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주의 시대 마감” “또 하나의 개발주의”
“개발주의 시대 마감” “또 하나의 개발주의”
이명박 시장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
‘1%의 가능성’ 으로 뛴 1000일 동안의 에피소드
‘10월1일 새물맞이’를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하며 서울 도심의 하늘 아래 다시 흐르는 청계천은 말 그대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 그것은 환호와 감격의 물길이었다. 그런데 다시 살아난 청계천에 ‘생태문화도시’의 희망이 온전하게 부활했는가를 묻는 아쉬움과 우려의 눈길 또한 없지 않다. 최근 청계천의 역사적 복원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두 갈래 시선의 책들이 나란히 출간됐다.
모두 청계천 복원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던 이들이 낸 책으로, 하나는 청계천 복원을 앞장서 추진했던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랜덤하우스중앙 펴냄)이고, 다른 하나는 복원사업의 방향을 비판해온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의 <생태문화도시, 서울을 찾아서>(현실문화연구 펴냄)다.
하나는 온갖 난관들을 극복하며 사업을 이끌어온 이가 풀어내는 감격스런 회고이며, 다른 하나는 서울을 대표하는 역사유적이자 자연하천인 청계천의 잘못된 복원에 대한 우려다.
먼저,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는 여러 반발과 반대를 무릅쓰고 청계천 복원을 설득하며 추진해온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회고록이다. “보라. 1000일 동안 밤낮없이 뛰고 뛴 결과, 죽었던 청계천에 새 생명의 맑은 물이 쏟아져 흐르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자신감이 있다. ”덧붙여 말하고 싶은 것은 나보다 청계천 복원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보다 더 열심히 할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는 점이다.” 그는 모두가 말리던 시절에 “1%의 가능성을 찾아서” 청계천 복원 프로젝트를 결심했던 기억들을 돌이킨다. 상인, 교통, 문화재 등 숱한 문제들이 얽히고 섥힌 가운데, 도심 고가도로를 철거해 죽어 있던 도심을 살리려는 미국 보스턴의 ‘빅 딕’(Big Dig) 프로젝트에 큰 감명을 받아 청계천의 미래 모습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한때 ‘이명박 신화’라는 말로 개발주의를 상징했던 인물인 그에게 그것은 ‘개발의 그늘’을 청산하는 일이었다. “이왕이면 나는 이 땅에 배어 있는 개발 시대의 흔적을 다 걷어내고 싶었다.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사회로 만들어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고, 문화를 즐기면서 쾌적한 환경에 살게 하고 싶었다. ‘서울 시장이 되자!’ 이것은 현실적인 목표였다.” 그는 이 책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반대자와 상인들을 적극 설득하고, 문화재 훼손 논란 등 갑작스레 터져나온 여러 문제들을 풀며 헤쳐온 지난 1000일의 어려움과 기쁨, 자부심을 여러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이 시장은 “살아 돌아온 청계천은… 개발주의의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생명 중심의 새로운 가치를 좇아 서울이 세계 속의 도시로 새롭게 태어났다는 선언”이라고 단언한다.
홍성태 교수 ‘생태문화도시, 서울을 찾아서’
‘복원’ 은 온데간데없고 신개발주의 상징이 됐다
이런 생명 가치 선언과는 다르게,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에 대한 비판도 역시 이어진다. 서울시의 사업 방향을 비판해온 홍성태 교수는 근대화와 서울의 역사 그리고 청계천 사업을 ‘생태문화도시’의 관점에서 다룬 신간 <생태문화도시, 서울을 찾아서>에서 이 시장의 청계천 복원을 오히려 ‘또 하나의 개발주의’라는 시각으로 바라본다.
홍 교수는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복원 사업은 사실상 청계천 파괴사업이면서 대대적 도심개발사업”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역사유적이자 자연하천인 청계천의 본래 모습을 최대한으로 되살리는 ‘복원’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신개발주의의 상징’이 됐다고 그는 말한다. ‘구개발주의’가 자연과 역사를 노골적으로 파괴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추구했다면, ‘신개발주의’는 자연과 역사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처럼 하면서 파괴적 성장을 추구한다고 그는 정의했다.
그는 △구불구불한 하천의 본래 모습이 직선화했고 △인공둔치를 설치한 ‘하천공원’으로 개발됐으며 △청계천의 유적인 호안석축이 없어지고 시멘트 옹벽이 쌓였고 △광통교·수표교 등 다리의 복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들을 들며 청계천은 도심의 ‘하천공원’으로 개발됐다고 바라본다. 그는 “이명박 시장은 ‘이익의 정치’에서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가치의 정치’에서는 크게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청계천은 이처럼 현실로 다가온 생태도시의 부푼 희망들, 그리고 그렇다 해도 지울 수는 없는 그 속의 한계들이 함께 만나는 곳에서 흐르고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복원’ 은 온데간데없고 신개발주의 상징이 됐다
“개발주의 시대 마감” “또 하나의 개발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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