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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걱정 멜로? 걱정 마시라

등록 2014-05-06 19:35수정 2014-05-06 21:12

안방극장, 스크린, 무대를 막론하고 최근 중년 여성을 겨냥한 갖가지 대중문화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여성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따른 당연한 결과물이란 의견과 함께 이제 ‘중년 여성 타깃 콘텐츠’가 하나의 장르로 굳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화 <인간중독> 포스터. NEW 제공
안방극장, 스크린, 무대를 막론하고 최근 중년 여성을 겨냥한 갖가지 대중문화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여성들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따른 당연한 결과물이란 의견과 함께 이제 ‘중년 여성 타깃 콘텐츠’가 하나의 장르로 굳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화 <인간중독> 포스터. NEW 제공
드라마·영화·공연 ‘19금 콘텐츠’
중년 여성 욕망 깨우기 바람
40대 문화소비 주체로 부상
남녀의 권력 역전 보여줄 뿐
‘중년 여성들의 욕망을 공략하라!’

최근 중년 여성을 타깃으로 한 갖가지 대중문화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안방에서는 스무살 청년과 중년여성의 사랑을 그린 유아인·김희애 주연의 <밀회>(제이티비시)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밀요일’(밀회가 방영되는 월·화요일), ‘밀기증’(밀회와 현기증의 합성어. 본방을 기다리다 현기증이 나는 상태), ‘걱정멜로’(시청자들을 걱정하게 만드는 멜로물) 등 ‘밀회 용어사전’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지난달 14일 방송을 시작한 <마녀의 연애>(티브이엔)는 아예 25살 남자와 39살 여자의 동거기를 소재로 한다. 초반부터 두 남녀가 베드신 직전까지 가는 등 한층 수위를 높이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공연장에서는 박칼린이 연출한 성인 여성 전용 <미스터 쇼>가 40~50대 관객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웬만한 아이돌 부럽지 않은 식스팩(복근)을 가진 8명의 남성들이 하나씩 옷을 벗을 때마다 환호성과 ‘물개박수’가 이어진다.

스크린에서도 중년 여성의 욕망을 부채질하는 영화는 속속 등장하고 있다. 40대 여성 3명의 농염한 성적 욕망을 그린 <관능의 법칙>, 중년 남녀의 도발적 사랑을 그린 <페이스 오브 러브>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파격적 멜로’를 내세운 <인간중독>(5월15일 개봉)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렇게 안방, 공연장, 스크린을 막론하고 불고 있는 ‘중년 여성들의 욕망 깨우기’에 대한 여성들의 반응은 다소 ‘쿨’하다. 친구들과 함께 <미스터 쇼>를 관람했다는 이호선(47)씨는 “쇼가 내건 ‘내숭은 집어던져라, 여성이여 욕망하라’는 문구에 꽂혀 동창생 4명이 함께 갔다”며 “엄청난 기대보단 쇼를 보는 순간만큼은 즐겁겠다는 생각에 가볍게 선택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밀회>를 본방사수하고 있다는 이종연(50)씨는 “이 드라마를 막장이라고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불륜이 새삼스러운 소재는 아니지 않냐”며 “여자가 19살이 많다니 쌍심지를 켜는 듯 한데, 그냥 김희애가 부럽다는 생각 뿐 누가 이걸 보고 바람을 피겠냐”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사실 이런 콘텐츠들의 등장이 낯설거나 새로운 현상은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 1996년 ‘아름다운 불륜’을 내세운 드라마 <애인>(황신혜·유동근 주연)이 엄청난 파란을 일으켰던 때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중년 여성을 위한 19금 콘텐츠는 이미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분석했다. 황씨는 “인구학적으로 40대의 비혼이나 돌싱 여성이 크게 늘었다는 점, 전통적으로 로맨스의 주인공이었던 20대 중·후반의 여성들은 소비 주체가 되기엔 경제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중년 여성들을 문화 소비의 타깃으로 만들었다”며 “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이 장르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변형되고 정교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지위와 경제적 능력이 향상되면서 ‘연상연하 커플’이 늘어나는 것과 비슷한 이유로 여성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미스터 쇼>의 벗기는 주체, <마녀의 연애>에서 경제력을 쥔 주체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은 남녀의 권력관계가 역전됐다는 뜻”이라며 “예전 콘텐츠가 남성의 판타지를 실현하는 기제였다면, 이제는 여성의 손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씨는 “중요한 것은 여성들이 ‘연하의 꽃미남을 손에 넣겠어’라는 욕망에 불타기보단 ‘김희애 급은 돼야’라며 자기관리에 열을 올린다는 것”이라며 “‘불륜을 부채질한다’는 식의 접근이 의미 없는 이유는 비슷한 콘텐츠에 대한 반복적 노출로 인해 여성 스스로가 적정한 소비주체로 자리매김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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