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스무살 인디의 초상…너희 노랜 왜 슬프니?

등록 2015-09-09 18:57

최규성씨 ‘골든 인디 컬렉션’ 출간
정차식·허클베리핀·강허달림 등
3년간 41명 인터뷰·사진 기록
우울증·가정폭력 등 비사도 가득
“인디 뮤지션들은 트라우마 아니면
남다른 자의식을 지닌 사람일지도”
1996년 5월 홍대와 명동 전철역 부근에서 열렸던 ‘스트리트 펑크쇼’는 인디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20년. 홍대앞 라이브 클럽 데이 부활, 인디 20주년 기념 음반 발매, 크라잉넛 20주년 기념 음반 발매 등 올해는 스무살 인디를 기념하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골든 인디 컬랙션:더 뮤지션> 표지.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골든 인디 컬랙션:더 뮤지션> 표지.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이번에는 2015년 인디를 지키는 사람들의 표정을 비추는 사진과 책이 찾아왔다. 음악평론가이자 사진작가인 최규성씨가 쓴 책 <골든 인디 컬렉션:더 뮤지션>(안나푸르나 펴냄)은 3년 동안 인디진영을 대표하는 뮤지션 41명을 인터뷰하고 사진찍은 기록이다. 사계절출판사가 운영하는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에무’에선 최규성 작가가 찍은 인디 음악가 사진 61점을 선뵈는 전시도 열리고 있다.

황보령.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황보령.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니나노 난다의 신행.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니나노 난다의 신행.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허클베리핀.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허클베리핀.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이승열.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이승열.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2013년 1월 그해의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상을 받은 정차식을 인터뷰한 게 시작이었다. 모던록 골수 팬인 그가 다음으론 허클베리핀을 찾아간 것은 당연했다. 그다음은 또? 상업적인 기획사와 레이블을 벗어나 자신의 음악을 만들겠다는 수많은 인디 음악인들 가운데 누구를 인터뷰할까? 정규앨범을 낸 뮤지션 중에서 앞으로 성장가능성과 음악성이 뛰어난 사람을 추려 음반과 라이브 공연을 몇번씩 듣고보고 하다가 찾아간 밴드와 가수가 전기뱀장어, 윈디시티, 시와, 갤럭시 익스프레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이승열 등이다. 인터뷰하기 전에 공연을 찾아다니고 여러번 만나 사진찍고 고쳐 찍은 시간들을 합치면 한팀당 1~6개월 정도 시간을 들였다고 했다. 그렇게 만든 책엔 한대수, 김두수처럼 한국 인디의 뿌리라고 부를 만한 이들과 만쥬한봉지, 파블로프처럼 새로운 감성을 지닌 이들이 한데 담겼다. 제작사에 소속된데다가 인디와 다른 활동반경을 그려왔지만 이승열도 있다. 스스로 음악통제권을 지켜온 그의 행보가 인디뮤지션과 같은 정신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사진기자 출신으로 2009년에도 <한국인디뮤지션> 사진전을 열었던 작가는 우리가 아는 인디뮤지션의 음악적 색깔과 맞아 떨어지는 이미지들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만삭이었던 강허달림이 오토바이에 앉아 호탕하게 웃어젖히는 모습은 그의 음악세계를 닮았다. 허클베리핀의 이기용은 슬픈 듯 기쁜 듯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에무에서 열리는 <골든 인디 컬렉션> 사진전엔 2013년 지산록페스티벌에서 밴드 로큰롤 라디오가 빗속에서 노래하는 대형 사진이 걸려 있다. 폭우로 공연이 중단되기 직전의 사진이다.

빅베이비드라이버.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빅베이비드라이버.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미미시스터즈.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미미시스터즈.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강허달림.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강허달림.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정차식은 가난 때문에 어려서 네덜란드로 입양될 뻔 했다. 허클베리핀의 이기용은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학교생활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블루스의 디바 강허달림은 학창시절 내내 혼자 창밖만 바라본다고 별명이 ‘썩은 사과’였다. 무슨 이유에선지 시험지 답안 유출 사건같은 게 생기면 제일 먼저 범인으로 의심받기도 했다. 한달 180만원을 벌기 위해 영등포에서 막노동 일을 하던 이장혁은 폐가에 누가 갖다 버린 전기 기타 한대를 우연히 주우면서 밴드 준비를 했다. 자신의 성을 쌓으며 살아왔던 그들이 이제는 자신만의 독보적 음악세계를 그리고 있다.

정밀아.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정밀아.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옐로우 몬스터즈의 이용원.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옐로우 몬스터즈의 이용원.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크랜필드.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크랜필드.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권나무.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권나무. 사진 최규성 작가 제공
책에는 인디 음악인들의 비사들로 가득하다. 싱어송라이터 권나무가 대학시절 성추행범이라는 모함을 받고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는 이야기는 아무한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여러번 만나고 사진 찍으며 자연스레 친구가 되기도 했지만, 어떤때는 “왜 이렇게 너희들의 노래는 슬프냐”고 계속 캐물은 끝에 깊숙이 감춰뒀던 인디뮤지션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크랜필드의 리드보컬 이성혁은 알코올중독이면서 폭력을 휘둘렀던 아버지를 늘 두려워하면서 살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제주도에 산소를 모신뒤 투어를 다녀도 제주도에는 못간다고 했다. 최규성 작가는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중엔 그들의 음악만 들어도 눈물이 치솟았다. 인디뿐 아니라 모든 뮤지션은 남다른 트라우마 아니면 남다른 자의식을 지닌 사람들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인디뮤지션의 노래는 “모두 자기 스스로에게 보내는 노래”라는 얘기다. 사진전은 25일까지 열린다. (02)730-5604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