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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종북몰이와 검열은 1950년대에 탄생

등록 2015-06-11 20:02수정 2015-10-22 15:40

[광복 70년, 책읽기 70년]
③ 자유·부패·부활 : 1950년대의 독서 문화
이 나라 특유의 ‘종북몰이’와 표현의 자유 논란은 1950년대에도 횡행했다. 한국전쟁 이후 문교부는 문학·영화·음반 등에 대한 검열 시행령과 검열기준을 마련하고 산하 문화국에 의해 검열이 일원화되도록 했다. 이는 전쟁 시기 국방부나 공보처에 의해 자행된 무차별하고 무원칙한 검열을 합리화·제도화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무시무시한 국가보안법·형법이 존재하는데도 제정된 이중·삼중의 구속 장치이기도 하여 1955년 1월 거의 전 언론사와 출판인들이 결부된 언론·출판의 자유와 검열에 대한 대논쟁이 야기됐다.

검열과 종북몰이는 도대체 대한민국이란 어떤 국가이며 이 나라에서 ‘자유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묻게 하는 본질적인 문제다. 끊이지 않는 논란과 혼란은 북한의 위협이나 냉전 상황 때문에 야기되는 것일까? 아니다. 국내 정치상황과 공안세력의 필요에 의해 벌어지는 일이다. ‘북의 위협’과 ‘내부 혼란’을 상상하는 방식의 차이는 있으나 그 본질은 늘 같다.

말기 이른 이승만 정권 위기감
불온서적·불온영화 단속선풍
툭하면 압수·가위질·상영금지
2010년대에 다시 목격할줄이야

이승만과 공안권력은 국제정세나 북한의 국력 면에서나 실질적으로 전쟁 위험도가 -10만점은 되는 상황에서도 계속 종북몰이와 국보법 사건을 조작했다. 특히 1956년 대통령선거에서 조봉암이 ‘피해 대중’을 끌어안으며 선전하자 위기감을 느꼈던 듯하다. 한태연·이동화·최석채 등의 지식인이 필화 사건을 겪었고, 북한군을 인간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영화 <7인의 여포로>의 감독이 구속됐다. 그리고 조봉암과 진보당에 대해 치명적인 간첩 사건(1958년 1월)을 조작하기 6개월 전인 1957년 여름, 때아닌 ‘불온서적’ 및 ‘불온영화’에 대한 단속 선풍이 불었다. 경찰은 ‘적성 서적’을 팔던 서점 주인 5명을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고, 그중 박모 씨가 ‘일본에서 조련계 인물로 활약하다가 최근에 귀국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공개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리고 책을 공급한 외국서적 수입업자들에게로 수사를 확대했다. 책들은 대개 일본에서 들여온 ‘사회 사상’ ‘사회 정책’ 분야의 도서였다. 불세출의 반일투사 코스프레를 즐겼던 이승만과 그 하수인들은 이제 ‘좌빨’ 바이러스의 전염경로로 일본을 지목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승만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일본으로 망명한 <동아일보> 출신 언론인 김삼규(1908~89)의 <오늘의 조선(今日の朝鮮)>(1956)이나 이베 마사이치 같은 일본 학자의 <사회주의 발전사>(1948) 등이 ‘불온서적’으로 금수·압수 조치됐다.

그리고 그해 여름엔 외국 영화 <애정의 쌀> <연애시대> <로마의 여성> 등이 ‘불온 영화’라 하여 느닷없이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다. 문교부가 이미 검열하고 허가한 영화에 대해 검찰이 상영 금지조치를 하자 이중검열 문제가 야기되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 같은 검열과 종북몰이는 말기에 이른 이승만 정권의 정당성이 고갈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일 뿐이었다. 정당성이 취약한 정권일수록 공안권력과 종북몰이에 의존한다는 케케묵은 현대사의 진실을 2010년대에 또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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