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진화과정을 그려놓은 그림
‘너울’ ‘까치놀’ ‘꽃다지’ 등 순 우리말을 이용해 엽서
9일 서울 청계광장서 전시회 열려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자막도 흘려보지 않았다. 국어시간에 등장하는 초기 한글의 모양도 지나칠 수 없었다. 서울 강북구 영훈고 2학년 양성준(17)군에게 지난 9월은 ‘한글’에 빠져 산 시간이었다. “어떻게 하면 한글의 위대함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그 생각밖에 없었던거 같아요.” 양군은 답을 인간의 진화과정을 그려놓은 그림(왼쪽 그림)에서 찾았다. 구부정하게 웅크리고 있는 원시 인류의 모습에서 점차 진화해 허리를 곧게 펴고 직립 보행하는 인간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 인류의 모습을 오로지 문자로만 형상화했다. 인류가 진화할 때마다 문자도 상형문자에서 한자, 이두를 거쳐 한글로 바꾸어 표현했다. 그는 이렇게 만든 이미지로 엽서를 제작해 지난달 말 ‘한글날 예쁜 엽서 공모전’에 제출했다. 그리고 8일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양군은 “대상 소식에 부모님과 친구들이 기뻐해 더 뿌듯하다.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한글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글날 예쁜 엽서 공모전은 올 해 처음 열린 행사다. <한겨레>와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시설공단·교통방송·국립국어원·한글학회 등이 후원했다. 지난달 4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공모전에 시민 3000여명이 참여해 50여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공모전은 일반부문과 초등부문 2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으며, 초등부문에서는 서울 송파구 중대초교 4학년인 이종현(10)군이 대상에 선정됐다. 이군은 ‘너울’ ‘까치놀’ ‘꽃다지’ 등 순 우리말을 이용해 엽서(오른쪽)를 꾸몄다. 수상작은 한글날인 9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 전시된다. 박원순 서울시장, 소설가 공지영·박민규 등의 손글씨 엽서도 함께 공개된다. 문화공연도 열린다. 한글을 주제로 한 퀴즈행사를 비롯해 퓨전국악팀과 인디밴드의 축하공연 등이 진행될 예정이며, 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한글 타투, 페이스페인팅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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