 만큼 격렬한 논쟁을 일으킨 책이다. 일찍 퇴근이 가능한 건 잘나가는 기업의 ‘2인자’ 여성이라는 지위 때문이며 일반 여성 노동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거셌다. 샌드버그 스스로 “(출간 뒤) 안 들어본 비난이 없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남성과 여성이 인구의 절반씩인데도 리더는 압도적 다수가 남성인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나와 같은 여성이 더 나서야 한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고 말했다. “임원인 나의 결정이 다른 직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이제는 남자 직원들도 일찍 퇴근해 가사를 분담하고 아이를 돌본다”며 변화의 시작은 “수백번의 이상적 생각보다 한번의 실행”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남편이 운영하는 리서치회사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려다 해고된 ‘경력 단절’ 여성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해 중책을 맡겼더니 쓸데없는 회의가 사라지고 일의 효율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정치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지만 그를 여성 대통령 후보로 점찍는 언론 보도가 있을 정도로 미국에서 그의 인기는 높다. 린인 홈페이지(leanin.org) 등을 통한 세계 여성의 연대를 제안하는 그는 더 많은 여성이 회의 테이블에 앉고 더 많은 남성이 식탁 테이블에 앉는 사회를 꿈꾼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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