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등굣길에 조는 수현. 잘생겨서 멋있어 보이지만, 사실 너무 안쓰러운 장면이다.
[토요판] 위근우의 웹툰 내비게이터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의 지늉 작가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의 지늉 작가
얼마 전 모 일간지에서 ‘달관세대’라는 용어로 동시대의 20대에 대해 소개하는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중에도 즐거움을 찾아내는 말 그대로 달관의 자세를 지닌 세대라는 건데, 이를 달관이라 표현하는 것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그 기사를 쓴 이의 눈에 20대는, 오늘 소개할 웹툰 제목 그대로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인 건 아닐까.
이토록 시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제목을 붙인 지늉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20대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세상은 청춘이라 포장하는데, 정작 스스로를 청춘이라 부르지 못하는’ 이들이라고. 아르바이트를 세개씩 뛰고 통학에만 세시간을 써야 하는 주인공 남수현의 빡빡한 일정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그렇다. 작가 스스로도 ‘삼포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설정한 그에게 대학생활은 낭만도 재미도 없는, 그나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학점과 졸업장이라는 스펙을 쌓을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일터다.
역시 실제 대학생활을 잘 담아낸 <치즈 인 더 트랩>과 마찬가지로 <멀리서 보면 푸른 봄>에서도 조별 과제가 주요 갈등으로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스펙을 얻기 위한 대학에서 조원 모두에게 같은 점수가 돌아가는 조별 과제는 적게 투자하고 많이 벌기 위한 투기의 장이 된다. 게으름을 부리되 또한 성실한 조원에게 묻어가 점수는 따려 한다. 사회와 다른 게 있다면 이런 반칙을 의리라는 말로 대충 퉁치고 넘어갈 수 있다는 것뿐이다. 수현이 이 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건, 남달리 윤리적이라서가 아니라 이미 그에게 대학은 낭만을 거둬낸 진흙탕이기 때문이다. 역시 주인공이자 1학년인 여준이 왜 조원들을 믿지 않느냐고 물을 때 수현은 “항상 최악의 상황을 준비해둬야 일에 하자가 없는 법”이라 말한다. 그에겐 에이플러스가 필요하고, 이기적인 조원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하여 그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는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눈이라도 잠깐 붙이는 게 낫다.
과연 이것을 달관이라 부를 수 있을까. 편의점 아르바이트에서 챙긴 유통기한 지난 샌드위치에 만족하는 것을, 남들의 시선 따위 어떻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자기 현실을 받아들이고 어쨌든 살아가고 있으니 칭찬해주면 되는 걸까. 하지만 “한때 꿈과 희망과 인기라는 게 있던” 청춘이 그 모든 걸 현실 때문에 놓아버린다면 그건 달관이 아닌 포기다.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해 미련 두지 않으려 애쓰는 이들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연민이어야지 기특함이 아니다. <멀리서 보면 푸른 봄>이 수작인 건, 동시대 청춘의 고달픔을 쉽게 응원하기보다는 그들이 무엇을 왜 박탈당했는지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달관세대’를 말하는 기성세대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위근우 매거진 <아이즈>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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