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미디어 전망대
<한국방송>(KBS)이 이사회에서 의결한 수신료 인상안과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가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이 보고서에는 수신료 징수의 대상을 현재의 텔레비전 수상기에서 개방적 유무선 인터넷망을 통해 텔레비전 프로그램 시청이 가능한 스마트폰이나 피시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 논쟁이 징수 대상 논쟁으로 확대되고 부정적 여론이 더 크게 형성된 느낌이다.
우리나라가 공영방송 제도를 택하고 있고 공영방송에 다양한 사회적 책무를 부과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신료 현실화 주장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그러나 수신료 인상의 외부효과가 가계는 물론이고 미디어업계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미치기에 이를 둘러싼 복합적인 이해 상충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방송 시장이 주파수와 배타적인 케이블망을 벗어나 인터넷망으로 확대되면서 수신료 인상에 영향을 받는 변수가 더 많아진 것도 한국방송에는 불리한 점이다.
그런 가운데 한국방송의 보고서는 다소 성급한 내용을 담은 것 같다. 여기서 다룬 방송 시청자 시장의 범위는 단순히 한국방송의 수신료 징수를 넘어서는 방송 정책 전반의 큰 의제이기 때문이다. 방송법은 방송을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 편성 또는 제작하여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여 시청자에게 전송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곧, 방송법은 가입자의 최종 단말기를 고려하지 않고 방송국 운영자의 허가와 승인 및 그에 수반하는 사회적 책무를 담는 사업자법의 특성을 갖고 있다. 규제 방식 역시 전송 방식의 구분에 따라 지상파방송과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등으로 나누는 수직적 규제 체계를 특징으로 한다.
이처럼 법령상 방송 정책은 사업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시청자 시장은 관행에 따라 정의돼 왔다. 따라서 수신료 징수를 확대하고자 한다면 관행의 시장과 정책 영역 모두에서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동안에는 텔레비전 시청자 시장을 개인이 아닌 ‘가구’를 단위로 해서 ‘실시간 방송’을 ‘텔레비전 수상기’로 수신하는 행위로 간주했다.
그러나 최근의 환경 변화는 이런 틀을 흔들고 있다. 무엇보다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했다. 2012년 현재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5.3%다. 1인 가구는 유선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인터넷망을 통해 피시나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미디어 소비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더불어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대량 보급은 방송 프로그램의 실시간·비실시간 시청을 확대시키고 있다. 특정 프로그램의 실시간 시청자 규모보다 실제 도달률이 더 클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의 시청률 지표에는 이런 자료들이 배제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형 미디어의 시청 점유율을 시범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텔레비전 수상기라는 암묵적 시청자 시장의 구획과 현실 상황의 간극 때문일 것이다.
한국방송이 제기한 문제는 방송 정책의 중요한 검토 대상은 맞지만, 수신료 인상 이슈로 제기하기에는 설익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는 방송 정책 전반에 걸친 것으로 현재 정책의 전반적 틀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융합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 시장의 획정과 시청자 환경에 대한 연구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방송 시청자 시장의 개념과 방송사업자의 책무범위 등 많은 영역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필요할 때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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