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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그리고 분노하라

등록 2014-01-09 19:37수정 2014-01-11 12:37

철학자 강신주 박사가 지난달 19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5층 한겨레티브이 스튜디오에서 기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한겨레담> 영상 갈무리.
철학자 강신주 박사가 지난달 19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5층 한겨레티브이 스튜디오에서 기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한겨레담> 영상 갈무리.
‘거리의 철학자’ 강신주
일제때부터 100여년간 억눌린
감정 드러내야 공동체성 회복
올해 공유하고 싶은 감정 ‘분노’
어느날 홀연히 딴지일보의 ‘벙커1’부터 한국방송의 <아침마당>까지 섭렵하며 세대를 가리지 않고 “다 상담 해주겠다”는 철학자가 나타났다. 짝사랑에 가슴 아프다는 이에게 “정신차리라”고 하고, “국정원처럼 댓글 달으라는 지시가 떨어질까 두렵다”는 말단 공무원에게는 “비겁한 선택을 할 수는 있는데 그 경우 입 닥치고 살라”고 돌직구를 날리는 그의 이름은 ‘강신주’다.

지난해 세 권이 잇달아 나온 <강신주의 다상담>(동녘, 이하 다상담)과 1월 현재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머물고 있는 <강신주의 감정수업>(민음사, 이하 감정수업)을 통해 출판계에서 그의 이름은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대중은 왜 그에게 열광할까. 그를 만났다. 인터뷰는 한겨레티브이 프로그램인 <한겨레담> 녹화를 겸해 지난 12월19일 진행했다.

시대의 상담가, 철학자 강신주의 ‘인생수업’ [한겨레談 4]

지난해 <한겨레>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한 <감정수업>에서 그는 ‘감정의 철학자’ 스피노자의 프리즘을 통해 48가지 감정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냈다. 비루함, 연민, 멸시, 환희, 욕정, 오만, 경멸, 경탄…. 제대로 느낄 줄 모르고, 드러낼 줄은 더더욱 모르는 사람들을 향해 그는 “포스트잇(붙였다 떼었다하는 메모지) 붙이듯 자기감정에 이름을 붙여주자”고 제안했다.

“한국인은 일제 강점기부터 100년 동안 정치적 독재와 자본의 독재를 거치며 감정을 눌러버리는 연습을 했다.” 그의 분석이다. 1년 넘게 딴지일보가 운영하는 서울 대학로의 카페 ‘벙커1’에서 대중을 직접 만나 즉석 상담을 하며 팟캐스트를 진행해온 그는 “벌거벗는 기분”이 부끄러워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홀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수없이 만났다고 한다.

수많은 감정의 이름을 부르면서도 그가 꼽는 ‘감정의 제왕’은 ‘사랑’이다. “부르주아적 사회 이전에는 공동체적 가치의 사랑을 썼는데 우리 시대에 남은 것은 그나마 이성과의 사랑, 아이와의 사랑, 이런 것뿐”이라며 그는 “그나마 사랑 이야기로 타인과의 관계, 조금 더 나아가 공동체적 관계를 사유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담을 하면서 주로 사랑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자본주의가 사랑을 부숴버린 자리에서, 경쟁에 낙오된 고등학생이 자살을 하고 재벌은 그 많은 돈을 독식한다. “사랑한다면 이럴 수 없다”고 그는 생각한다.

때문에 그는 “사랑 때문에 배신했다”는 말을 ‘인간의 마지막 비겁함’이라 정의했다. 아내 때문에,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이들에게 “자신이 선택한 비겁한 짓을 변명하지 말고 감당하라”고 말했다. “친일을 선택해놓고 이제 와서 친일파를 미화하면 안된다”며 “우리나라는 비겁한 사람들이 말을 해서 문제고 이런 이들이 떠드니까 보수적인 역사책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철학자 강신주 박사가 지난달 19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5층 한겨레티브이 스튜디오에서 기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영상 갈무리.
철학자 강신주 박사가 지난달 19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5층 한겨레티브이 스튜디오에서 기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영상 갈무리.

그는 올해 공유하고 싶은 감정으로 ‘분노’를 꼽았다.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문제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인데 별로 분노를 하지 않는 것 같다”며 그는 “안녕들 하시냐, 이 애잔한 문구 정도로 감상주의적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누군가 함부로 대할 때 치밀어 오르는 분노, 그런 사랑과 분노만이 공동체를 제대로 굴러가게 만든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올해도 계속해서 글 쓰고 말하며 ‘거리의 철학자’로 대중을 진하게 사랑할 계획이라 한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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