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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가면 벗자”는 누드 퍼포먼스가 외설인가요?

등록 2013-10-01 19:57수정 2013-10-01 22:39

퍼포먼스 작가 신종석(44)
퍼포먼스 작가 신종석(44)
공연음란죄 처벌받은 작가 신종석
퍼포먼스 작가 신종석(44)씨는 최근 감옥에 다녀왔다. 죄목은 공연음란죄. 벌금 200만원만 내면 안 갈 수도 있었으나 스스로 감옥행을 선택했다. 지난달 8일 교도소에 들어가 2주간 살았다. 하루 5만원씩 까게 되는 벌금형 200만원어치의 형기를 마치고 나오려 했으나 지병인 허리디스크가 도져 도중에 나머지 벌금 130만원을 내고 감옥 밖으로 나왔다.

공연음란죄의 굴레를 쓰게 된 건 지난해 5월 초 경기도 남양주시 강변에서 벌인 현장 퍼포먼스 탓이었다. “옷이라는 가면을 벗자”는 취지로 뱀이 허물 벗듯 차례차례 옷을 벗어 옆에 놓는 게릴라성 누드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그의 행위예술은 5분 만에 끝났다. 어린 딸을 데리고 나온 남성이 현장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던 것이다. “못 볼 것을 봐서 딸이 충격을 받았다”는 부모에게 “무례했다면 용서해달라”고 90도로 깍듯하게 양해를 구했다고 신씨는 말했다.

경찰도 이해하는 눈치여서 신씨는 안심했으나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어린 딸의 부모는 정식으로 신고했고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 신씨에게 출두명령이 떨어졌다. 검찰 진술 과정에서 신씨는 별의별 모욕적인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검사는 “결혼했느냐. 자식이 있다면 옷을 벗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당신이 자식이 없으니까 그런 것 아니냐”는 식이었다고 한다.

결국 신씨는 정식 진술서 작성을 거부하는 대신 공연음란죄목이 없어져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작성해 제출했다고 말했다.

 “공공연하게 음란한 행위를 조장하는 것을 단속하기 위한 법이 공연음란법이라고 하는데 예술가에게 적용된 사례는 제가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대부분 ‘바바리맨’이나 성추행범에게 적용됐다고 하더라구요.”

검사에게 외국의 사례를 설명하고 무죄를 호소했으나 “여기는 한국이다. 실내에서는 괜찮지만 공공장소에서 했기 때문에 법에 저촉된다”는 반박만 돌아왔다.

강변에서 5분 게릴라성 행위극
시민 신고로 공연음란법 벌금형
“바바리맨 취급 받아들일 수 없어
스스로 감옥행 선택해 저항했죠…
공공장소, 통제받는 곳 인상 강해”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한다는 통보를 받은 신씨는 10개월 정도 버티다 결국 기소중지된 뒤 경찰에 지난달 8일 자진출두했다. 그가 굳이 징역형을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내가 그렇게까지 음란한 사람이 아닌데 바바리맨 취급을 당하니까 그게 받아들이기 힘들더라구요.”

교도소 안에서도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지 않았다. “교도관들이 저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이상하더라구요. ‘생긴 것은 멀쩡한데…’라며 마치 바바리맨을 보듯 하더라구요. 그리고 허리가 아프다고 치료를 요구하자 교도관들은 ‘이대로 있다가 휠체어 타고 나간다. 나머지 벌금 내고 그냥 나가라’고 충고하더군요.”

신씨는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독일 카셀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5년간 공부하며 누드 퍼포먼스의 매력에 눈을 떴다. 2012년 이후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가 알몸으로 등장하는 퍼포먼스 ‘실리콘 오일머신 마사지’ 등 종교 문제와 인간의 폭력성 등을 주제로 5~6차례 누드 퍼포먼스를 펼쳤다.

 “독일에서는 햇살이 좋은 때 남녀가 벌거벗고 공원 등 공공장소에 나가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을 자주 접했다”는 신씨는 공공장소 개념에 대한 한국의 경직된 인식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했다. “우리의 공공장소는 통제받는 곳이라는 인상이 강해요. 굉장히 평화로운 공간으로 보이지만 사람과의 관계가 없는, 시끌벅적함이 용납되지 않는 곳으로 인식돼 있어요.”

2003년 귀국 뒤 방과후 학교, 폐학교 이용 프로그램을 짜고 강의하는 ‘예술강사’로 일하는 등 공공장소를 주제로 한 예술작업을 많이 해온 신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공공장소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이 더 깊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말께나 다음달 초 서울 합정동 요기가갤러리에서 디스크 환자인 자신을 빗대 디스크 환자가 추는 디스코라는 주제의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글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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