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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자살 복지공무원 심리 부검해 보니
“반복된 좌절과 무력감이 비극 불러”

등록 2013-11-20 20:23수정 2013-11-21 14:58

박지영 교수 “정부차원 대책 절실”
“내가 총대 메고 (자살)할까? 그러면… 내가 죽으면 사람들이 (우리가 힘든 걸) 알까?” 최근 자살한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죽기 며칠 전 동료들에게 건넨 말이다. 그래놓고 금세 농담이라며 밝게 웃었다고 했다.

항상 밝고 책임감 강했던 그는 죽기 1년 전부터 힘든 상황에 처했다. 궂은 일을 도맡아 하기 좋아하던 그가 매우 거칠고 공격적인 민원인들과 몸싸움을 해야 하고 죽여버리겠다는 언어 협박을 빈번히 받으면서 눈에 띄게 지쳐갔다. 대상자 가정을 방문하고 서류를 처리하느라 퇴근시간을 넘기는 날들이 허다했다. 그 즈음부터 술을 마시면 “힘들다”는 말을 조금씩 남겼다.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박지영 교수의 ‘심리적 부검’에서 밝혀진 한 사회복지공무원이 죽기 전까지 보였던 자기표현들이다.

심리적 부검은 자살한 사람의 생각, 느낌을 조사해 죽음을 초래한 여러 요인을 재구성하는 방법이다. 박 교수는 자살한 사람들이 남긴 기록과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 관찰하는 질적 연구로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자살 원인과 과정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용인, 성남, 울산, 논산…. 올해 들어서만 4명의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죽음을 택했다. ‘격무’라고만 알려진 그들 죽음에는 자신의 생활과 감정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복지에 몸을 던졌지만 어느 쪽도 해결되지 않은 채 소진되어온 속사정이 있었다. 박 교수는 현장에 있는 실무자들의 소진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을 느껴 3~4년 전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소진에 관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 결과 이 인터뷰에 참여한 27명 중 7명이 자살 생각을 1회 이상, 2명 정도가 소극적인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했다.

“소진은 자살만큼 매우 심각한 현상이다. 소진을 단순히 자살의 원인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소진 자체가 갖는 위험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분석이다.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조직과 민원인들을 원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일 때도 자신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아요.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면 어떤 사회복지사들은 그걸 또 자책해요. 분노와 우울이 쌓일 때 어떤 이들은 떠나고 어떤 이들은 남아 있으면서 혼란스러워 합니다. 이런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거나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업무상 여건을 변화시킬 수 없으니까 결과적으로 스스로를 제거함으로써 상황을 정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좌절을 반복하다 보면 자기 안에서 곰팡이가 피어오르듯 무력감이 번져가요. 어떻게 해도 이 상황을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이 사람을 죽게 만드는 거에요.”

박 교수는 “복지사들이 안전하게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심리적 보상이라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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