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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시민 곁으로 돌아온 ‘몽유도원도’ 속 낙원

등록 2014-07-24 19:12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 일화가 얽힌 서울 종로구 부암동 ‘무계원’은 서울시민들의 문화쉼터로 자리잡았다. 방학철을 맞아 22일 열린 다도체험 교실(아래)에 참여한 시민들은 ‘특우전’을 우리며 전통문화의 향취에 젖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 일화가 얽힌 서울 종로구 부암동 ‘무계원’은 서울시민들의 문화쉼터로 자리잡았다. 방학철을 맞아 22일 열린 다도체험 교실(아래)에 참여한 시민들은 ‘특우전’을 우리며 전통문화의 향취에 젖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화‘랑’] 문화공간, 그곳
(21) 서울 종로 부암동 ‘무계원’

안견의 몽유도원도 비화 얽힌 곳
요정 오진암 기와 등 옮겨와 복원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 고스란히
뒤뜰엔 꽃밭·부레옥잠·작은 연못
인문학 강좌·서당 체험 등 행사
북한산과 북악산, 인왕산을 끼고 형성된 종로구. 고층빌딩이 즐비한 서울의 중심가를 지나 자하문 고개를 넘으면, 한적하고 아늑한 부암동 자락이 눈에 들어온다. 흥선대원군의 옛 별장인 석파정, 윤동주 시인의 언덕, 서울미술관을 비롯해 1급 청정수가 흐르는 백사실 계곡까지 유난히 볼거리가 많은 부암동에 지난 3월 새로운 명소가 생겨났다. 한여름 더위 속에서도 맥문동과 상록패랭이꽃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수수꽃다리(라일락), 청단풍이 그 자태를 뽐내는 아담한 정원을 낀 ‘무계원’이 바로 그곳이다.

22일 찾아간 ‘무계원’에서는 방학을 맞아 일반인들을 위한 ‘다도체험 교실’이 한창이었다. “먼저 차 손님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해야 합니다. 손을 배꼽에 갖다대고….” 차 우리는 법을 배우기 전에 정갈한 마음가짐과 인사하는 법, 우리 차의 효능까지 강의가 이어진다. 강사의 설명에 따라 15명 남짓한 수강생들이 제법 그럴듯한 폼으로 특우전(여린 새순으로 만든 녹차)을 우려낸다.

‘무계원’은 조선 초기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이용)이 꿈속에서 본 무릉도원과 같은 경치를 찾았다며 정자를 지었다는 무계정사 터에 자리를 잡고 있다. 안평대군이 이 아름다운 경치에 대한 이야기를 당대 최고 화가인 안견에게 들려주고 그리게 했다는 ‘몽유도원도’의 탄생 비화가 서린 곳이다. 안평대군은 이곳에 1만권이 넘는 장서를 갖추고, 선비들과 함께 풍류를 즐기며 시를 지었다 전해진다.

‘무계원’이 터만 남아 있던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된 데는 또다른 사연도 숨어 있다. 2010년 종로구는 이 공터를 공영주차장으로 이용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그즈음 종로구 익선동의 서울시 등록 제1호 음식점인 오진암 부지에 관광호텔이 들어서게 되면서 오진암이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했다. 종로구청 남준현 홍보전산과장은 “1970~80년대 삼청각, 대원각과 함께 서울 3대 요정으로 꼽혔던 오진암은 문화적 가치가 높은 대표적인 상업용 도시한옥이었다”며 “조선 말기 내관 출신 화가 이병직이 살았던 집이기도 한 오진암의 대들보와 서까래, 기와 등을 가져다 무계원을 복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진암은 ‘요정정치’가 한창이던 1972년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북한의 박성철 제2부수상이 만나 ‘7·4 남북공동성명’을 논의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무계원’에서의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무계원’에서의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렇게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무계정사 터와 오진암이 만나 3년여의 공사 끝에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탄생한 것이 지금의 ‘무계원’이다. 무계원의 대문 기둥과 안채의 기둥, 서까래, 기와 등은 전부 오진암을 해체해서 가져온 것이다. 또 무계원을 둘러싼 석축은 종로구 청진동을 재개발할 때 지하 4m 아래서 출토된 조선시대 시전행랑 등 건물 출토석으로 만들어졌다. 무계원 관리를 맡은 종로문화재단의 김진환 문화예술지원팀장은 “무계원은 조선 후기인 1910년대 한국 고유의 한옥 건축양식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고즈넉한 부암동의 풍경 속에서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랑했다.

실제 500평 남짓한 ‘무계원’은 근대 전통 한옥의 모습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사주문 형식을 잘 살린 대문을 지나면 안채와 행랑채, 그리고 사랑채 등 세 개의 건물과 함께 아담한 앞마당이 나타난다. 이 앞마당과 한 동선으로 이어지는 뒤뜰에는 아기자기한 멋을 살린 꽃밭과 부레옥잠, 물배추가 가득한 작은 연못도 구경할 수 있다. 사랑채는 경사를 이용한 누(樓) 형식을 도입해 공간활용도를 높였다. 앞마당과 뒤뜰에는 조선시대 정원수로 가장 많이 이용됐다는 백일홍(배롱나무), 목련, 향나무 등도 심었다. 주말이면 부암동의 정취를 느끼려는 주민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다도 체험에 참여한 최석민(22)씨는 “주말에 자주 산책을 오는 무계원에서 다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해 어머니와 함께 신청했다”며 “주민들이 가깝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이 개설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무계원’을 고품격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3월 개원 이후 ‘인문학 강좌’를 3개월 가까이 진행했으며, 방학을 맞아 다도는 물론 서당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서울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를 위한 대관 사업도 진행한다. 무계원을 부암·평창·구기동을 잇는 ‘평창동 아트밸리’의 허브로 삼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개원 초기라 시행착오도 일부 겪고 있다. 애초 계획했던 전문적인 문화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탓이다. 종로구청 홍보전산과 김선희씨는 “영정화 최고위 과정, 궁중채화(비단꽃) 특강 및 시연 등 다소 수준이 높은 프로그램들이 신청자가 적어 연이어 무산됐다”며 “좀더 대중적인 프로그램으로 다가가야 할지 운영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전했다. 개방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이고, 매주 월요일 휴관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02)379-7131~2.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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