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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130년전 셜록, 한국 대중문화 ‘화두’를 잡다

등록 2014-02-13 20:04수정 2014-02-14 16:04

[문화‘랑’] 2014년 셜록 홈스 열풍
누구나 알고 있다지만 변주의 매력이 무궁무진한 셜록 홈스. 130년 전 영국 런던 베이커가 집에서 매일 마약주사를 자기 팔에 꽂던 괴팍한 성격의 탐정은 2014년 한국에서 뮤지컬로, 연극으로, 전집 열풍으로 살아나고 있다.
지난달 ‘2014학년도 서울대학교 정시 인문계열 논술시험’을 치르고 나온 수험생들은 당혹스런 표정이었다. 그동안 주로 동서양 고전을 중심으로 출제됐던 서울대 논술에 장르문학인 추리소설 단편집 <셜록 홈즈의 사건집>(1927)에 수록된 ‘토르교 사건’이 지문으로 출제된 것이다. 올해 영국드라마(영드) <셜록3> 방영을 시작으로 한국에 다시 불어닥친 ‘셜록 열풍’을 “서울대도 피해가지 못했다”는 탄식 아닌 탄식도 나왔다고 한다.

셜록 홈스가 돌아왔다. 1887년 영국의 아서 코넌 도일의 손에서 탄생한 천재 탐정 캐릭터 ‘셜록 홈스’가 130년 가까이 지난 2014년, 한국 대중문화계의 ‘새로운 키워드’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영드 ‘셜록3’ 미국보다 빨리 수입
뮤지컬 흥행 이어 연극도 재공연
관련 소설, 해설서 출간도 잇따라

선과 악 공존하는 입체적 캐릭터
다양한 인물형 창조로 ‘덕후’ 양산
바탕엔 탄탄한 ‘이야기의 힘’ 깔려
저작권도 풀려 이젠 ‘만인의 자산’


다양한 장르에서 재해석 되는 셜록

전세계를 막론하고 ‘셜록 홈스’의 인기는 변함이 없지만, 지상파(한국방송2)가 미국보다 빨리 영드 <셜록3>를 직수입해 방송한 것만 봐도 한국의 셜록 열풍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짐작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공연계에서도 셜록 홈스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며 관객들의 기대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뮤지컬계에서는 <셜록 홈즈 2: 블러디 게임>이 다음달 서울 압구정동 비비시아트센터에서 막이 오른다. 2012년 2월 개막해 전국 10개 도시 투어공연을 하는 등 소극장 창작 뮤지컬로는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셜록 홈즈 1: 앤더슨가의 비밀>의 인기에 힘입어 대극장용으로 규모를 키운 2편이 제작된 것이다. 대학로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연극 <셜록: 벌스톤의 비밀>이 수많은 회전문 관객을 만들어내며 재공연 중이다.

이 밖에도 최근 1~2년 사이 <셜록 홈즈 실크하우스의 비밀>(앤터니 호로비츠)이나 <홈즈가 보낸 편지>(윤해환) 같은 국내외 작가들의 홈스 관련 소설이 출간되는가 하면, 해설서인 <주석 달린 셜록 홈즈>(전 6권)도 모두 번역·출간돼 큰 인기를 끌었다. 2002년 국내에서 처음 발간된 <셜록 홈즈 전집>도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굳혔다. 국내 최초로 셜록 홈즈 전집을 펴낸 출판사 황금가지 김준혁 부장은 “10권짜리 셜록 홈즈 전집은 지금까지 200만권 이상 팔려나갔다”며 “특히 최근에는 ‘아이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데 효과적’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교육용으로 엄청나게 팔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물건너 영국, 그것도 130년 전 빅토리아 시대에 탄생한 이 괴짜 탐정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추리소설, 아니 문학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주인공 중 하나인 셜록 홈스. 이 명탐정 캐릭터는 영화, 드라마, 게임,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생명력을 이어왔다. 영화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해당 회사 제공
추리소설, 아니 문학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주인공 중 하나인 셜록 홈스. 이 명탐정 캐릭터는 영화, 드라마, 게임,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생명력을 이어왔다. 영화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해당 회사 제공

