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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감정노동자, 주변환경에 예민하고 긴장감 높아”

등록 2013-11-13 21:12수정 2013-12-03 16:27

일러스트 유아영
일러스트 유아영
마음을 짓밟는 감정노동
③ 마비 : 쌍욕도 아무렇지 않아요

86명 심리분석…“불편함 참고 일에 몰입”
고용부, 대기업 콜센터 근로 실태조사
고객의 불만을 한참 들은 뒤 전화를 끊고 다음 전화를 받으려면 손이 떨릴 정도로 마음이 떨린다. 두렵다. 울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전화 응대를 하다가 고객의 질문 중 모르는 부분이 있어 옆자리 동료에게 물으니 송곳 같은 답이 돌아온다. “너 공지사항도 안 봤니? 별걸 다 물어!” 짧은 휴게시간 할 수 있는 것은 흡연뿐, 담배 연기를 내뿜을 때면 “내가 못난 건가” 자책을 하게 된다. 집에 가서 가족에게는 괜한 일로 신경질을 낸다.

국내의 한 대기업 콜센터에서 일하는 유아무개(30)씨가 털어놓은 일상의 ‘마음 흐름’이다. 심리치유 전문기업 마인드프리즘의 정혜신 대표가 자체 심리 분석 툴인 ‘내 마음 보고서’를 통해 86명의 감정 노동자의 심리 분석을 진행한 결과 유씨와 일반 감정노동자들의 마음 상태가 다르지 않았다.

분석 대상은 20~30대 젊은 층이 84.9%로 압도적이었는데 이들의 심신은 피폐한 상태였다. 분석 대상의 60.5%인 52명이 심리와 신체 모두에서 ‘주의’ 단계 이상의 적신호를 보냈다. 이들의 스트레스 평균점수는 30.6점으로 한국 직장인 평균(23.1점)보다 높았다. 감정노동자들의 ‘짓밟힌 마음’에는 자기비하, 의욕저하, 비관적 사고 등이 지배적으로 나타났고 신체기능 저하도 뚜렷했다.

일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겪게 되는 트라우마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에는 자기 비하가 자라나고 자존감과 의욕은 떨어지며 갈수록 매사에 비관적이게 된다. 회사의 감시 속에 불안감을 느끼고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며 분노가 폭발한다. 예민한 감정은 특히 동료나 가족, 다른 서비스직 노동자를 찌르게 돼 일상에서의 관계를 황폐하게 한다. 폭식, 흡연, 폭음 등이 잦아지며 몸도 무너진다.

감정노동자들의 ‘핵심역동’으로는 열정, 정서적 소외, 대인예민성, 자의식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감정노동자들은 현재 타인이나 주변 환경에 대한 예민성이 높으며, 대인관계에서 정서적인 소외감과 긴장감을 느끼고 있으나 개인적인 불편함을 참고 자신의 일에 열정적으로 몰입하느라 심리적·신체적으로 쉽게 소진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부터 오는 15일까지 협력업체를 포함한 대기업 콜센터를 대상으로 근로 실태 집중 조사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장감독 및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시 유사한 사업장에 대한 집중감독 및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지선 기자

전체 취업자 절반이 ‘감정 노동자’…실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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