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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진화하는 한국건축 궤적을 따라 걷다

등록 2015-03-03 19:41

박길룡 교수 ‘한국 현대건축 평전’ 펴내
‘60년 건축사’ 새롭게 정리한
‘한국현대건축의 유전자’ 개정판
최근 10년간 건축계 변화 담아
한국전쟁의 참화가 휩쓸고 간 1952년 서울, 호텔이라고는 일제가 남기고 간 조선호텔과 반도호텔 정도였다. 그나마 전쟁 통에 부서진 이곳을 육군공병단을 동원해 복구하고, 중립국 감시단과 원조단체 등 외국인의 거처로 사용했다. 1954년 서울 종로 2가에 내력벽과 벽돌로 쌓아올린 계영빌딩이 들어섰다. 건물을 설계한 강명구는 이승만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미국에 건너가 건축가들에게 기술적 문제 등에 대한 자문까지 구했다. 언론은 이 자그마한 건물을 “부흥의 봄, 활기찬 재건”의 상징으로 평가했다.

1960~80년대 한국 모더니즘 건축을 이끈 두 거장 김중업(1922~1988)과 김수근(1931~1986)은 일생 동안 서로 다른 궤적을 그렸다. 주한프랑스대사관, 국제방송센터IBC 등을 설계한 김중업은 낭만적, 감정적, 개인적 건축을 지향하며 외로운 길을 걸었다. 반면 세운상가, 공간사옥 등을 설계한 김수근은 논리적, 조직적 건축을 선호하며 수많은 계승자들을 남겼다. 1965년~71년 김수근이 설계한 국립부여박물관을 두고 김중업은 일본 신사를 차용했다는 ‘왜색 논란’을 제기했고, 김수근은 ‘김수근 스타일’이라 맞서는 등 두 사람은 시대의 라이벌로 충돌하기도 했다.

1950년대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 메가시티 서울을 건설하고, 남한 곳곳을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시킨 한국 건축 60년 역사를 정리한 비평서가 나왔다. 한국 건축계의 석학으로 평가받는 박길룡(69) 국민대 건축대학 명예교수의 <한국 현대건축 평전>(공간서가)이다. 저자 스스로 “한국 모더니즘 건축의 행로를 되밟는 통사”로 평가한 책은 지난 2005년 낸 <한국현대건축의 유전자>의 개정증보판이다. 지난 10년 건축계의 변화를 담고,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다시 다듬었다. 저자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하거나 개별 건물을 비판하지 않는다. 특정 건축물과 건축 행위에 담긴 역사적 의미와 한계, 우리 건축사에 남긴 의미 등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우리 건축의 다양한 종파와 변이, 진화 양상을 온전히 담아냈다.

1960~66년 설계부터 시공까지 대외 원조로 지어진 쌍둥이 건물인 미국 대외원조기관(USOM) 청사가 현재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주한미국대사관으로 사용된 역사적 내력부터 국회의사당, 세종문화회관, 정부종합청사 등 국가 주도의 건축물 설계 공모와 실제 건축에 얽힌 얘기, 그 과정에서 건축가의 애초 구상이 어떻게 변형됐는지 살핀다. 또 콘크리트로 한옥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려는 고민에서 출발했지만 광화문, 민속박물관 등으로 현실화되면서 ‘목조인 듯 시치미 떼는 양식’으로 1980년대까지 지속된 콘크리트 문화재의 문제점도 되짚는다. 상징적인 건축물뿐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아파트로 1950년대 부유층의 신주거 공간이었던 서울 종암아파트(1957~58년)부터 목동, 신정동 신시가지 개발 등 주택 건설의 변천도 함께 살핀다. 또 1955년 6월 창간된 대한건축학회지 <건축>에 그동안 실린 각종 기고 내용 분석 등을 통해 건축계의 이론적, 지적 한계도 다뤘다. 특히 박길룡 교수가 직접 보고, 겪은 얘기를 253개의 건축물 이미지와 함께 생생하게 풀어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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