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명반을 엘피판으로 재발매하고 있는 씨앤엘뮤직 이태윤 대표가 최근 세계 최초로 음원을 복원해 내놓은 세계적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의 <바흐 무반주 첼로조곡> 엘피판을 소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태윤 씨앤엘뮤직 대표
음악 마니아들서 LP 인기 끌자
클래식 음원 복원해 LP로 재발매
1년새 15종 1만5천장 국내외 판매
“오디오 애호가들 호평에 보람느껴”
음악 마니아들서 LP 인기 끌자
클래식 음원 복원해 LP로 재발매
1년새 15종 1만5천장 국내외 판매
“오디오 애호가들 호평에 보람느껴”
11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한 러시아 출신의 첼로 거장 미샤 마이스키(65)는 공연 전 특별한 깜짝 선물을 받았다. 최근 한국에서 제작된 자신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엘피(LP) 음반이었다. 한국의 레코드회사 씨앤엘뮤직이 지난달 음원을 복원해 세계 최초로 엘피로 재발매한 것이다. 1985년 첫 녹음 때는 시디와 엘피로 나왔지만 2000년 2차 녹음 때는 시디로만 나왔다.
지난해 말부터 유니버설뮤직코리아와 손잡고 옛 클래식 명반을 디지털로 복원해서 재발매하고 있는 씨앤엘은 지난달 마이스키의 음반을 비롯해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에밀 길레스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31번> 등 4장을 출반했다. 씨앤엘은 1년 만에 15장의 클래식 명반을 재발매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태윤(51) 씨앤엘뮤직 대표는 “지난달 발매한 4장 가운데 길 샤힘(바이올린)·외란 쇨셔(기타) 듀오의 <파가니니 포 투>와 소피 무터(바이올린)·베를린 필하모닉(카라얀 지휘)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얼린 협주곡 > 등 2장은 각각 600장씩 찍었는데 출시 한달 만에 모두 판매됐고, 800장씩 찍은 나머지 2장도 700장 가량 판매됐다”고 말했다. 정경화의 <콘 아모레> 음반은 2천장이 팔리는 등 지금까지 재발매 음반은 1만5천장이 판매됐다.
엘피 음반은 시디가 대량 보급되기 시작한 1980년대 말 이후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났으나 최근 몇년 새 따뜻하고 자연스런 아날로그 음색이 다시 각광을 받으면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 재발매 클래식 음반 60%가 미국·일본·홍콩·대만 등 국외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씨앤엘의 재발매 음반은 장당 3만5천원으로 일반 클래식 시디에 비해 2~3배 비싼 편이다.
사실, 질 좋은 엘피 음반을 재발매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이 대표는 “엘피 재발매 작업은 가장 중요한 게 질 좋은 오리지널 마스터테이프를 찾아내는 과정”이라며 “마스터테이프를 찾은 뒤에는 설립 100년 넘은 에밀베를리너스튜디오에서 마스터커팅 작업(동판 등에 엘피와 동일한 소리골을 깎아내는 과정)을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기대한만큼 음질이 나오지 않으면 커팅작업을 2~3번 반복해야 할 때도 많다고 한다. 실제 카라얀이 지휘한 빈 필하모닉의 <브루크너 교향곡 7번> 음반은 커팅작업을 3번이나 거쳤다.
이 대표는 “구매자들은 40~50대의 오디오파일(오디오 애호가)이 많은데 이들에게서 ‘외국의 재발매 음반들보다 나은 것같다’고 호평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이기도 한 이 대표의 궁극적인 꿈은, 디지털 녹음 소스를 이용한 제작의 울타리를 넘어서서 1950~70년대 스테레오녹음 전성기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된 명반을 다시 찍어내는 것이다. “데카(DECCA) 디지(DG) 등 유럽의 레코드회사에서 찍은 음반의 오리지널 마스터테이프는 오랜 세월이 지나 보관상태가 좋지 않고, 있다고 해도 외부 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재발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당시 아날로그 녹음반들에는 시디로도 나오지 않은 명반들이 많아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좋은 소리를 향한 50대 음악 마니아의 열정과 꿈이 새로운 음악 한류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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