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묻지도 않고 누리집에 공지하자
평론가들 “몰상식에 항의”…사과 요구
평론가들 “몰상식에 항의”…사과 요구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과 함께 이른바 ‘문학 권력’이라고 비판 받았던 출판사들 가운데 한 곳인 문학동네가 이 사건을 둘러싸고 비판적 의견을 밝혀온 평론가들에게 공개적으로 좌담을 제안했다.
문학동네는 25일 자사의 인터넷 누리집을 통해 “저희 문학동네는 이 일련의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며 “SNS와 언론을 통해 문학동네가 경청해야 할 말씀을 들려주신 권성우, 김명인, 오길영, 이명원, 조영일 이상 다섯분께 저희가 마련한 좌담의 장에 참석해주실 것을 청합니다”라는 공지를 올렸다. 또 이 좌담에는 계간 <문학동네> 편집위원 일부와 원활한 진행을 위한 사회자가 참여할 계획이라며, 계간 <문학동네> 다음호에 이를 게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공지에 대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일방적이고 오만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평론가들에게 따로 알리거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누리집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인 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문학동네쪽이 사전에 어떤 양해도 없었다며 같은 날 밤 페이스북을 통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평론가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와 오길영 충남대 교수 또한 다음날인 26일 오후 페이스북에 ‘‘문학동네’의 토론회 제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공동 명의의 글을 올려 “사전협의 없이 토론회 참석을 요청하는 문학동네의 몰상식에 대해 항의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먼저 문학동네는 신경숙 작가의 표절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신경숙 문학의 ‘신화화’를 초래한 문학동네의 행태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성찰하기 바란다”며 “이러한 입장 표명과 반성 없이 이루어지는 토론회는 이제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버린 이 엄중한 사안을 호도하기 위한 편법”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토론회의 주체는 문학동네가 아니라 공신력 있는 제삼자(문예지)가 되어야 한다”며 “토론 참여자 역시 최초에 신경숙 표절 문제를 제기한 정문순 문학평론가를 비롯하여 중립적이며 양심적인 문인들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연구차 외국에 체류중이다.
이에 차미령 문학동네 주간은 “누리집에 공지를 올려 좌담을 제안한 뒤에 해당 평론가들에게 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참석 의사를 타진했다”며 “우리의 의도는 처음부터 어떤 분들과 대화하고 싶었고,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결과가 어떤 것인지 모든 단계와 과정을 독자에게 모두 공개한다는 취지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차 주간은 문학동네의 좌담 제안이 일방적이라는 비판에 “충분히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며 “(좌담의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편집위원 전원이 합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이 좌담 참석 의사를 밝힌 이들은 김명인·조영일 평론가다.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좌담이든 토론회든 환영이지만 주제, 절차, 방법, 참석자, 공개여부와 과정을 사전조율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문학동네뿐 아니라 창비, 문학과지성사까지 3개 메이저 출판사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여기에 비판적 비평가들, 이 사건으로 가장 큰 피해와 상처를 입은 일반작가들까지 3섹터가 함께 자리하고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좌담의 공개방식에 대해서도 “계간 <문학동네>가 독점하는 것보다 인터넷 등에 좀더 폭넓게 공개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고, 사회자도 좀더 공신력있는 사람으로 선정하길 바란다”며 “무산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제대로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작가회의 이시영 이사장 또한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창비,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등 3사의 편집위원들과 비판적 문학평론가들이 함께 이른바 문학권력과 상업주의, 표절 등 문제를 공개적으로 토론해 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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