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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추억과 실험 한 자리에…5년만의 서태지 공연

등록 2014-10-19 14:08수정 2014-10-19 21:14

가수 서태지가 18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의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을 열어 노래하고 있다. 그는 20일 동화를 콘셉트로 한 9집 를 발표한다. 서태지컴퍼니 제공
가수 서태지가 18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의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을 열어 노래하고 있다. 그는 20일 동화를 콘셉트로 한 9집 를 발표한다. 서태지컴퍼니 제공
신곡 ‘소격동’ ‘크리스말로윈’ 외 ‘시대유감’ ‘하여가’ 선봬
18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은 마치 핼러윈데이 파티장 같았다. 호박을 머리에 쓰거나 마녀, 산타 분장을 한 이들이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장난치고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앞에는 커다란 호박과 고성을 형상화한 대형 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저녁 7시가 되자 모든 불이 꺼지고 깜깜해졌다. 2만여 관객들은 숨죽인 채 침을 꿀꺽 삼켰다. 무대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영상이 비쳤다. 영상의 숲속 고성이 으스스하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긴장해!” 외마디 소리가 터져나왔다. 가수 서태지의 5년 만의 컴백 무대 ‘크리스말로윈’의 시작을 알리는 선포 같았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흐르는 가운데 하얀 블라우스에 검은 연미복 차림의 서태지가 등장했다. 웬 발라드를 부르나 했는데 알고 보니 5년 전 발표한 8집 수록곡 ‘모아이’였다. 경쾌한 리듬의 갖은 전자음으로 이뤄진 원곡은 피아노와 목소리만의 애잔한 발라드로 새롭게 변신했다.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는데도 팬들은 금세 알아채고 노래를 따라불렀다.

최근 부쩍 많이 들어 익숙해진 전주가 흘렀다. ‘소격동’이었다. 서태지가 9집 <콰이어트 나이트> 발매에 앞서 선공개한 싱글이다. 아이유 버전과 서태지 버전 두 가지를 잇따라 공개했었다. 전주가 흐르는 가운데 무대 왼쪽 계단에서 아이유가 등장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1절이 끝나고 이번에는 오른쪽 계단에서 서태지가 등장해 2절을 노래했다. 계단을 내려온 둘은 무대 가운데서 마주하고 함께 노래했다. 각각 따로 ‘소격동’을 불렀던 둘이 처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순간이었다. 노래가 끝나자 남자 관객들은 “아이유”를 외쳤고, 여자 관객들은 “서태지”를 외쳤다.

가수 서태지가 18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의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을 열어 노래하고 있다. 그는 20일 동화를 콘셉트로 한 9집 를 발표한다. 서태지컴퍼니 제공
가수 서태지가 18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의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을 열어 노래하고 있다. 그는 20일 동화를 콘셉트로 한 9집 를 발표한다. 서태지컴퍼니 제공

서태지는 이어 ‘크리스말로윈’을 불렀다. 9집 타이틀곡으로, 공연 이틀 전 깜짝 공개해 10개 음원차트를 휩쓴 노래다. 화려한 조명과 현란한 연주가 어우러진 무대에 관객들은 몸을 들썩이며 빠져들었다. 마지막 순간 무대 한켠에 있던 호박이 반으로 갈라지고 그 안에 있던 소녀가 앳된 목소리로 끝 소절을 불렀다. 그야말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분위기였다.

‘버뮤다 트라이앵글’까지 부르고 난 서태지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보고 싶었어요. 너무 오랜만이죠? 5년 만에 여러분 앞에 섰어요. 한자리에 모인 여러분 보니 정말 좋네요. 남탕이야, 근데. 나 남자들 싫어하는데. (제가) 너무 늦게 나왔어요. 그래서 여러분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곡을 준비했어요. ‘내 모든 것’ 들려드릴게요.”