선악이 교체하는 캐릭터의 입체성

전문가들은 셜록 홈스의 인기비결을 홈스라는 캐릭터의 ‘입체성’에서 가장 먼저 찾는다. 사소한 단서 하나로도 사건의 전말을 풀어낼 정도로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지만, 이기적인데다 현실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괴짜’인 홈스의 입체성 때문에 다양한 변주와 재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르문학 평론가 김봉석씨는 “사실 홈스는 첫선을 보인 100여년 전보다 오히려 현대에 더 부합하는 캐릭터이기에 현대적 재해석에 유리하다”며 “현대의 셜로키언(홈스 팬을 이르는 미국식 표현)과 홈지언(영국식 표현)이 홈스를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의 대명사로 일컫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영드 <셜록>에서 홈스(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스스로를 ‘고지능 소시오패스’라고 일컬으며, 아이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런던의 중심가를 활보하는 모습이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런 까닭이라는 것이다. 탐정·추리소설 ‘덕후’(마니아)를 자처하는 블로거 전영찬(33)씨 역시 “홈스는 선악이 공존하는 캐릭터라서 후대 창작자들이 그의 성격 중 일부를 극대화해 새로운 인물처럼 보이도록 계속 재창조하고 있다”며 “팬들의 입장에서도 각양각색의 홈스를 볼 수 있기에 드라마, 영화, 공연 등 장르를 불문하고 덕후들이 양산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뮤지컬 <셜록 홈즈: 앤더슨가의 비밀>. 해당 회사 제공
뮤지컬 <셜록 홈즈: 앤더슨가의 비밀>. 해당 회사 제공

셜록과 왓슨이 빚어내는 완벽한 이중주

셜록과 왓슨 콤비의 오묘한 ‘화학작용’역시 셜록 홈스의 인기비결이다. <주석 달린 셜록 홈즈>, <셜록 홈즈 전집>(현대문학)을 번역한 평론가 승영조씨는 “홈스와 왓슨의 찰떡궁합은 주인공이 2명인 오늘날의 경찰·수사물은 물론 버디 무비(남성 2명이 등장하는 영화) 등에 거의 전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며 “천재적이지만 인간적으로 부족함이 많은 홈스와 그 부족함을 메워주는 왓슨은 문학사상 가장 완벽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홈스와 왓슨의 관계는 오늘날엔 경우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기도 한다. 영드 <셜록>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홈스와 왓슨의 ‘동성애적 관계’를 의심하는 설정이 등장해 팬들의 가슴을 쥐락펴락했으며, 심지어 뮤지컬 <셜록 홈즈>와 미드 <엘리멘트리>에서는 왓슨이 ‘여성’으로 나온다. 뮤지컬 <셜록 홈즈>의 노우성 연출가는 “음악이 중요한 뮤지컬의 특성상 남녀 배우의 듀엣이 있어야 음악적 풍성함이 살아나기에 과감하게 왓슨을 여성으로 설정했다”며 “또 본래 소극장 공연에서는 등장인물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성도 있어 여성인 왓슨이 원작 속 하숙집 주인인 허드슨 부인의 역할까지 담당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영드 <셜록>의 한 장면. 해당 회사 제공
영드 <셜록>의 한 장면. 해당 회사 제공

원전 속 완벽한 추리…창작자들에겐 넘어야 할 벽

셜록 홈스의 또다른 큰 장점은 ‘사소한 단서’에서 출발해 논리적으로 완벽한 추리를 끌어내는 ‘이야기의 힘’이다. 이 힘 때문에 셜로키언들은 소설 속 모든 배경과 사건을 사실로 여기고 ‘셜록학’, ‘홈스학’을 창시해 계간지와 논문까지 내는 등 셜록 홈스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베이커가 특공대’(1934년)를 비롯해 500개 가까운 셜로키언 모임이 존재한다. 이런 마니아들의 활약으로 총 60편(장편 4편, 단편 56편)의 원전 시리즈에서 파생된 수많은 외전이 양산됐다. <셜록 홈즈의 7퍼센트 용액>(니컬러스 메이어),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미치 컬린), <베이커가의 셜록 홈즈>(윌리엄 스튜어트 베어링 굴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양의 원전과 외전은 현대 창작자들에겐 ‘넘어야 할 산’일 수밖에 없다. 누구나 한번쯤 접해봤을 원전만으로 작품을 만들 경우 식상하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서는 원전 속 기본 설정은 그대로 차용하되, 사건은 새롭게 창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창작 뮤지컬 <셜록 홈즈>의 김은정 작가는 “기시감을 피하기 위해 원전과 외전은 물론 드라마·영화 등 셜록에 관련된 모든 작품을 파악하며 대본을 쓰느라 2편 제작이 늦어졌다”며 “1편과 마찬가지로 2편 ‘블러디 게임’ 역시 실화인 ‘살인마 잭’ 이야기에 홈스의 추리가 교묘히 녹아드는 새로운 사건이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셜록 홈스’ 저작권 보호가 풀렸다. 2000년 영국에서 저작권이 만료된 데 이어 마지막 족쇄마저 풀린 셈이다. 이제 ‘만인의 자산’이 된 홈스는 또 어떤 방식으로 재활용되고 변주될 것인가.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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