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과 스밈
“국민이 함께하는 영화제인데 대리 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는 수상자를 두명 선정한다. 참석하지 않는 배우에게는 상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줄 것이다.” 수상자 불참을 막겠다며 제52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마련한 방안이 논란이다. 영화제를 준비하는 조근우 본부장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뜻깊은 행사에 돈벌이를 앞세워 참석하지 않는 배우들이 너무 많다. 수상자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수상자 자격론’을 펼쳤다. 그러면서 “보통 한 부문에 후보가 4~5명 되는데 다들 우수한 후보고 그중 누구를 뽑아도 무리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불참자 단속에 나설 만큼 대리 수상은 흔한 풍경일까? 지난 2일 부산에서 열린 24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선 단 한명의 대리 수상자도 없었다. 올해로 두번째를 맞은 들꽃영화상 같은 작은 영화상에서도 대리 수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영화상은 아직도 배우들에게 주요한 경력이 된다.
공정성 시비와 그로 인한 영향력 실추가 나란히 진행돼온 대종상만의 특수한 역사가 깔려 있겠다. 2012년 대종상 영화제 시상식에서 영화 <광해>가 무려 15개 부문을 휩쓸면서 공정성에 큰 논란이 일었지만, 정작 주연배우 이병헌은 촬영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2011년엔 <써니>와 <로맨틱 헤븐>으로 여우주연상과 조연상 후보로 올랐던 배우 심은경이 해외 유학 중이어서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다고 하자 아예 후보에서 빼버린 일도 있지만, 이병헌의 불참을 막지 못했다.
영화계에선 대종상을 둘러싸고 해마다 흘러나온 잡음은 주로 영화상을 주도하는 원로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탓이라고 본다. 추락하는 상의 권위를 배우들 군기잡기로 해결하려는 이번 발표를 두고도 ‘꼰대’식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나라야마 부시코>와 <우나기>로 두차례 황금종려상을 받았지만 두번 다 시상식에 불참했다. 상의 권위는 수상자가 참석하는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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