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혁(65) 전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장
‘문화기획자 1호’ 강준혁 전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장
전세계 젊은 리더 30~40명 뽑아
인문학부터 실용학까지 포괄교육
성공회대, 채플린데이로 뜻 기려
전세계 젊은 리더 30~40명 뽑아
인문학부터 실용학까지 포괄교육
성공회대, 채플린데이로 뜻 기려
“서구문명이 과연 인류의 생존에 최선의 길인지, 한계와 회의가 커지고 있다. 그럴수록 동양의 지혜를 활용해야 한다는 공감도 커지고 있다. 다음 세대에게 그 지혜의 열쇠를 찾게 해주고 싶다.”
지난달 말로 정년퇴임한 ‘문화기획자 1호’ 강준혁(65·사진) 전 성공회대 문화대학원장은 10여년의 공식 강단 생활을 마무리한 소감 대신 오래전부터 꿈꿔온 ‘아시아문화학교’(가칭) 구상을 펼쳐보였다.
“아시아지역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아시아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양인들도 대상으로 할 것이다. 다문화시대가 이미 열렸으니 부와 모의 문화를 융합하는 기질을 타고난 ‘혼혈인’의 장점을 살려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가 생각하는 ‘아시아적 가치’는 무엇일까. “서구에서는 기술과 물질을 중시하고 정신을 무시해왔고 예술에 대해서도 재능과 인성을 분리해서 인식해왔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고대로부터 ‘예와 악과 기’를 골고루 갖춘 홍익인간을 이상으로 삼고 ‘문무 수련’을 통한 정신의 조화를 추구하는 전인교육을 지향해왔다. 다 함께 널리 이로운 세상을 열어가려면 그런 전인교육을 통해 새로운 리더를 키워야 한다.”
그가 설계해놓은 이 학교의 시스템은 일반적인 학교와는 전혀 다르다. 각국에서 추천받은 20대부터 40대 미만의 리더 후보를 30~40명 규모로 선발해 3~4년 과정으로 운영하는데, 일년에 3개월 정도 기숙학교에 묵으며 주제별 분야별 워크숍 방식으로 집중교육을 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각자 현장으로 돌아가 실습하며 네트워크로 연대하는 방식이다. 교육 과목은 동양철학·종교·무술·무예·음식·의생활 등등 인문학부터 실용학문까지 포괄해 스스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일대일로 후원을 맺어 전액장학제로 운영할 예정이다.
“사실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다. 내놓을 만한 사재를 모아놓지도 못했지만,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재력에 의존하는 방식보다는 다수의 후원방식을 기대한다. 우선 공간만 마련되면 시작해볼 작정이다. 문화기획 외길 40년의 인연으로 국내외의 공감하는 이들이 제법 응원을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는 늘 빈땅에서 빈손으로 시작했는데 필요한 때가 되면 하나둘 인연이 모여 일이 이루어지곤 했다. 그를 수식하는 ‘문화기획자 1호’는 단순히 그가 ‘맨 먼저’라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만들어온 결과이기도 하다.
“문화 교육은 1977년 공간사랑 소극장의 운영을 맡으면서부터 시작한 셈이다. 그때는 문화기획이란 개념도 없었고 극장 전속 공연단도 없어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쉬어 갈 수 있는 사랑방처럼 운영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문화 장르나 경향을 소개하는 강의 프로그램이 생겨나곤 했다.”
사물놀이, 판소리, 탈춤, 공옥진의 창무극, 무속굿, 승무 등 전통예술을 비롯해 재즈, 무속, 현대무용, 모던발레, 채플린 무성영화까지, 그가 10년간 공간사랑에서 시도한 프로그램은 ‘국내 처음’이 대부분이었다. 아시아문화학교의 구상은, ‘공간사랑의 설계자’ 김수근 선생의 ‘3년상’을 마치고 88년 독립한 그가 한 독지가가 제공한 서울 혜화동의 한옥에서 개설했던 ‘아리아카데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초엔 ‘연극학교’를 목표로 30대 초반 중견 연극인을 대상으로 주6일 24시간 실습 위주 재교육을 시도했는데 1년 만에 중단되는 바람에 아쉬웠다. 그래서 이듬해 문화기획사인 스튜디오 메타를 세워 꾸준히 준비해오다 98년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소와 함께 다움문화예술기획아카데미를 열 수 있었다.”
2000년 추계예술대 예술경영대학원 개설로 이어진 그의 ‘교육 열정’은 2002년 심장병 수술로 구사일생의 고비를 넘긴 뒤 2004년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창립으로 끈질기게 이어졌다.
“물론 한번도 쉬운 일은 없었다. 그렇지만 뜻이 있으면 길은 항상 열렸다.”
성공회대 문화대학원과 총동문회는 오는 20일 오후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인마을 블리스 아트홀에서 ‘채플린데이-제1회 채플린상 시상식’을 열어 강 전 원장의 교육 열정을 기릴 예정이다. 채플린데이는 79년 유신 말기 상영 금지작이었던 찰리 채플린의 영화를 그가 공간 소극장에서 국내 첫 상영을 하면서 비롯된 행사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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