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 위치한 뮤지컬 전문 아카이브 ‘드레스서클’에서 21일 뮤지컬 <고스트>에 출연 중인 배우 아이비와 함께하는 ‘뷰티살롱’ 행사가 열렸다. 드레스서클은 단순히 뮤지컬 관련 상품을 파는 상점이 아닌 팬들이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가는 열린 공간이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문화‘랑’] 문화공간, 그곳
④ 서울 한남동 ‘드레스서클’
④ 서울 한남동 ‘드레스서클’
“화장하는 것을 좋아해서 공연 때도 ‘셀프 메이크업’을 해요. 전문가보다 제가 하는 게 더 예쁘더라고요. 인조 속눈썹은 ‘장인의 손길’로 이렇게 한 올 한 올 잘라 붙이는 것이 중요해요. 하하하.”
21일 서울 한남동 삼성블루스퀘어 안 ‘드레스서클’. 뮤지컬 <고스트>에서 몰리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아이비가 ‘아이비의 뷰티살롱’이라는 이름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를 열었다. 대학 입학을 앞둔 여성 관객을 상대로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위한 메이크업’ 시연을 하는 여배우의 모습에 여기저기서 관객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2012년 12월 문을 연 뮤지컬 전문 아카이브 ‘드레스서클’에서는 매달 1~2회씩 이렇게 관객들을 위한 특별한 행사인 ‘살롱 인 드레스서클’이 열린다. 올해 들어서도 이번 행사 외에 내한공연 중인 <저지보이스> 배우 4명이 나와 공연 속 안무 가르치기, 한국어 배우기 등의 프로그램(2월15일)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시디·악보·액세서리 등 진열
뮤지컬 관련 희귀 상품 판매
배우들 메이크업·안무 호응
마술쇼·낭독회 등 행사 다채
소통하는 공연문화 싹틔워
원래 ‘드레스서클’(Dress circle)은 공연장 2층 특별석을 뜻한다. 1978년 뮤지컬 본고장인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처음 문을 연 드레스서클은 35년 동안 그 명성을 쌓아왔다. 고전부터 최신 작품까지 수많은 뮤지컬 시디와 디브이디, 악보, 대본 등을 접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뮤지컬 박물관’이자 배우·연출가 등 유명인들의 아지트로 불린다. 한국 드레스서클은 바로 영국 드레스서클의 세계 최초 분점이다. 블루스퀘어 지하 1층 모퉁이에 자리잡은 한국 드레스서클은 겉모습부터 본고장의 모습을 그대로 따랐다. 건물 외부는 전체적으로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고, 내부는 외부와 상큼한 대비를 이루는 빨간색으로 꾸며져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시디, 디브이디, 서적, 악보, 대본, 포스터, 프로그램북, 각종 인형·액세서리 등 홍보 상품이 진열장에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다. 판매하는 상품만 국내외 물품을 통틀어 600종 가까이 된다.
드레스서클을 운영하는 원주희 인터파크시어터 부매니저는 “영국 드레스서클에서 한 달에 한 번 상품을 직수입해 오기에 한국에서는 여기서만 구할 수 있는 상품들이 꽤 많다”며 “같은 디브이디라 해도 특정 공연장 실황을 담거나 20주년·25주년 기념 실황 등을 담은 여러 버전이 고루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소품인 ‘원숭이 오르골’을 보여주며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대표적 상품으로 매장에서 가장 고가”라고 소개했다. 한 달에 3~4번씩 드레스서클을 찾는다는 이하연(31)씨는 “여기에서는 <북 오브 모르몬> 등 국내 미공연 작품이나 시즌이 끝나면 구하기 힘든 국내 공연 관련 상품들을 대부분 구할 수있다”며 “원하는 물건이 없는 경우 영국에서 공수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드레스서클이 관객들에게 의미가 있는 이유는 단순히 뮤지컬 관련 희귀 상품을 구입할 수 있어서만은 아니다. 이곳은 관객들을 위한 문화 소통의 공간이자 정보 공유의 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매달 ‘살롱 인 드레스서클’이라는 이름으로 배우들과 함께하는 음악회, 마술쇼, 낭독회, 디브이디 상영회, 사인회 등 다양한 형식의 문화행사가 열린다. ‘직접 참여’에 목마른 팬들의 마음을 반영하듯 행사는 평균 경쟁률이 10 대 1에 이른다. 다음달에는 <프랑켄슈타인> 배우와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 비정기적으로 공개 스터디도 열린다. 지난해엔 브로드웨이 명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을 주제로 ‘살아 있네! 손드하임’ 스터디가 진행돼 마니아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모든 행사는 플레이디비 누리집(playdb.co.kr)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드레스서클이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 공간을 활용하는 자발적인 모임도 생겨났다. 스스로를 ‘드레스서클러’라고 부르는 이들은 매달 1~2회 이곳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연다. 뮤지컬 한 작품씩을 골라 주제 발표를 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드레스서클러 중 한 명인 이은지(23)씨는 “우리나라 뮤지컬 관객이 연 1000만명이고 한류열풍을 타고 외국 관객도 크게 늘었지만 팬들을 위한 공간은 이곳이 유일하다”며 “드레스서클은 내부가 예뻐 인증샷 찍기에도 좋다.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오며 가며 들르는 사랑방 같은 곳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때로 ‘공간’은 ‘문화’를 창조한다. 16세기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살롱’은 정보와 지식 교류의 장으로, 르네상스를 전 유럽으로 퍼뜨렸다. 20평도 채 안 되는 작은 공간인 드레스서클도 지금 ‘팬들의 참여’를 자양분으로 새로운 공연문화의 싹을 틔우고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시디·악보·액세서리 등 진열
뮤지컬 관련 희귀 상품 판매
배우들 메이크업·안무 호응
마술쇼·낭독회 등 행사 다채
소통하는 공연문화 싹틔워
원래 ‘드레스서클’(Dress circle)은 공연장 2층 특별석을 뜻한다. 1978년 뮤지컬 본고장인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처음 문을 연 드레스서클은 35년 동안 그 명성을 쌓아왔다. 고전부터 최신 작품까지 수많은 뮤지컬 시디와 디브이디, 악보, 대본 등을 접할 수 있는 ‘살아 있는 뮤지컬 박물관’이자 배우·연출가 등 유명인들의 아지트로 불린다. 한국 드레스서클은 바로 영국 드레스서클의 세계 최초 분점이다. 블루스퀘어 지하 1층 모퉁이에 자리잡은 한국 드레스서클은 겉모습부터 본고장의 모습을 그대로 따랐다. 건물 외부는 전체적으로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고, 내부는 외부와 상큼한 대비를 이루는 빨간색으로 꾸며져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시디, 디브이디, 서적, 악보, 대본, 포스터, 프로그램북, 각종 인형·액세서리 등 홍보 상품이 진열장에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다. 판매하는 상품만 국내외 물품을 통틀어 600종 가까이 된다.
‘뷰티살롱’ 행사 모습.
‘뷰티살롱’ 행사 모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