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별채 개념을 차용해 단출한 현대식 주거공간을 설계한 권경은의 ‘신창동. 별채’ 권경은씨 제공
서촌지상소서 네번째 전시
조립식 주택·도시의 방 한칸 등
조립식 주택·도시의 방 한칸 등
건축가는 돈 많은 사람들의 집만 지어 준다? “천만의 말씀.” 건축가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많은 건축가들이 평범한 서민들이 살아가는 작고 아담한 집을 설계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열평 남짓한 작은 집에 대한 설계를 맡길 엄두도 못 낸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몸집을 키우는 데 급급한 건축 현실에서 ‘최소’를 화두로 집을 성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건축 전문 갤러리 서촌 지상소(On ground)에서 6일부터 시작된 ‘최소의 집’ 건축전이다.
박종민 건축가(스튜디오 모프)는 버려진 농가, 오래된 창고, 담장만 덩그러니 남은 마당에 조그만 조립식 주택을 설치했다. ‘벽속의 집’이다. 오랜 시간 우리와 삶을 함께했지만 이제 버려진 농촌의 주거 흔적을 지우지 않고, 시간과 자연환경은 물론 기억의 풍경까지 회복하는 ‘최소의 집’인 셈이다.
권경은 건축가(유경건축)는 차 한대를 세울 주차공간과 방 한 칸만 딸린 ‘별채’를 제안했다. 한옥의 별채 개념을 차용한 단출한 현대적 주거공간으로 집이 소유나 욕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권현효 건축가(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는 마당 한가운데 과실나무를 심은 ‘나무와 집’을 선보였다. 자연의 일부인 우리에게 집의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아무리 작아도 과실나무 한 그루와 함께 할 수 있는 집이라면 도시가 살고 사람이 산다는 것이다.
2013년 시작된 ‘최소의 집’ 건축전은 이번이 네번째다. 해마다 두차례씩, 한번에 3명의 건축가가 각자 생각하는 최소의 집 개념을 구체화하는 연작 전시로 5년 동안 지속된다. 기획자인 정영한 아키텍츠 + 건축중독집단 대표소장은 “집에 대한 가치가 급변하는 상황이지만,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두고 30명의 건축가가 최소의 집을 화두로 우리에게 적합한 주거 공간이 무엇인지 탐색하려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대중과 건축가가 생각하는 집에 대한 인식 차이에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건축가와 대중이 건전하게 만나는 건축전을 지향한다. 31일까지 이어지는 전시기간 동안 매주 금요일 오후 1~5시엔 과거 이 전시에 참여했던 9명의 건축가와 올해 작품을 낸 3명의 건축가들이 일반인을 상대로 건축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자리도 마련했다. 증개축은 물론, 가족 구성원에게 맞는 나만의 설계 등 궁금한 건 무엇이든 상담할 수 있다. 전시문의 (02)762-9621. 장소문의 070-4610-6814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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