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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왜 그들은 ‘심야식당’을 찾을까…‘쿡방’에 없는 메뉴가 있다

등록 2015-06-22 19:30수정 2015-06-22 21:42

혼자 있기 싫은 사람들이 소박한 음식을 두고 심각한 사연을 나눈다. 영화 <심야식당>의 맛을 내는 신주쿠 뒷골목 사람들.
혼자 있기 싫은 사람들이 소박한 음식을 두고 심각한 사연을 나눈다. 영화 <심야식당>의 맛을 내는 신주쿠 뒷골목 사람들.
만화 원작의 일본영화 국내 개봉
도쿄 신주쿠 뒷골목 허름한 식당
외롭고 지친 손님들 사연이 ‘안주’
비엔나소시지·계란말이·카레 등
소박한 메뉴로 마음의 허기 채워
심야식당이 한국에서도 영업을 시작했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심야식당>(마쓰오카 조지 감독)이 18일 개봉을 한 것이다. 지난 1월31일 일본 8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영화는 흥행순위 10위 안에 들어가는 인기를 얻으며 상영관을 점점 넓혀 현재까지 상영중이다. 2007년 만화가 아베 야로가 연재를 시작한 동명의 원작 만화는 지금까지 14권으로 출판돼 250만부가 팔렸다. ‘국민만화’라는 별명도 얻었다. 2009년부터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지난해 시즌3까지 방송됐다. 우리나라에선 평범한 손님들이 이어가는 소소한 사연들을 중심으로 뮤지컬을 만들었다.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도 아닌데, 성업중인 비결이 궁금했다. 영화를 통해 <심야식당> ‘비밀의 손맛’을 알아봤다.

■ “이랏샤이”

나폴리탄 스파게티
나폴리탄 스파게티
생전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좁혀 앉을 수밖에 없는 심야식당에선 미닫이문이 열릴 때면 당연히 긴장하게 된다. 식당 주인이 항상 “이럇샤이”(어서 오십시오)라는 인사를 건넨다. 밖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단골과 새 얼굴을 이어주는 소리다. 새로운 에피소드를 예고하는 소리기도 하다.

“오이시!”(맛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혼자 사는 여주인공은 자신을 위해 요리하고 맛있게 먹으면서 혼자 감탄한다. <카모메 식당>의 여주인은 낯선 곳에서 낯선 손님을 기다리며 “다레다, 다레다, 다레데쇼”(누구지, 누구지, 누구일까)라고 노래한다. <심야식당> 주인은 “이랏샤이”라는 인사뿐 다른 틈을 주지 않는다. 식당 주인 역을 맡은 배우 고바야시 가오루는 한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색을 감춘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자신을 감추고 손님들의 말을 듣는 특별한 태도를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충고나 간섭을 하지 않고 듣기만 하는 바텐더 같은 식당 주인 덕분에 심야식당에는 항상 고민거리나 사연을 그날의 기본안주로 내어주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이 식당의 주요 메뉴는 손님들이다. 심야식당의 음식은 그저 손님들이 자신의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내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종의 양념이다.

■ 달걀과 카레

카레덮밥
카레덮밥
비엔나소시지, 먹다 남은 카레, 구운 김…. 애초 일본 음식만화 팬들에게 만화 <심야식당>이 신선했던 이유는 미식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음식들만 다루기 때문이었다. 집에서 냉장고를 뒤져 해먹을 만한 음식인데다, 주인도 특별한 손맛을 자랑하지 않는다. 심야식당을 찾는 이유는 다만 “혼자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처럼 보였다.

드라마로 만들어지면서 입맛이 좀더 살아났다. 드라마에서 부드러운 계란말이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자 한국 주부들 사이에선 ‘일본식 계란말이’나 계란말이가 잘되는 네모난 프라이팬이 유행했다. 만화도 회를 거듭하며 사연과 메뉴가 좀더 복잡해졌다. 드라마와 영화의 요리 장면은 일본 최고의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손꼽히는 이지마 나미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영화는 여전히 단순하고 소박한 메뉴를 지향한다. 지금까지 만화에서 다룬 음식은 180가지가 넘는다. 영화는 이 가운데 나폴리탄 스파게티, 참마밥, 카레 3가지 메뉴를 심야식당의 대표 상품으로 꼽아 이야기를 끌고 간다. 원작에 가장 많이 나온 단골메뉴는 달걀과 카레다. 흔한 음식을 인스턴트와 정성 어린 음식의 중간쯤 되는 손길로 조리해, 급하게 몸과 마음의 허기를 메우는 곳이 심야식당이다. 보통 음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음식을 만드는 현란한 칼질 등 만드는 사람들의 손이나 음식의 모양새,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입을 비추지만 드라마나 영화 <심야식당>의 카메라는 대부분 전체 사람들을 비춘다.

■ 신주쿠 뒷골목

참마밥
참마밥
밤 12시에 시작해 아침 7시께 문을 닫는 가게의 위치는 낡은 집과 유흥업소들이 모여 있는 도쿄 신주쿠 골든가 뒷골목으로 설정됐다. 유흥업소 종사자, 동성애자, 조직폭력배, 가출한 사람들이 심야식당에 온다. 심야식당은 어른의 공간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의미없는 노동, 가족의 배신 같은 것을 견뎌온 사람들이 찾아온다. 밥값을 떼먹고 도망가거나 유골함을 두고 가는 사람도 있다. 유실물센터와도 같은 이곳엔 평범한 회사원이나 경찰관(오다기리 조)도 자리를 함께한다. “된장은 섞어야 맛이 나니까요, 우리 사이처럼. 그쵸?” 마담의 말은 영화에서 유일한 레시피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호호호비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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