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민. 사진 샘 컴퍼니 제공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 홍지민
“대학로 뮤지컬에 보탬되려 출연
앙상블도 맡아…진수 보여줄 것
‘카를로타’ 욕심 클래식 발성 배워”
“대학로 뮤지컬에 보탬되려 출연
앙상블도 맡아…진수 보여줄 것
‘카를로타’ 욕심 클래식 발성 배워”
다이어트 실패하면 보상해주는 ‘뚱뚱 OK보험’, 40살 넘어 결혼 못하면 돈을 주는 ‘노처녀 보험’, 애인 생기면 모텔비 지원하는 ‘모텔보험’, 성형 부작용 생기면 수술비 주는 ‘성형보험’….
“세상에 이런 보험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너도나도 가입해 아마 대박을 터뜨릴 텐데. 이번 작품은 바로 이런 ‘발칙한 상상’을 바탕으로 한 코미디 뮤지컬이예요.”
다음달 11일 대학로뮤지컬센터에서 개막하는 창작 뮤지컬 <완전보험주식회사>에 출연하는 배우 홍지민(41·사진)은 인터뷰 시작부터 특유의 호탕한 목소리로 작품 자랑을 늘어놓았다. 뮤지컬, 드라마, 영화는 물론 최근에는 예능에까지 진출해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며 주가를 높이고 있는 그가 소극장 뮤지컬에, 그것도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출연한다?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조연인데다 ‘멀티녀’(여러 배역을 한꺼번에 소화하는 여배우)와 앙상블로 활약해요. 이왕 하는 거 앙상블의 진수를 보여줘야죠.”
뮤지컬 <완전…>은 기막히고 위험천만한 아이템으로 보험왕이 되려는 설계사와 보험회사의 눈을 속여 보험금을 타내려는 고객들의 흥미진진한 밀당을 다룬다. 그리고 그 안에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보험사 직원들의 애환과 가족, 사랑, 상처라는 보편적 소재를 함께 버무려낸다. 홍씨는 연하남과 몰래 연애하는 보험사 직원, 이혼을 앞 둔 여자, 홈쇼핑 쇼호스트, 보험사 고객 등 무려 1인4역을 연기한다.
“2012년에 창작 뮤지컬 <내사랑 내곁에>를 하고 난 뒤 너무 힘들어 절대, 다시는 창작은 안 한다고 다짐했는데…. 엄마들이 첫 애 낳고 다시는 안 낳는다고 해 놓고 또 둘째 낳는 것과 같달까? 캐릭터를 반죽해 나가는 매력이 큰 창작 작품은 꼭 마약 같아요.”그는 대학로 뮤지컬이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했다. 홍씨 말고도 정상훈·박훈·임기홍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도 함께 출연한다. 모두 차비와 밥값도 안 되는 개런티를 받고 합류한 터다.
‘잘 나가는 배우들’이 뭉치니 아이디어도 만발이다. “창작에선 연출가 뿐 아니라 배우들의 아이디어와 애드리브도 중요한데, 다들 아이디어가 너무 넘쳐 진도가 잘 안 나가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느라. 너무 빵 터지는 아이디어가 많아 웃느라 연습이 중단될 지경이죠.”
홍지민은 올해로 데뷔 18년차다. 중 3때 연극 <유리동물원>을 보고 막연히 배우를 꿈꿨고, 대학 졸업반 때 처음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보고 ‘뮤지컬 배우’로 꿈을 굳혔다. 서울예술단에 입단해 뮤지컬에 첫 발을 내딛은 뒤, 풍부한 성량과 ‘푸근하고 넉넉한’ 외모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왔다. “살 빼서 예뻐지고픈 욕구가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세상엔 다양한 인간군상이 있잖아요? 그걸 표현하려면 저 같은 배우도 필요하죠. 사실 다이어트가 그리 절실하진 않아요. 아직까진 이런 스스로가 소중하고 사랑스러우니까요.”
여배우로서 정상의 자리에 올랐고 이제 나이도 40대에 접어들었지만, 그는 여전히 ‘도전’을 즐긴다. 최근에는 클래식 발성을 배우기 위해 레슨도 받고 있다. “저 꿈이 많아요. <오페라의 유령>의 카롯타 역할 탐나요. 아, <레 미제라블>의 에포닌과 <미스사이공>의 킴 역할도 아직 포기 못했어요. 아하하핫. 그 배역들은 파워풀한 발성보단 클래식 발성이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언젠간 솔로음반도 꼭 낼 거예요. 힘들 때 용기를 주는 노래들을 담은 음반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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