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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아베 전쟁공포·증오 퍼뜨려 일 국민은 헌법9조 지킬 것”

등록 2015-09-21 19:29수정 2015-09-21 21:18

가라타니 고진 ‘동아시아 평화’ 강연

가라타니 고진. 사진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동아시아평화센터 제공
가라타니 고진. 사진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동아시아평화센터 제공
“아베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를 퍼뜨리고 있다. 그러나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헌법 9조의 변경을 국민들에게 제안한다면 아베 정권은 무너질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 문예비평가이자 사상가인 가라타니 고진은 21일 오후 연세대 학술정보원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기념 특별국제회의: 동아시아와 보편평화 구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동아시아평화센터와 ‘네이버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이 공동으로 개최한 이 국제회의에서 그는 아베 정권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프로이트 이론으로 본다면
국민들 무의식 차원에
평화헌법 정신 뿌리깊이 박혀”

“현재 일본 정부는 여러가지 이유로 전쟁에 참여하고 싶겠지만 곧 엄청난 비난에 직면할 것이고, 헌법 9조를 실행하라는 압박을 받을 것이다. 국민들은 9조를 영원히 지킬 것이다.”

가라타니 고진은 이날 평화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그 근거까지 소상히 밝혔다. 우선 “일본의 집권세력이 오랫동안 헌법을 개정하고 싶어했지만 한번도 선거 이슈로 본격화한 적은 없었다”며 “헌법 수정을 공개 제안한다면 선거를 망칠 것을 아베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아베 정권이 왜 국민들이 9조를 꾸준히 지지하는지는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이트의 이론으로 본다면, 일본 국민들의 무의식 차원에 전쟁 포기를 내용으로 한 헌법 9조 정신이 뿌리깊이 박혀 있다. (집단 무의식 변화는) 아베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본은 외부(미국)의 힘으로 공격성에 대한 본능을 포기하도록 강요받았고, 그 과정에서 헌법 9조를 지지하는 무의식이 생긴 것이다.”

헌법 9조를 둘러싼 아베 정권의 논리적 모순도 지적했다. 그는 “전쟁을 포기하는 9조가 엄연히 있음에도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방위비를 쓰고 있다. 전쟁을 포기하는 헌법이 있음에도 지키지 않는 모순을 가능하게 하려고 일본 정부는 9조를 작위적으로 해석해왔지만 자위대의 해외파병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지는 못한다”며 “참전을 원한다면 9조를 개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라타니 고진은 “역사는 반복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1차 대전 뒤 설립된 국제연맹이 국제적 분쟁에 무기력했고 2차 대전 뒤 창설한 유엔 또한 지역 규모의 작은 전쟁을 저지할 힘이 없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지금 상황도 120년 전의 청일전쟁 상황과 흡사하며 자본주의 또한 반복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또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성격은 제국주의 상태와 같다. 현재는 어쩌면 신제국주의라 부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미국의 헤게모니 또한 쇠퇴하고 있으며 다음 헤게모니를 쟁취할 것으로 보이는 국가는 중국과 인도”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헤게모니의 싸움이 오래 지속될 것이며, 이런 새로운 단계는 달리 말하면 평화사상이 다시 주목받는 시대로 들어선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소 한 국가의 경계를 넘어선 ‘세계공화국’의 이상을 지지해온 그는 이날도 “세계 각지에서 단독으로 발생하는 국가자본 대항운동과 혁명을 통합하고 연대하는 ‘세계공화국’의 형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말하면 대부분 순진하고 비현실적이라며 웃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전쟁과 잿더미를 겪고 나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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