가수 서태지가 18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의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을 열어 노래하고 있다. 그는 20일 동화를 콘셉트로 한 9집 를 발표한다. 서태지컴퍼니 제공
가수 서태지가 18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의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을 열어 노래하고 있다. 그는 20일 동화를 콘셉트로 한 9집 를 발표한다. 서태지컴퍼니 제공

1992년 발표한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앨범 수록곡 ‘내 모든 것’을 록 버전으로 들려주었다. “22년 만에 불렀네요. 자, 이제 몸 한번 풀어보죠.” 서태지와 아이들 4집 수록곡 ‘시대유감’이 흐르자 서태지와 관객들은 하나가 된 듯 손을 치켜들고 점프했다.

이어 서태지는 20일 발표할 9집 수록곡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동화·동요 콘셉트의 ‘숲속의 파이터’를 부를 때 객석 위로 사슴이 끄는 썰매가 날아다녀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잃어버린’, ‘프리즌 브레이크’까지 잇따라 들려주는 동안 관객들은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신곡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가수 서태지가 18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의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을 열어 노래하고 있다. 그는 20일 동화를 콘셉트로 한 9집 를 발표한다. 서태지컴퍼니 제공
가수 서태지가 18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의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을 열어 노래하고 있다. 그는 20일 동화를 콘셉트로 한 9집 를 발표한다. 서태지컴퍼니 제공

“생소한 노래 3곡이었습니다. 이제 생소하지 않게 옛날 노래 할게요. <응답하라 1994> 봤죠? 거기서 20여년 만에 리메이크된 ‘너에게’가 다시 사랑받으면서 여러분들 생각 많이 났어요. 여러분들 꼬꼬마 시절의 노래 ‘너에게’ 들려드릴게요.” 서태지와 아이들 2집 수록곡 ‘너에게’는 팬들에게 바치는 노래다.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가수 서태지가 18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의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을 열어 노래하고 있다. 그는 20일 동화를 콘셉트로 한 9집 를 발표한다. 서태지컴퍼니 제공
가수 서태지가 18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의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을 열어 노래하고 있다. 그는 20일 동화를 콘셉트로 한 9집 를 발표한다. 서태지컴퍼니 제공

“여러분들 좋아하는 90년대 스타들 많죠? 우리의 별이었던 90년대 스타들과 여러분의 인생도 저물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물간 가수, 별볼일 없는 가수가 들려드립니다.” 당황스러운 얘기로 객석을 싸하게 만들고 부른 노래는 ‘나인티스 아이콘’. 90년대 스타가 90년대를 돌아보는 내용의 9집 수록곡이다. 자신을 고스란히 투영한 노래인 셈이다.

가수 서태지가 18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의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을 열어 노래하고 있다. 그는 20일 동화를 콘셉트로 한 9집 를 발표한다. 서태지컴퍼니 제공
가수 서태지가 18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의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을 열어 노래하고 있다. 그는 20일 동화를 콘셉트로 한 9집 를 발표한다. 서태지컴퍼니 제공

서태지는 90년대의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컴백홈’, ‘교실이데아’, ‘하여가’ 등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명곡들을 줄줄이 들려주었다. 양현석과 이주노 대신 서태지 옆에 자리한 이들은 래퍼 스윙스와 바스코였다. 이들은 힙합·록·댄스음악을 가로지르는 서태지와 아이들 음악을 닮은 듯 색다르게 구현해냈다. 관객들 또한 90년대 한가운데로 다시 돌아간 듯했다. ‘하여가’를 마지막으로 서태지는 무대 뒤로 사라졌다.

가수 서태지가 18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의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을 열어 노래하고 있다. 그는 20일 동화를 콘셉트로 한 9집 를 발표한다. 서태지컴퍼니 제공
가수 서태지가 18일 저녁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년 만의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을 열어 노래하고 있다. 그는 20일 동화를 콘셉트로 한 9집 를 발표한다. 서태지컴퍼니 제공

하얀 연미복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타난 서태지는 앙코르 곡으로 ‘테이크 파이브’를 불렀다.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이후 2년여 만인 1998년 돌아와 발표한 솔로 앨범 수록곡이다. “내겐 좋은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 쉽지 않은 건 같은 자리에 있었어/ …내가 너를 만난 건 행운이었어/ 이젠 너를 통해서 내가 살아가고 있어.” 공연장을 찾은 오랜 팬들에게 하고픈 말을 대신하는 노래 같았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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