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표 언론인
미디어 전망대
케이블 방송 종합편성채널의 하나인 <제이티비시>(JTBC)가 주목받고 있다. 여당 추천 위원들이 다수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이 방송에 대해 중징계를 의결했다. <뉴스9>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와 관련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다양한 입장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반면에 <기자협회보>가 선정한 올해의 언론계 10대 뉴스의 하나로 ‘제이티비시 뉴스의 돌풍’이 뽑혔다.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취임한 뒤 보수 편향 일색의 방송계에서 성역 없는 보도로 주목받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방송의 메인 뉴스인 <뉴스9>은 종편 채널은 물론이고 지상파 방송 3사의 메인 뉴스와 비교해도 시국 사건을 더 열심히 보도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재허가를 앞두고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종편 채널이 권력의 비위를 건드리는 뉴스를 보도하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지난 10월에는 제이티비시 뉴스가 한국 최대 재벌 삼성과 껄끄러워질 수 있는, ‘삼성 노조 무력화 문건’ 특종 보도를 했다. 대표적인 보수 언론 <중앙일보>를 모회사로 가진 제이티비시가 중앙일보와는 달리 권력과의, 그리고 삼성과의 팽팽한 긴장 관계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뉴스9>의 앵커이기도 한 손 사장의 역할이 크다. 하지만 그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사주, 곧 홍석현 회장의 지지가 전제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업이 권력에 대해 갖고 있는 취약점, 예를 들어 제이티비시의 경우 무엇보다 방송 재허가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손 사장에 대한 사주의 지지가 언제 철회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홍 회장과 삼성과의 공식적인 분리는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왔다. 중앙일보의 이건희 회장 지분은 이미 정리되었고, 지난 10월 삼성코닝의 삼성 쪽 지분이 미국 코닝으로 넘어갔을 때 홍 회장도 해마다 큰 배당금을 안겨주던 삼성코닝의 지분 7.3%를 함께 팔았다. 이로써 삼성과 홍 회장, 삼성과 중앙일보 사이의 공식적인 연결 고리는 끊어진 셈이다. 이병철 전 회장이 중앙일보를 설립한 이후 삼성과 중앙일보의 오랜 역사, 이 회장과 홍 회장의 처남-매부 관계로 보아 남남처럼 될 수는 없겠지만, 중앙일보의 자율성은 상대적으로 더 강화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홍 회장은 미국대사 시절 한때 유엔 사무총장을 꿈꾸기도 했지만 좌절을 맛본 경험이 있다. 그 이후 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강한 보수적 색채를 유지하는 중앙일보로 자신의 보호막을 만들고, 다른 편으로는 권력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시청자의 요구에 응하는 뉴스를 보도함으로써 제이티비시의 존립 기반을 만들어 보자는 계획은 세웠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인 신문과는 약간 다른 논조의 방송이 탄생한 셈이다. 이제 문제는 제이티비시에 대한 권력의 압력에 홍 회장이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그가 버텨내는 힘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방송을 만드는 일에 대한 그의 애착이 얼마나 강한가에 따라 달라진다. 의욕을 가지고 영입한 손 사장을 ‘재벌 방송’의 소모품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느냐 아니냐는 오로지 홍 회장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성한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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