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균요향료(주천영), 청가라쓰호(나카지토 다로우에몬)
한중북일 회령도자전
중국 뿌리…한반도 거쳐 일본으로
투박한 몸체와 유약 ‘극적인 대비’
중국 뿌리…한반도 거쳐 일본으로
투박한 몸체와 유약 ‘극적인 대비’
모양새가 일정하지 않다. 작은 찻잔부터 접시, 사발, 달항아리까지 조금씩 뒤틀리고 때로는 심하게 일그러졌다. 표면도 대부분 까칠하다. 하지만 투박한 몸체를 감싼 유약의 빛깔은 화려함을 넘어, 오묘하다. 황톳물이 흐르다 멈춘 듯, 코발트색 물감을 마구 휘저어 섞은 듯, 때로는 분출한 용암이 식지 않고 붉은 불덩이로 눌어붙은 듯하다. 하지만 자기의 굽 부분엔 아무런 치장이 없다.
‘유약의 미학, 한중북일 회령도자전’(롯데갤러리)에 나온 200여점의 도자기는 화려하게 치장한 옷깃 사이로 드러난 흙 묻은 맨살처럼, 극적인 대비를 통해 질박한 회령 도자기의 속살을 드러낸다.
함경북도 회령을 중심으로 한 두만강 유역에서 나온 질 좋은 점토로 빚어온 회령도자기의 뿌리는 중국이다. 금나라가 중국 하남성의 주요 가마(균요)를 지배하던 12세기엔 금 왕실에서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금은 세력이 약화되자 자신의 근거지인 흑룡강성 일대로 균요의 도공들을 이주시켰고, 이들은 질 좋은 점토와 땔감이 많은 회령 운두산 자락에 가마를 짓고 도자기를 생산했다. 조선 세종 때 우리 영토로 편입된 뒤 회령의 도자기는 한반도 북부지방 사람들의 민간공예품, 생활용기로 자리잡았다. 1300℃ 고온에서 구워 열에 잘 견디고, 굽과 밑바닥엔 유약을 바르지 않은 회령도자기는 추운 날씨 탓에 그릇을 불 위에 바로 올려 사용하는 이들의 생활 특성에 잘 맞았다. 또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지푸라기재로 유약을 만들고 장석을 이용한 유색으로 화려하게 꾸몄다. 하지만 남쪽에선 청자나 백자에 견줘 전혀 대접받지 못했다. 형태가 일정치 않은 반면, 채색이 너무 화려한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물론, 임진왜란 때 일본 가라쓰 지역으로 전해진 회령도자기는 일본인들의 애호품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전시에선 회령도자기의 이런 역정을 살필 수 있다. 중국의 회령도자기 장인 격인 대사도예가 묘장강과 주천영이 화병, 향로 등 기기묘묘한 회령도자기를 통해 그 뿌리를 보여준다. 일본에서 14대에 걸쳐 무려 420년 동안 회령도자기를 구워온 나카자토 다로우에몬 가문의 다양한 작품과 함께 가와카미 기요미, 마루타 무네히코 등 3명의 도예가 작품도 눈을 사로잡는다. 이정환, 이규탁, 김경수 등 완성도 높은 회령도자기를 구현해온 한국 도예가 3명도 작품을 내놓았다. 19세기에 만들어진 북한 회령도자기 3점도 함께 선보였다. 2월1일까지 (02)726-4456.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사진 롯데갤러리 제공
왼쪽부터 까치회령다완(가와카미 기요미), 회령연잎문발(이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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