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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으로 출세하려는자 ‘수박(맨손무예)’은 기본이었다

등록 2005-08-24 21:55수정 2005-08-24 21:57

싸우는 이들은 서로 상투를 틀어잡고 있으며, 말리는 이들은 싸우는 이의 손과 몸통을 잡고 뜯어말리고 있다. 1984년 구한말 영국외교관 칼스가 쓴 <길거리 싸움꾼과 구경꾼>에 실린 삽화. 그림 오른쪽은 멋드러진 옷차림에 활기찬 동작을 보여주는 신윤복의 <쌍검대무>에서 뽑은 검무 장면.
싸우는 이들은 서로 상투를 틀어잡고 있으며, 말리는 이들은 싸우는 이의 손과 몸통을 잡고 뜯어말리고 있다. 1984년 구한말 영국외교관 칼스가 쓴 <길거리 싸움꾼과 구경꾼>에 실린 삽화. 그림 오른쪽은 멋드러진 옷차림에 활기찬 동작을 보여주는 신윤복의 <쌍검대무>에서 뽑은 검무 장면.
사하자 허인옥씨 ‘옛 그림에서 만난…’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무예풍속 한권에
 ‘조선 사람들의 싸움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상투를 먼저 잡아채려고 한다거나, 상투를 잡은 뒤엔 막 흔들면서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대는 것이다.’ 19세기 말 길거리 싸움의 결말은? 당시 미국 공사 알렌은 “누구 하나가 피를 흘리게 되면 흥분한 군중들도 잠시 마술에서 풀린 듯 잠잠해진다. 흰옷에 핏자국이 묻어 더럽혀지는 것에 대한 한국인 특유의 거부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싸움에는 불량소년도 낀다. “속담에 3문(남대문·서소문·서대문) 밖 편이 이기면 기내(경기 안)에 풍년이 들고 아현 편이 이기면 다른 지방에 풍년이 든다고 한다. 이에 용산과 마포의 불량소년들은 작당하여 아현 쪽을 돕는다.”(<동국세시기>의 돌싸움 기록 중에서)

옛 사람들은 어떻게 싸웠을까. 전통무예를 중심으로 우리 선조들의 기예와 싸움 풍속을 들여다보는 책 <옛 그림에서 만난 우리 무예 풍속사>가 최근 나왔다. 옛 그림들과 사료에 여기저기 흩어져 담긴 갖가지 무예·싸움의 풍속들이 한 권에 담겼다. 허인욱 지음, 푸른역사 펴냄, 값 1만5000원.

한국사학자이자 스스로 무예를 수련하는 지은이는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여러 문헌·그림 사료의 한 구석에 박혀 역사학자들의 관심권에 잘 들지 않던 격검(검술), 검무(칼춤), 사예(활쏘기), 석전(돌싸움), 마상재(말놀음·곡마), 수박(맨손무예), 택견, 씨름 등의 기록을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찾아내어 풍속사의 번듯한 ‘장르’로 복원했다.

무인으로 출세하려는 자 ‘수박’은 기본이었다
무인으로 출세하려는 자 ‘수박’은 기본이었다
이 책에서 우리 전통 무예 가운데 문헌기록에서 가장 오래된 ‘수박’은 고려와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무인으로 출세하려면 반드시 겸비해야 했으며 수박에 뛰어난 자는 신분 상승까지 할 수 있었던 매우 중요한 기예로 나타난다. 또 개천을 사이에 두고 편을 갈라 싸우던 돌싸움은 가장 격렬한 민속놀이로서, 고대부터 행해져 고려·조선 때엔 한때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지만 그 전통은 조선시대 내내 이어졌다. 조선 때엔 단오 놀이로 왕이 구경하는 가운데 하루종일 돌싸움 시합을 벌여 죽고 상한 사람이 자못 많았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 무예와 싸움을 바라보는 구한말 외국인들의 시선은 때로 찬탄을 드러내며 때로 웃음을 자아낸다. “서너 명씩 무리를 이루며 활기찬 음악에 맞추어 칼을 휘두르며 빠르게 회전하는 모습에서 ‘야릇한 전율’을 맛보았고…”(검무를 보고). “말솜씨로 한몫 잡은 그들은 주변 사람들과 행인들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도 떠든다.…가문이 들먹여지면 분위기는 험악해진다. 감정이 상한 상대방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저돌적으로 달려든다. 그리고 이 순간 군중 속에서 말리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길거리 싸움을 보고).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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