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훈 9년만에 앨범 발표
발라드의 귀환은 완성되었다. 지난 29일 신승훈이 9년 만에 11집 <아이앰 앤드 아이앰>을 냈다. 칼을 가는 컴백이다. 기자 간담회와 문화방송 <라디오스타> ‘발라드는 돌아오는 거야’ 특집방송에서 그가 밝힌 각오는 이랬다. “25년이라고 하지만 기념 앨범을 내지 않았다. 앞으로 음악을 20년 더 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앨범으로 인사를 한다.”
신승훈은 전설이다. 지금까지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횟수가 조용필 다음으로 많다. 10집까지 모든 앨범이 골든디스크로 선정되었다. 앨범 판매량은 총 1700만장에 이른다. 그런 그가 한동안 뜸했던 이유가 있다. 브리티시록과 모던록, 어반뮤직 등을 시도한 <라디오 웨이브>(2008), <러브 어클락>(2009), <그레이트 웨이브>(2013) 등 3장의 미니앨범을 내면서 음악적 실험을 했지만 대중들의 호응은 거의 없었다. 신승훈표 감미로움에 직접 만든 노랫말까지 얹은 ‘이게 나예요’를 필두로 한 <아이앰 앤드 아이앰>은 그가 대중가수로 돌아오기 위해 작정하고 만든 앨범이다. 돌아온 ‘발라드 황제’는 다시 익숙하고 알려진 큰길로 나섰다.
모던록 등 다양한 시도 좌절 맛본뒤
특유의 감미로운 곡 들고나왔지만
이문세·이승철·임창정·김동률까지
이미 그 길은 컴백 경쟁자들로 빼곡 타이틀곡도 기대만큼 호응 못얻어
공연이든 방송이든 이미지가 중요
“이승환의 6시간 공연 같은 화제나
조용필의 젊은감각 전략 고려해야” ■ 공연은 이문세, 음원은 임창정 그러나 그 길은 이미 발라드 경쟁자들로 빼곡하다. 올해만도 이문세(4월), 이승철(5월), 임창정(9월)이 컴백 앨범을 냈고, 지난해부터 활동을 재개한 김동률은 라이브 앨범 발매와 공연을 계속해왔다. 발라드라는 장르는 같지만 베이비붐 세대라는 한정된 팬을 두고 경쟁하는 이들의 전략은 다양하다. 4월 이문세는 13년 만에 새 앨범 <뉴 디렉션>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봄바람’으로 9개 음원사이트에서 1위에 올랐다. 전국 13개 도시 공연 ‘2015 시어터 이문세’도 매진됐다. 이문세 공연 홍보를 했던 김일겸 앤트웍스 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사실 ‘매진’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여러 해 동안 공을 들였다. 300석 소극장 공연부터 시작해서 2000석까지 키워나갔다. 작정하지 않았으면 콘서트 누적 관객 100만명 돌파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세가 공연이라면 음원은 임창정이 저력을 과시했다. 9월22일 발매한 임창정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또 다시 사랑’은 발매 1주일 뒤부터 ‘차트 역주행’을 시작해 9일 동안 1위(멜론 기준)를 기록했다. 10월엔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4년 만에 1위에 올랐다. 노래방의 절대강자이기도 하다. 음악평론가 김학선은 “임창정의 가장 신기한 점은 주요 팬이 30대 남자라는 것이다. 젊은 남자들을 대변하는 발라드 정서를 구축했다”고 평했다. 나이별·성별 음원을 분석해본 결과 이문세, 이승철도 남자 청취자의 비중이 높았다. 케이티뮤직 음악사이트 지니 쪽은 “이번 분석에서 특이한 것은 20대든 30대든 남자들이 많이 듣는다는 것이다. 음원사이트 주요 청취자는 여자인데 컴백한 가수들이 부르는 발라드의 핵심 청취층은 남자”라고 했다. ■ 발라더들, 이미지 전략도 중요 공연과 음원 말고도 신승훈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방송이다. 가수 이승철은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과거의 전설적인 보컬에서 지금 이 시대의 까칠하지만 실력있는 뮤지션으로 변신했다. 김일겸 대표는 “애초에 90년대 발라더들이 돌아올 수 있던 이유도 옛날 노래를 다시 부르는 예능 프로그램 덕분이다. <히든싱어>나 <복면가왕>에서 리메이크 대상이 되는 것이 발라더들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했다. 반대의 길을 택한 경우도 있다. 김학선 평론가는 “김동률은 방송에 거의 나오지 않고 공연만 하는 전략을 취했는데 그게 오히려 신비하거나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됐다”고 했다. 캐릭터 구축이 중요한 2015년 음악시장에서 신승훈은 어떤 전략을 취할까? 음악평론가 서정민갑은 “신승훈이 <라디오스타>에도 나온 것은 바로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지만 아직까지 신승훈만의 스토리가 없다. 6시간 공연 같은 화제를 주도하는 이승환, 젊은 감각의 노래를 하는 조용필의 전략 등을 의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신승훈의 길은 어디인가 돌아온 신승훈의 타이틀곡 ‘이게 나예요’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진 못했다. 앨범이 출시된 당일 스트리밍된 숫자를 보면 이문세, 임창정에 이어 3위다. 음악적으로도 평가는 높지 않았다. 음악평론가 김윤하는 이번 앨범을 “3장의 미니앨범에서 보였던 음악적 야심에서 벗어나 과거로 회귀한 앨범”이라고 평하며 “신승훈은 부활했을지언정 신승훈표 발라드를 부흥시키지는 못했다. 예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좋은 음악’을 앞서버린 건 아닐까”라고 물었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신승훈은 이번 음반 발매를 앞두고 “대중가수가 대중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면 대중가수로서의 책무를 다 못한 것이다. 대중에게로 다시 돌아온 책임을 다하는 앨범이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익숙하고 편안한 발라드가 그의 대중성의 근원이고 책무라는 판단에서 그간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11월 중으로 공개될 앨범의 파트2에는 힙합, 락 등의 조금은 ‘다른 노래’가 포진해 있다.
