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토비 /출처 KBS
‘인디펜던트’ “북한, 영국 BBC와 협의중” 보도
‘닥터후’ ‘톱기어’ 등 3편이 최종 후보에 올라
정치색 옅은 오락물…텔레토비 대사 없어 유력
‘닥터후’ ‘톱기어’ 등 3편이 최종 후보에 올라
정치색 옅은 오락물…텔레토비 대사 없어 유력
남북 어린이들이 ‘텔레토비’의 추억을 공유할 날이 곧 올까?
영국 <비비시>(BBC)의 인기 오락 프로그램을 북한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려는 양국간의 협의가 지난해 말 시작된 뒤 넉달여 만에 본격적인 프로그램 선정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해 말 <비비시>가 영국 외무부의 도움을 받아 자사의 오락프로그램 여러 편의 북한 방영을 제의했고, 최근 북한은 ‘텔레토비’와 ‘닥터후’, ‘톱기어’ 세편을 최종 고려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6일 보도했다.
북한은 방영 고려 프로그램을 세편으로 압축하기까지 <비비시>의 프로그램들이 북한 사람들에게 보여줘도 괜찮을지 고강도의 사전검토를 벌였다고 한다. 런던 주재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영국 외무부를 찾아 협상을 했고, 각각의 프로그램에 대한 보고서가 평양으로 전달됐다. 평양의 영국 대사관도 계약 성사를 위해 힘을 보탰다.
북한이 이 세편을 최종 고려 대상으로 뽑은 것은 정치색이 가장 옅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평양의 내부 관계자는 “너무 정치적인 내용의 프로그램은 방영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세편은 오락 프로그램일 뿐이고, 특히 그중의 하나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영국도 애초 <비비시> 프로그램의 북한 방영을 처음 제의했을 때 정치색이 없는 작품이라야 북한 당국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당시 영국 외무부는 텔레토비 같은 아동물이나 인기 드라마 ‘이스트엔더스’, 일상 가정사를 배경으로 한 시트콤 ‘굿라이프’ 등을 제공 가능한 대상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특히 텔레토비는 극중 대사가 없어 유력한 방영 후보로 꼽혔다.
아직 북한은 최종 답변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비비시>도 어떤 작품이 선택됐는지, 최종 결정이 내려지긴 했는지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제작 관계자들 사이에선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닥터후’ 관계자는 “북한에도 에스에프(SF)를 좋아하는 어린이나 젊은층이 있을 것”이라며 “그들은 닥터후를 좋아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북한 어린이들이 텔레토비를 텔레비전으로 볼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또 텔레토비가 북한 <조선중앙티브이>를 통해 방영된다고 해도, 북한 어린이들은 텔레토비들을 남한 어린이들과는 다른 이름으로 기억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텔레토비는 방영되는 나라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영국에선 팅키윙키·딥시·라라·포 였고, 남한에선 보라돌이·뚜비·나나· 뽀 였다. 고유어를 강조하는 북한에선 아마 또 다른 이름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손원제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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