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모니터링 오검출률 최대 97%
검수해야 할 신탁단체도 ‘뒷짐’
‘곡 리스트’ 없이 회사별 배분도
“임의조작·허위기재 빈번” 지적
검수해야 할 신탁단체도 ‘뒷짐’
‘곡 리스트’ 없이 회사별 배분도
“임의조작·허위기재 빈번” 지적
방송에 쓰이는 음악 저작권료 정산과 분배가 불합리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창작자들이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경음악 작곡가들의 ‘열정페이’를 다룬 <한겨레> 보도(<한겨레> 8월20일치 26면)를 계기로 시작된 배경음악 저작권 관리 부실 논란이 전반적인 방송사용료 정산과 분배 과정의 오류·조작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
드라마·영화 등에 배경음악을 제공하는 로이엔터테인먼트가 소속 작곡가들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한겨레> 보도가 나온 뒤 경영진은 회사에 저작권을 영구 귀속하는 계약에 동의하지 않는 작곡가들과 계약을 해지했다. 10여명의 작곡가들은 자신들이 만든 음악의 저작권을 되찾는 조건으로 회사를 떠났다. 그러나 그들이 받아야 할 정당한 저작권료가 얼마인지는 어디서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음악저작권 신탁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제공하는 저작권 사용 내역은 그들이 알고 있는 내역과 일치하지 않았다. 대부분 방송에서 쓰인 곡수보다 터무니없이 적었다. 회사는 음원 저작권을 신탁단체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신탁단체는 이 음원이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해주지 않는 등 저작권 관리부실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저작권 관리부실은 주먹구구식 저작권료 산출로 이어진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유은혜 의원실에서 조사해보니 저작권 정산·분배 과정에 참여하는 어느 업체도 방송 사용 음악을 정확히 산출하고 있지 않았다. 정산을 하려면 우선 방송사가 모니터링 업체를 통해 어떤 음악이 얼마나 쓰였는지 내역을 정리하고, 배경음악사들이 확인한 다음 신탁단체가 검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모니터링부터가 오류 비율이 너무 높으며, 배경음악사들은 기준없이 액수를 나누곤 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경합회의’나 ‘무자료회의’라고 부른다. 곡 리스트 같은 근거자료가 아니라 서로 모여서 비율을 맞추는 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국음악권저작협회는 아예 회의 참석조차 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한겨레>가 음악 모니터링 시스템 업체인 비글 컴퍼니를 통해 확인하기로는 지난해 모니터링 단계에서 음악을 잘못 인식하는 오검출률이 검출 방법에 따라 20~97%였다. 비글컴퍼니 이진서 대표는 “한 채널을 샘플 조사해서 그 비율대로 나누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산·분배 자료는 잡히는 대로 곡을 모아 만든다. 임의 조작과 허위 기재를 전제로 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정산·관리 부실 피해는 개인 저작권자들에게 집중된다. 얼마전 리쌍 개리가 “작품이 잘 팔리든 안 팔리든 매달 똑같은 저작권료만 받고 있다”고 문제제기 한 것은 회사와 개인 창작자 혹은 저작권신탁단체와 개인 창작자 사이에도 아무런 근거없이 임의대로 정산하고 분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2012년 로이엔터테인먼트에서 일했던 작곡가 6명은 채널 티브이엔의 드라마 <응답하라 1997> 배경음악 10곡을 만들고 한푼도 보수를 받지 못했다. 로이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은 “우리도 돈을 받지 못했다. 재능기부로 생각하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씨제이엔터테인먼트쪽은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7> <삼시세끼>의 프로그램 배경음악을 만들어준 대가로 로이엔터테인먼트에게 이미 9000여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들이 자신의 저작물 이용현황을 알 수 없으니 저작권료 가로채기가 가능했던 것이다. 불투명한 저작권 관리 시스템의 피해는 최종적으로 약자인 창작자에게 돌아간다는 방증인 셈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알려왔습니다
<한겨레>는 8월20일 문화면 “TV 속 배경음악마저 ‘열정 페이’의 결과물이었나” 등 제목의 기사에서 TV·영화 등의 배경음악 제작사인 주식회사 로이가 작곡가들의 저작권을 존중하지 않고 부당한 계약조건을 강요했다는 등의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로이는 일부 작곡가들과 계약과정, 저작물의 사용방법, 저작권료 수입 배분방법 등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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