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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아픈 가족사’ 피카소 손녀 “할아버지 작품 대거 팔 것”

등록 2015-02-05 20:04

화가 파블로 피카소 생전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화가 파블로 피카소 생전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어린 시절 냉대…300점 상속 받아
“작품가격 급락하나” 미술계 술렁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손녀가 자신이 유산으로 받은 피카소의 미술작품들을 대거 팔겠다고 밝히면서 미술계가 술렁이고 있다. 미술계는 피카소 작품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작품 값이 급락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4일 전했다.

피카소의 손녀인 마리나는 유산으로 피카소 미술작품 300여점을 상속받았다. 피카소 작품 중 가족 등에게 상속된 미술작품은 약 1만여점에 이른다. 그는 “작품들을 (경매 등을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하나씩 하나씩 필요에 따라 내다 팔 것”이라고 말했다. 피카소 작품에 대한 전문 사이트를 운영하는 미국 텍사스의 샘 휴스턴 스테이트 대학의 엔리케 말렌 교수는 “피카소의 작품을 갖고 있는 사람 중에 피카소 작품 판매에 속도를 내는 이는 마리나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나가 할아버지의 작품을 대거 팔려고 하는 이유에는 아픈 가족사가 자리잡고 있다. 마리나는 피카소가 첫번째 부인인 올가 호흘로바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인 파울로에게서 태어난 딸이다. 마리나의 아버지 파울로는 할아버지의 운전기사 노릇을 하며 돈을 구걸하며 살던 신세였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한 뒤 알코올 중독에 빠졌고, 할아버지 피카소는 손녀인 그와 오빠인 파블리토에게 무관심했다. 피카소가 숨졌을 때 피카소의 두번째 부인인 자클린 로크는 파블리토의 장례식 참석을 막았고, 파블리토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자 자살했다. 마리나도 오빠의 죽음 등으로 15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유산으로 받은 할아버지의 작품들은 할아버지에 대한 분노 때문에 한때 벽 쪽으로 작품을 돌려세워 놓았다. 그는 맨 처음 내다 팔 작품으로 피카소의 1935년작 ‘라 파밀리’(가족)를 꼽았다. 그는 “나는 대가족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나의 가족은 가족이 아니었다”며 “나는 아버지를 본 적이 매우 드물었고, 나에게 할아버지는 없다”고 말했다.

피카소가 첫번째 부인 올가 호흘로바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인파울로를 통해 얻은 손녀 마리나와 손자 파블리토의 어렸을 때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피카소가 첫번째 부인 올가 호흘로바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인파울로를 통해 얻은 손녀 마리나와 손자 파블리토의 어렸을 때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피카소는 평생 가깝게 지냈던 여성만 7명에 이르지만, 결혼은 두 번만 했다. 첫 부인과, 동거했던 두 명의 여성 사이에 모두 4명의 자식을 뒀다. 피카소 사후 마리나는 유산 상속을 예상하지 못했으나, 일부 작품과 빌라를 상속받았다. 그는 “사람들은 내가 유산을 상속받은 데 대해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도 감사한다. 하지만 그건 사랑이 없는 유산이었다”고 말했다.

피카소가 한때 동거했던 마리테레즈 발테르를 통해 얻은 또다른 손자는 “할아버지가 모든 일의 원인은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마리나의 어머니에게 돈을 줘도 한번에 써버릴까봐, 손자들 교육비를 직접 지급했다”고 말했다.

마리나는 다섯 아이를 두고 있는데 이 중 셋은 베트남에서 입양했다. 그는 피카소의 작품을 팔아서 베트남과 프랑스의 병원 등을 후원할 예정이다. 그는 “나는 지금 현재에 살고 있다. 과거는 과거로 둘 생각이다. 하지만 결코 잊지는 못한다. 나는 피카소의 손녀지만, 피카소의 가슴속에서도 그랬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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