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성적 관계 주도하거나
성담론 풀어내는 내용 인기 끌어
인물간 정서적 교류 부각이 특징
성담론 풀어내는 내용 인기 끌어
인물간 정서적 교류 부각이 특징
여자 어른들은 스마트폰으로 순정만화를 본다.
성인물 위주로 유료만화를 서비스하는 모바일 앱 레진코믹스에선 가입 고객만 보면 남자가 60%를 차지하지만 실제 돈을 내고 만화를 사서 보는 사람들 중에선 여자가 60%로 더 많다. 성인물 시장에선 남자들이 절대다수로 여겨지지만, 혼자 보는 매체인 스마트폰에선 기꺼이 돈을 내고 성인물을 보는 여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또 여자들은 야한 잡지나 동영상을 구할 정도로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성인물이 있다면 지갑을 연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판타지나 로맨스가 대세였던 순정만화에 성적인 묘사가 더해진 성인용 순정만화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사실만 보아도 여자들이 성인물에 갖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2012년부터 네이버북스와 카카오페이지 등 유료만화 채널에서 연재중인 <심장에게 주다>(지완 작가)는 30~4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순정만화다. 부부를 주인공으로 하면서 성적묘사에서도 수위를 높인 이 만화는 주독자를 위한 19금 원본과 보통 순정물의 독자인 10~20대를 위해 각색한 15금 버전 두가지로 나온다.
성인 순정만화는 여자들이 주로 성적 대상이 됐던 기존 성인만화 경향을 바꾸고 있다. 레진코믹스에서도 상처받은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나쁜 상사>(네온비 작가)나 여주인공이 성적인 관계를 주도하는 <세컨드>(안나래 작가), 여자들의 성담론을 솔직하게 풀어낸 <괜찮은 관계>(김인정 작가) 등이 여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여성 만화 전문 모바일 웹서비스 ‘마녀코믹스’를 시작한 서울문화사 콘텐츠기획팀 정선미 기자는 “남성들을 위한 성인만화에선 여성 캐릭터의 외모나 육체가 예쁘게 표현되는 것, 즉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등장인물 간의 감정선이 형성되기도 전에 야한 장면이 나오곤 한다. 반면 여성들이 선호하는 19금 만화의 경우 등장인물 사이의 정서적 감정 교류가 두드러지며 여성만이 아닌 남자 캐릭터들도 함께 등장해 성적 판타지 욕구를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마녀코믹스에 연재중인 19금 만화는 주로 남자 동성애를 다루는 비엘(BL, Boy Love)물이다. <인 앤 아웃>, <파블로프의 고양이>, <흑견의 노예왕자>, <옆집 남자> 같은 비엘물은 꾸준히 10위 안에 드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레진코믹스에서도 <씹어삼키다> 등의 비엘물이 인기다. 보여지는 존재였던 여자들은 남자들 사랑 이야기를 보는 존재가 되려 하고 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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