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벽(왼쪽) 전 미시간대 교수, 만화가 재수(오른쪽). 사진 해냄 제공
[문화‘랑’]
만화 ‘감정코치 K’, 적나라한 묘사
500여 상담사례서 공통경향 추려
만화 ‘감정코치 K’, 적나라한 묘사
500여 상담사례서 공통경향 추려
‘진상한테 잘 보이면 상점도 팍팍 준대. 어케 좀 잘 비벼봐.’ ‘내가 볼 땐 말야, 우리 담임은 생리하는 날이면 벌점을 잘 줘. 몰랐어? 난 담임 생리주기 다 꿰고 다니는데 ㅋㅋ’ ‘진짜?’ ‘존나 ㅋㅋㅋ’
중·고등학교 상담교사 K의 눈으로 학교 안을 바라본 만화 <감정코치 K>(해냄), 어른들에게는 다소 충격적일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이 생활하는 중·고등학교 교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담은 탓이다. 특목고 진학률 1위의 영예를 지키는 게 목표인 열공중학교, 그곳에서 벌점과 상점을 두고 벌이는 아이의 대화, 외국어고 1차에 합격한 전교 1등에겐 무작정 관대하고, 이른바 문제아에게는 벌점을 남발하고 정당한 항변에도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선생님들…. 만화를 펼쳐든 부모들은 “설마?”라고 의문을 갖겠지만, 중고생 자녀에게 어떠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레알~, 우리 학교랑 똑같아”라는 답변이 나올 것이다.
같은 반 아이들에게 투명인간 취급받으며 점점 삐뚤어지는 아이, 얼굴에 화장을 덕지덕지 하고 다녀 ‘화떡’이라는 놀림을 받지만 외모에 더 몰입하는 여중생, 친구를 만들기 위해 돈과 선물로 고군분투하지만 더 무시당하는 전학생, 그리고 무기력한 선생님…. <감정코치 K> 1, 2권에 실린 8편의 에피소드는 우리 중·고등학교에서 일상처럼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500여건의 실제 상담 사례를 보고, 그 가운데 공통적인 경향을 추려 극화했다. 결손가정 등 특이한 사례는 오히려 제외하고 보통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 어른보다 청소년이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담았다.” 스토리를 쓴 이진(사진 가운데) 작가는 “그나마 내부 논의 과정에서 너무 심한 내용이라고 해 다듬고 순화한 게 그 정도”라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 만화의 소재는 심리치료사인 최성애 감정코칭협회 회장과 ‘청소년 희망멘토’로 불리는 조벽(왼쪽) 전 미시간대 교수가 직접 상담한 500여건의 사례로 이진 작가가 극화했고, 만화가 재수(오른쪽)가 그림으로 옮겼다. 만화에 나오는 전문 상담기법, 교사와 아이 사이의 관계 등도 이들의 자문을 구했다.
이진 작가는 “책을 본 어른들은 욕설 등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우려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의 현실을 대변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말한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학교가 아니라, 아이들이 실제 생활하고 접촉하는 현실 속의 학교를 감정코치 K라는 상담교사를 통해 보여주면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에게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가는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발산하는 줄 모른다. 그저 스마트폰으로 리플, 악플 달고 욕하는 정도를 자기표현 수단으로 생각한다. 아이들이 이 만화를 통해 자신을 좋은 방식으로 남에게 드러내는 기술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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