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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25살 때 밀항온 친척들한테 들은 ‘4·3’ 충격이 내 글의 힘”

등록 2015-04-01 19:56수정 2015-04-01 20:44

소설가 김석범씨. 사진 연합뉴스
소설가 김석범씨. 사진 연합뉴스
‘제주4·3평화상’ 첫 수상…재일동포 소설가 김석범씨
“역사가 없으면 인간의 존재도 없다.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은 주검과도 같은 존재다.” 구순을 앞둔 노소설가의 눈빛은 형형했고, 걸음걸이도 꼿꼿했다. ‘4·3’의 비극을 그린 대하소설 <화산도>의 작가 재일동포 김석범(89·사진)씨는 청년 시절부터 평생 ‘4·3’을 화두로 살아왔다. 그는 1일 제주4·3평화재단이 주는 ‘제1회 제주4·3평화상’을 받았다.

김씨의 부모는 일제 강점기인 1927년 오사카로 건너간 직후 그를 낳았다. 그는 4·3을 직접 체험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일본으로 건너오는 제주 사람들을 만나 운명적으로 비극을 알게 됐다. 25살 교토대 학생 시절이었다.

“제주에서 밀항한 여자 친척 두 분을 데리러 대마도(쓰시마섬)에 갔다. 그분들로부터 수십명이 수용된 제주의 유치장에 날마다 트럭이 와서 죽거나 산 사람들을 실어가서 정뜨르(제주공항)에 묻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 충격이 지금도 글쓰는 힘이다.”

그 뒤 6년 만인 57년 그는 일본에 처음으로 4·3을 알린 소설 <까마귀의 죽음>을 발표했다. 76년부터 4·3 대하소설 ‘화산도’를 일본 문예춘추사에서 발행하는 월간 문학지 <문학계>에 연재하기 시작한 그는 97년 집필을 끝냈다. 21년에 걸쳐 200자 원고지 2만2000여장을 써낸 것이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이 수여하는 오사라기 지로 상과 마이니치예술상을 받았다.

그의 소설을 계기로 ‘4·3을 생각하는 모임’이 도쿄와 오사카에 만들어졌고, ‘화산도를 읽는 모임’과 ‘김석범 문학을 읽는 모임’도 결성됐다.

그는 “일본 사람들이 내 작품을 통해 4·3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 나의 젊음, 일생을 바쳤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작품을 완성해냈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지난 2008년 재일동포와 일본인들로 구성된 4·3교류방문단과 함께 찾은 이후 7년 만에 제주에 온 그는 지난 30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하며 “이렇게 희생자에 대해 머리 숙여 명복을 빌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마음이 시원하고 후련해지면서 절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일본의 과거사 청산에 대한 소신을 주요 일간지 등에 발표하고 집회에 참가하면서 그는 재일동포 사회의 평화·인권·생명운동의 중심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4·3평화상 수상에 대해 “일본에서 오래 살고 있고 내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다. 오늘의 제주는 4·3투쟁의 결과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31일 제주4·3연구소가 마련한 환영연에서 그는 일본 유학 시절 4·3 진상규명운동을 함께 했던 강창일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재일동포 지문날인 거부운동에 앞장섰던 김명식 시인과 반갑게 만났다. 김씨는 88년 일본에서 함께 했던 ‘4·3 40주기 추모제’를 회고하며 “그 행사를 통해 문학의 눈이 트였다. 다시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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