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탈루르 엘엔의 개인전 ‘Threshold 임계점 ’
인도 탈루르 엘엔의 개인전 ‘임계점’
지하 전시장이 철공소처럼 변신
“미래를 위해 소비하는 현실 은유”
지하 전시장이 철공소처럼 변신
“미래를 위해 소비하는 현실 은유”
백색의 공간인 갤러리 지하 전시실은 마치 철공소 같다. 날 선 큼직한 이빨을 드러낸 강철 줄톱 뭉텅이가 녹색 노끈에 묶여 쌓여있다. 한 켠에는 희번덕거리는 톱날을 품은 채 뫼비우스의 띠처럼 쉼없이 이어지는 강철판이 영화 속 미래 도시의 금속성 건물처럼 천장으로 솟구친다. 전시실 가장 깊숙한 공간에 설치된 금속 연마용 선반은 굉음을 내며 무서운 속도로 불꽃을 튀키며 철판 띠를 갈아낸다.(사진) 그렇게 톱날을 만들고, 또 날을 세운다.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인근 건물이 갤러리로 변신한 건 이제 낯 설지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표 화랑들이 밀집한 삼청길과 북촌길 일대, 소격동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의 지하 전시장이 흡사 철공소로 변신했다. 전시장 입구에선 갑작스런 기계 가동과 불꽃, 소음에 놀라지 말라는 안내도 한다. 인도작가 탈루르 엘엔(Tallur L.N)의 개인전 때문이다.
거대한 강철 줄톱을 만드는 철공소를 옮겨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설치물들은 해마다 인도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 1명에게 수여되는 스코다상을 수상한 탈루의 어엿한 작품이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뭔가를 준비한다. 하지만 톱날이 만들어지면서 동시에 강철이 갈려 사라지듯, 미래를 위한 준비가 결국 현재 우리를 소비하고 사라지게 하는 현실을 담았다.” 자신의 작품은 나름 심오한 은유라는 얘기다.
1, 2층 전시실엔 나무가 화석화된 규화석에 불상을 새겨 넣어 수천년전 제작된 유물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가공된 역사>, 자위행위를 하는 인간의 몸체와 머리를 분리해 익살스레 표현한 <공기와의 짝짓기>, 짐을 실은 채 걷다 시멘트에 박혀버린 코끼리를 포착한 <수용능력> 등 다양한 조각 작품이 펼쳐진다. 작가는 “아주 오래 전에, 손으로 직접 만든 유물처럼 보이지만 돌을 깎는 3D프린터 등 온전히 기계만 사용해 제작한 작품”이라며 “우리 눈에는 진실인 듯 보이지만 다시 만들어진 가짜들, 그런 가짜를 생산하는 역사나 자본주의를 풍자했다”고 말했다. 6월28일까지.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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