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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갤러리로 간 만화…“나도 예술이라고”

등록 2014-06-05 18:57수정 2014-06-11 11:53

박흥용 화백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아르코미술관 롯데갤러리 제공
박흥용 화백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아르코미술관 롯데갤러리 제공
1980년대, 내가 자주 들렀던 서울 불광동 시외버스터미널 근처 만화방은 항상 담배연기 자욱했다. 이런 허름한 만화방은 이제 깔끔한 프랜차이즈 만화카페에 자리를 내줬다. 진한 커피향과 함께, 서가에 꽂혀 있던 흑백의 아날로그 만화도 점차 화려하게 변신한다. 디지털 작업을 거쳐 입체감과 색감을 더했다. 스마트폰 시대, 웹툰은 이제 2000만 독자를 확보한 문화가 됐다.

나날이 진화하는 만화. 이제 갤러리로, 도서관으로 진출했다. 무의미하게 소모되는 오락물이 아니라 “나도 예술”이라고 외친다.

‘작가’ 박흥용 30년 작품여정 전시
한국 정서·시대 고민 펜끝에 스며

■ 작가주의 만화가, ‘펜 아래 운율, 길 위의 서사’ 박흥용. 사람들은 그를 ‘작가주의 만화가’라 부른다. 그의 펜 끝에서 흘러나온 선에 한국적 정서와 문학적·사회적·철학적 주제가 담겼다는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이 박흥용을 ‘2014년 대표 작가’로 선정해 전시회를 열었다. ‘박흥용 만화: 펜 아래 운율, 길 위의 서사’다.

만화는 심심풀이 오락물. 혹시 이런 생각을 가졌다면 지상 1층, 지하 1층 전시실에서 잠시 혼돈을 느낄 수도 있다. 데뷔작 <돌개바람>(1981년)부터 <영년>(2013년)까지 스물다섯편의 만화를 따라가다 보면 30여년 동안 그가 탐구해온 주제와 만화적 표현 기법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인쇄 과정에서 보정된 만화책과 달리 펜 끝에서 종이로 옮긴, 날것 그대로인 원고에선 서툰 흔적까지 고스란히 노출된다. 작가 스스로 “가려지지 않아 부끄럽다”고 말하는 실수들이다. 동시에 다양한 만화 기법과 실험도 생생하게 드러난다. 단순히 화면과 칸을 나누는 것을 넘어 동양화 같은 파격적 여백을 강조한 공간 분할, 아날로그 스케치에서 디지털로 입체감을 더해가는 변화, 그리고 소리를 시각화한 만화 <쓰쓰돈 돈쓰 돈돈돈쓰 돈돈쓰>(2008년)까지….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 학살을 담은 <하늘>(1987년), 임진왜란 직전의 조선 사회를 다룬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1995년), 남북 분단상황을 ‘뜬섬’으로 은유한 <경복궁 학교>(1996년), 한국전쟁 직후 마을 석전리를 배경으로 한 <영년>. 그의 작품은 국가, 공동체, 성찰, 깨달음 등의 메시지를 전하며 시대와 삶을 진지하게 고민한다.

박흥용은 “나를 작가주의 만화가라 부르지만, 독자가 원하는 것과 내가 그리고 싶은 것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타협하는 걸 볼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그는 되레 “아날로그는 정리되고 디지털 만화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모래시계처럼 그 변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어색하게 웃었다. 8월3일까지. (02)760-4608.

브라질 만화 거장 마우리시우 특별전
20억부 ‘골목대장 모니카’ 자료도

브라질 만화거장 마우리시우 지 소자의 만화 속 주인공들. 아르코미술관 롯데갤러리 제공
브라질 만화거장 마우리시우 지 소자의 만화 속 주인공들. 아르코미술관 롯데갤러리 제공
■ 브라질 만화 거장, 마우리시우 지 소자 특별전 마우리시우 지 소자. 79살의 브라질 만화 거장이다. <골목대장 모니카>를 비롯해 40여개 나라에서 13개 언어로 번역돼 20억부 이상 팔린 만화, 3500여종의 캐릭터를 만든 그는 브라질의 월트 디즈니로 불린다. 서울 소공동 롯데갤러리가 마우리시우의 만화 세계 60여년을 회고하는 특별전을 열었다.

지난 51년 동안 사랑받아온 만화 <골목대장 모니카>의 신문 연재 동판 등 각종 자료가 전시된다. 그가 1980년대 펠레를 시작으로 계속해온 축구스타를 모델로 한 코믹만화 시리즈의 캐리커처도 대거 선보인다.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명화에 만화 속 등장인물을 등장시켜 코믹하게 변주한 아크릴화와 조각 작품 12점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엔 만화 주인공 모니카가 포즈를 취한다. <모니카리자>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모니카의 토끼인형 귀걸이>, 에두아르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은 <피리 부는 지미파이브>, 빈센트 반 고흐의 ‘탕기영감의 초상’은 <척 빌리의 초상>으로 변신했다. 소자는 “아이들의 쉼터, 배움터로 즐길 수 있는 만화를 그린다”며 “만화 주인공을 통해 아이들이 명화를 감상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2일까지. (02)726-4456.

국립중앙디지털도서관 전시실엔
웹툰 명작 10년 훑어본 ‘올웹툰전’

■ 웹툰 도서관으로 바뀐 국립중앙도서관 지난달 말부터 8월24일까지 3개월 동안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은 웹툰 도서관으로 바뀌었다. 전시실 한복판에는 “어른이 되고 싶다면 아픈 만큼 씩씩하게 한 걸음을 내디뎌라.” 이충호 작가의 <무림수사대>를 비롯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웹툰 명장면 100선을 담은 걸개그림들이 나부낀다. 종이보다 쉽게 흩어지고 잊혀지던 웹툰의 말들이 천과 벽에 새겨진 이 전시실은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달라진 웹툰의 위상을 보여준다.

2003년 포털사이트 다음이 ‘만화속세상’이라는 디지털 만화 코너를 만든 게 시작이었다. 야후, 파란, 엠파스가 참여하면서 웹툰의 소재는 시사, 생활, 패러디, 서사로 넓어졌다. 2000만 독자를 거느린 2014년 웹툰은 캐릭터 상품, 영화, 뮤지컬로 다시 만들어지면서 문화 콘텐츠의 원천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전시를 공동기획한 청강산업대 박인하 만화창작과 교수는 “수십년 동안 불량하고 관리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지던 만화, 웹툰이 문화콘텐츠 주역으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전시된 것에 대해 큰 감동을 느낀다”고 했다.

웹툰 10년의 명작들을 망라한 이번 ‘올웹툰’ 전시는 달라진 웹툰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웹툰 명예의 전당과도 같은 전시실 벽엔 훈 작가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강풀 <이웃사람>, 윤태호 <이끼> 등 영화로 만들어지며 수백만 관객을 동원한 웹툰들이 새겨졌다. 관람객들은 움직이는 웹툰을 만지고, 태블릿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다. `강냉이·황준호-스릴러, 액션웹툰의 모든 것’(6월11일) 등 작가와의 대화도 주제별로 다양하게 진행된다. (02)535-4142.

신승근 남은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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