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 문학평론가 구중서 수원대 명예교수. 사진 김경애 기자
완주 동상서예관 ‘너른뫼 인물예술전’
구중서 교수-하채현씨 남다른 인연
구중서 교수-하채현씨 남다른 인연
시·서·화가 어우러진 원론 문학평론가 구중서(80) 수원대 명예교수의 ‘너른뫼 인문예술전’이 전북 완주군 동상면 동상연구소의 서예관에서 상설전시된다.
1970년대 이래 민족문학 연구와 문인운동에 참여해온 구 교수는 엄혹하고 궁핍했던 시절 “자아도취를 해서라도 용기를 얻고자 좋아하는 글귀를 쓰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뜻밖에 주위에서 격려를 해줘 계속 빠져들었다”며 첫 발표회의 일화를 소개했다. “80년대 초반 민주화운동 기금 마련을 위한 문화예술인 소장품 전시를 할 때 작품 몇점을 처음 선보였어요. 마침 그 직후 독일의 한 재단으로부터 학술행사 초청을 받았는데, 고 김용태 민예총 이사장이 내 작품 판매 수익금이라며 여비를 챙겨줘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죠.”
완주군 동상면 수만리에 있는 동상서예관은, 네 가구가 전부인 산골마을에서 ‘인문학 르네상스’를 꿈꾸는 구 교수의 젊은 제자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인문예술의 집 동상연구소와 무인카페 ‘책다방 연리지’도 함께 운영하는 하채현·이진영씨 부부는 올해 초부터 문예지 <인문예술>을 창간했고, 원로 스승은 편집 자문위원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하고 있다. 동상연구소장이자 발행인인 부인 하씨는 수원대 재학 때 구 교수와 인연을 맺었다.
전시장에서는 작가가 쓴 시조를 직접 붓글씨로 작성하고 수묵화로 그린 작품 13점, 작가가 좋아하는 글을 쓴 서예작품 2점을 선보인다. 구 교수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등을 지낸 한국 리얼리즘 비평계의 선구자이자 드물게 시·서·화 ‘삼절’를 겸하는 문인으로 꼽힌다. 문화유산 답사기를 잡지에 연재하며 그림과 붓글씨를 곁들이면서 차츰 자신만의 일가를 이룬 그는 2006년과 2011년에도 개인전을 열었다.
최근에는 시조집 <불면의 좋은 시간> <세족례> 등도 출간했다. 그는 “정몽주와 이방원의 일화에서처럼 우리에게는 시를 지어 주고받으며 소통하는 전통과 유산이 있는데 이를 버리고 서양 장르 양식만 따르는 게 바람직한가 늘 스스로 의문이 들어 시조를 쓰기 시작했다”며 “주변에서 응원해주니 고무받아 시조집까지 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학에서는 취직이 안 된다고 인문학과를 없애는 상황이고 정작 사회에서는 인문학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하지만 관념적인 엘리트주의 또는 거대 담론이 진정한 인문학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절박한 삶을 표현하고 보편적 가치를 나눠야 한다”고 세태를 꼬집기도 했다.
구 교수는 경기 광주 출신으로 중앙대 대학원 국문과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3년 잡지 <신사조>에 실린 ‘역사를 사는 작가의 책임’으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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