그러나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예를 들어 가수 김동률을 보면 콘서트 수익 이상을 준비에 투여한다. 앨범을 한번 내면 최소 10만장 이상 판매할 수 있었던 시대의 가수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바쳐 새로운 공연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음반이 팔리지 않는 지금 세대 가수들은 그런 물량을 쓸 수가 없다”며, 신승훈의 가야 할 길로 ‘웰메이드 음악’의 길을 제시한다.
80~90년대 황금기를 누렸던 발라드들이 돌아왔다. 발라드는 현재의 시간을 살고 싶다. 신승훈과 발라더들의 길은 어디인가.
남은주 구둘래 기자 mifoco@hani.co.kr
특유의 감미로운 곡 들고나왔지만
이문세·이승철·임창정·김동률까지
이미 그 길은 컴백 경쟁자들로 빼곡 타이틀곡도 기대만큼 호응 못얻어
공연이든 방송이든 이미지가 중요
“이승환의 6시간 공연 같은 화제나
조용필의 젊은감각 전략 고려해야” ■ 공연은 이문세, 음원은 임창정 그러나 그 길은 이미 발라드 경쟁자들로 빼곡하다. 올해만도 이문세(4월), 이승철(5월), 임창정(9월)이 컴백 앨범을 냈고, 지난해부터 활동을 재개한 김동률은 라이브 앨범 발매와 공연을 계속해왔다. 발라드라는 장르는 같지만 베이비붐 세대라는 한정된 팬을 두고 경쟁하는 이들의 전략은 다양하다. 4월 이문세는 13년 만에 새 앨범 <뉴 디렉션>을 발표하고 타이틀곡 ‘봄바람’으로 9개 음원사이트에서 1위에 올랐다. 전국 13개 도시 공연 ‘2015 시어터 이문세’도 매진됐다. 이문세 공연 홍보를 했던 김일겸 앤트웍스 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사실 ‘매진’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여러 해 동안 공을 들였다. 300석 소극장 공연부터 시작해서 2000석까지 키워나갔다. 작정하지 않았으면 콘서트 누적 관객 100만명 돌파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세가 공연이라면 음원은 임창정이 저력을 과시했다. 9월22일 발매한 임창정 미니앨범의 타이틀곡 ‘또 다시 사랑’은 발매 1주일 뒤부터 ‘차트 역주행’을 시작해 9일 동안 1위(멜론 기준)를 기록했다. 10월엔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4년 만에 1위에 올랐다. 노래방의 절대강자이기도 하다. 음악평론가 김학선은 “임창정의 가장 신기한 점은 주요 팬이 30대 남자라는 것이다. 젊은 남자들을 대변하는 발라드 정서를 구축했다”고 평했다. 나이별·성별 음원을 분석해본 결과 이문세, 이승철도 남자 청취자의 비중이 높았다. 케이티뮤직 음악사이트 지니 쪽은 “이번 분석에서 특이한 것은 20대든 30대든 남자들이 많이 듣는다는 것이다. 음원사이트 주요 청취자는 여자인데 컴백한 가수들이 부르는 발라드의 핵심 청취층은 남자”라고 했다. ■ 발라더들, 이미지 전략도 중요 공연과 음원 말고도 신승훈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방송이다. 가수 이승철은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과거의 전설적인 보컬에서 지금 이 시대의 까칠하지만 실력있는 뮤지션으로 변신했다. 김일겸 대표는 “애초에 90년대 발라더들이 돌아올 수 있던 이유도 옛날 노래를 다시 부르는 예능 프로그램 덕분이다. <히든싱어>나 <복면가왕>에서 리메이크 대상이 되는 것이 발라더들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했다. 반대의 길을 택한 경우도 있다. 김학선 평론가는 “김동률은 방송에 거의 나오지 않고 공연만 하는 전략을 취했는데 그게 오히려 신비하거나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됐다”고 했다. 캐릭터 구축이 중요한 2015년 음악시장에서 신승훈은 어떤 전략을 취할까? 음악평론가 서정민갑은 “신승훈이 <라디오스타>에도 나온 것은 바로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지만 아직까지 신승훈만의 스토리가 없다. 6시간 공연 같은 화제를 주도하는 이승환, 젊은 감각의 노래를 하는 조용필의 전략 등을 의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신승훈의 길은 어디인가 돌아온 신승훈의 타이틀곡 ‘이게 나예요’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진 못했다. 앨범이 출시된 당일 스트리밍된 숫자를 보면 이문세, 임창정에 이어 3위다. 음악적으로도 평가는 높지 않았다. 음악평론가 김윤하는 이번 앨범을 “3장의 미니앨범에서 보였던 음악적 야심에서 벗어나 과거로 회귀한 앨범”이라고 평하며 “신승훈은 부활했을지언정 신승훈표 발라드를 부흥시키지는 못했다. 예전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좋은 음악’을 앞서버린 건 아닐까”라고 물었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신승훈은 이번 음반 발매를 앞두고 “대중가수가 대중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면 대중가수로서의 책무를 다 못한 것이다. 대중에게로 다시 돌아온 책임을 다하는 앨범이 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익숙하고 편안한 발라드가 그의 대중성의 근원이고 책무라는 판단에서 그간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11월 중으로 공개될 앨범의 파트2에는 힙합, 락 등의 조금은 ‘다른 노래’가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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