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술관 플라토의 글라스 파빌리온에 설치된 조민석 작가의 ‘링돔’. 750개의 훌라후프를 엮어 만든 대형 구조물이다. 삼성미술관 플라토 제공
플라토 미술관 ‘조민석 건축전’
베니스건축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차세대 대표 건축가의 12년 결실
도면·공모안 망라한 ‘이전 전시장’
건축 영상자료 펼친 ‘이후 전시장’
완성 전후로 흑백 공간 나눠 조망
베니스건축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차세대 대표 건축가의 12년 결실
도면·공모안 망라한 ‘이전 전시장’
건축 영상자료 펼친 ‘이후 전시장’
완성 전후로 흑백 공간 나눠 조망
건축전은 대개 회화나 조각 작품 전시와 달리 그 개념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설계도면은 해독이 쉽지 않고, 실제 건물을 전시 공간에 옮겨올 수 없는 탓에 감동도 떨어진다. 더욱이 완성된 건축물에 주목할 뿐, 건축가의 머릿속 구상이 인부들의 노동으로 구현되고,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변형되고 사라지는 ‘과정’에는 크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순수예술을 다뤄온 삼성미술관 플라토는 기존 건축전의 이런 한계를 넘어서려는 조금 색다른 전시를 기획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건축가로 평가받는 조민석(48) 작가의 건축세계를 다룬 ‘매스스터디스 건축하기 전/후’전이다.
지난 2003년 건축사무소 매스스터디스를 설립한 조민석 작가는 파주 헤이리 출판단지의 ‘딸기 테마파크’ , 제주도 다음 사옥 ‘다음 스페이스닷원’, 서울 서초구 고급오피스텔 ‘부티크 모나코’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많은 건축물들을 설계했다. 지난 7월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에서 남북한의 독특한 건축 발전 양상을 다룬 한국관을 선보여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뒤 이름 값이 더욱 올라갔다.
매스스터디스 설립 이후 지난 12년 동안 조민석 작가가 진행한 69건의 건축 프로젝트를 조망하는 이번 전시는 일단 규모의 방대함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기획전시실 2곳을 비롯한 미술관 전체를 전시공간으로 할애했다. 특히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뎅의 걸작 ‘지옥의 문’과 ‘깔레의 시민’을 상설전시하기 위해 만든 글라스 파빌리온에는 750개의 훌라후프를 엮어 만든 지름 9m인 원형 구조물 ‘링돔’이 설치됐다. 그동안 뉴욕, 밀라노, 요코하마 등 주요 도시의 빈터에 설치됐던 조 작가의 ‘링돔’을 아예 미술관 안으로 들여온 것이다. 플라토미술관은 “공공성을 중시하는 조 작가의 건축 특성을 전시에 반영하고자 전시 기간동안 글라스파빌리온을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무료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누구든 로뎅의 명작과 조 작가의 링돔을 감상할 수 있다. 작가의 주요 건축 작품을 완성 ‘이전’(Before)과 ‘이후’(After)로 나눠 흑백의 전시공간에 분리배치한 것도 특징적이다. ‘이전’ 전시장에는 주요 작품의 도면, 각종 디자인 공모안은 물론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 사이공 파이넌스 센터 등 완성된 건축물의 모형, 벌집을 압축한 듯한 호리병 모양의 미래 주거공간 모형까지 모두 망라됐다. 관람객이 모듈을 조립(다음 스페이스닷원)하거나 소형 카메라로 모형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대전대학교 생활관) 하는 등 다양한 장치도 마련했다.
‘이후’ 전시장은 완성된 건축물을 사진, 영상자료 등을 통해 꼼꼼히 살핀다. 조 작가의 애초 의도와 달리 건축물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된 모습까지 담았다. 어린이 놀이시설로 지어진 건물 옥상이 농장으로 바뀐 ‘딸기 테마파크’, 대안교육을 추구하던 교사 부부의 주문으로 자연과 호흡하는 열린 공간으로 지어졌지만 이제 게스트하우스로 변모한 ‘픽셀 하우스’ 등이 대표적이다. 작가가 설계한 다양한 건축물 사진 한 컷 한컷을 숨가쁘게 점멸하는 방식으로 구성한 영상작품도 눈길을 끈다. 건물의 생성과 사멸이 한눈에 읽을 수 있는 한편의 다큐영화를 보는 듯하다. 다만 미실현 구상, 낙선한 공모안까지 조민석 작가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드러내려다 보니 전시가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조민석 작가는 “완성된 건축물을 보여주는 서구적 개념이 아니라, 난삽하고 복잡한 건축 이전의 과정과 건축물이 완성된 뒤 자체의 생명력을 가지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모두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플라토는 설계도면과 모형, 사진 및 영상자료 등을 통해 조민석 작가의 건축 작품을 완성 ‘이전’(사진)과 완성 뒤 변화 과정까지 담은 ‘이후’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
플라토는 설계도면과 모형, 사진 및 영상자료 등을 통해 조민석 작가의 건축 작품을 완성 ‘이전’과 완성 뒤 변화 과정까지 담은 ‘이후’(사진)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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