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독립군 암살단의 활약을 그린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 포스터. 쇼박스 제공
독립군 암살단 활약 그린 ‘암살’
광복 70돌 기념일에 ‘1000만 영화’ 등극
탄탄한 스토리에 ‘시기적 적절성’도…
독립 운동가 재조명하며 ‘돌풍’ 계속
광복 70돌 기념일에 ‘1000만 영화’ 등극
탄탄한 스토리에 ‘시기적 적절성’도…
독립 운동가 재조명하며 ‘돌풍’ 계속
1930년대 독립군 암살단의 활약을 그린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이 광복 70돌을 맞은 15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5일 <암살>의 투자·배급사인 쇼박스는 “<암살>이 이날 8시까지 누적관객수 1009만4000명을 기록했다”며 “광복 70돌 기념일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해 더욱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로써 <암살>은 올 들어 첫 번째 1000만 영화이자 역대 한국영화로는 12번째, 외화까지 통틀어서는 16번째로 ‘1000만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2012)에 이어 두 편의 1000만 영화를 만든 감독으로 등극했다. <해운대>와 <국제시장>을 만든 윤제균 감독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다.
1000만 명을 돌파한 <암살>의 흥행 비결은 무엇보다도 작품성과 오락성의 적절한 결합이다. 김구·김원봉 등 역사적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들을 잘 섞어낸 스토리의 탄탄함을 바탕으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해낸 최동훈 감독의 연출력이 잘 살아났다. 순제작비 180억을 들여 완벽히 복원한 1930년대 풍경과 소품, 화려하진 않지만 무게감 있는 액션장면 등도 훌륭했다는 평가다.
이정재·하정우·조진웅 등 연기력을 갖춘 대세 배우들을 캐스팅한데다 독립군 암살단 리더이자 저격수로 여배우 ‘전지현’을 내세운 점도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여름 성수기 영화가 주로 남자배우를 앞세운 영화였던 것과 차별화된 지점이다. 전지현이 연기한 가상의 인물 ‘안옥윤’ 덕분에 잊혔던 여성 독립 운동가들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영화적 특성에 못지않게 ‘시기적 적절성’도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영화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시즌에 개봉한 <암살>은 여름방학과 휴가철이 맞물리면서 10대 학생부터 40~50대 직장인 관객까지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게다가 광복 70돌을 맞아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알려지지 않은 독립 운동가를 재조명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김순일(41)씨는 “독립운동에 투신했지만,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독립투사의 이야기에 감사함이 밀려왔다”며 “암살 작전에 나서기 전 태극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장면이나 광복이 된 뒤 김구와 김원봉이 술을 마시며 동지들의 죽음을 기리는 장면 등에선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아베 정권과 미쓰비시 등 전범기업이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는 망언을 일삼으며 ‘반일감정’을 자극하고, 이로 인해 애국심이 고취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기존 영화와 달리 ‘반민특위 활동’을 다루며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친일파 청산의 문제를 제기하고, 친일파 염석진(이정재)을 끝내 처단하는 장면을 등장시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인수(48)씨는 “요즘 학생들이 역사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 반민특위나 친일파 청산 같은 문제를 잘 알지 못한다고 해서 중학교 3학년 딸과 함께 영화를 보고 설명을 해줬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주 속이 후련하더라”고 말했다.
정지욱 평론가는 <암살>의 성공은 결국 ‘치밀한 기획’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흥행에 실패한다는 징크스가 있었지만, <암살>은 시나리오, 캐스팅, 연출력, 시의성 등 모든 것을 갖춘 작품이다. 오랜 기간 준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충분한 제작비를 투입해 제작에 나서고, 광복 70주년인 2015년에 개봉한 것 등은 제작사와 감독의 기획력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영화 은 친일파 청산을 이루지 못한 한국사회의 오래된 과제를 오락영화의 틀에 담아내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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