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국립현대미술관장 풍문으로 들었소?

등록 2015-11-16 18:55수정 2015-11-17 14:07

15일 새벽 서울 도심 을지로의 작가공간 신도시 작업실에서 국립현대미술관장 문제를 놓고 열린 소장작가, 기획자들이 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전시 검열 의혹이 있는 외국인 관장 후보의 자격과 관장의 권한을 축소시킨 정부의 관료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하기로 하고 논의를 위한 플랫폼 개설과 2차 토론회 개최 등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15일 새벽 서울 도심 을지로의 작가공간 신도시 작업실에서 국립현대미술관장 문제를 놓고 열린 소장작가, 기획자들이 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전시 검열 의혹이 있는 외국인 관장 후보의 자격과 관장의 권한을 축소시킨 정부의 관료주의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하기로 하고 논의를 위한 플랫폼 개설과 2차 토론회 개최 등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
요즘 한국 미술판은 안갯속 정치판을 방불케 한다.

공석 1년을 넘긴 국립현대미술관장 선임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갖은 풍문과 정치적 움직임들이 꼬리를 문다. 최근 새 관장에 서구 미술계 인사가 유력하다는 소문이 외국 기획자들의 전언과 일부 언론을 타고 국내외로 퍼진 것이 단초였다. 국내 주요 작가 등 미술인 700여명이 지난주 실명이 공개된 외국인 관장 후보의 전력을 문제삼는 성명서를 냈고, 국제 미술계도 관장 선정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달 중 관장을 발표하겠다던 문화체육관광부는 검증에 시간이 걸린다며 차일피일 시기를 미루고 있다.

한국미술 대표 수장 자리지만
공석 1년 넘도록 ‘안갯속’
스페인 출신 거론되자 ‘전시검열’ 논란
장관 퇴임설에 인선 백지화 소문도

문체부는 올해 2~4월 진행된 1차 공모를 ‘후보들의 역량 미흡’을 들어 백지화시킨 뒤 7월부터 2차 공모에 들어갔다. 국내외 응모자 22명 중 현재 국내인 2명, 외국인 1명으로 후보들을 추려 신원 검증 작업을 진행중이다.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왔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바르토메우 마리 스페인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MACBA) 전 관장 임명이 굳어졌다는 풍문이 떠돌면서 국내 미술판에서는 그가 올해 초 바르셀로나 관장 때 일으킨 전시 검열 의혹 사건이 이슈로 떠올랐다.

마리 전 관장은 올해 3월 이 미술관의 기획전 ‘짐승과 주권’에 출품된 오스트리아 작가의 조각품 ‘정복하기 위한 발가벗음’의 철거를 요구하다 작가와 기획자가 반대하자 개막 직전 일방적으로 전시를 취소했다. 이 작품은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이 남미 노동운동가, 개와 엉켜 성교하는 모습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마리 관장은 공동 기획을 한 독일 미술관이 취소 방침에 반발하자, 닷새 만에 번복하고 전시를 재개했다. 그는 그 뒤 사표를 냈으나 전시 큐레이터 2명을 보복하듯 함께 해고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현지 미술계는 스페인 왕비가 미술관 명예이사장이란 점에서 정치적 압력을 받았거나 마리 전 관장이 알아서 자기검열을 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마리 전 관장은 세계현대미술관협의회(시맘·CIMAM)의 현직 회장이어서 사건은 곧장 국제적인 논란거리로도 번졌다. 실제로 이달 7~9일 열린 일본 도쿄 시맘 총회에서는 이사진 3명이 검열 의혹 책임을 물어 그가 회장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며 사퇴했다.

12일 국내 중견 소장 작가 700여명이 관장 후보인 마리의 의혹 해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도쿄 시맘 총회에서 불거진 논란이 계기가 됐다. 성명서를 기초한 이들은 시맘 총회를 참관하고 돌아온 김현진 전 아르코미술관 예술감독과 작가 박찬경, 정서영, 정은영, 양혜규씨 등이다. 이들은 14~15일 서울 을지로의 작가공간 신도시에서 서명 참여 미술인 40여명과 심야 토론회를 열어 마리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공식 메일을 보내고, 논의 플랫폼을 만들어 관장 선임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토론과 공동행동을 벌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의 행보는 더욱 의뭉스러운 인상을 주고 있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마리가 관장으로 유력하다는 설이 언론 등에 흘러나오자, <한겨레>에 전화를 걸어와 그의 공모 사실을 확인해주면서 마리의 과거 경력과 검열 의혹 전말을 담은 내부 문서 이미지를 보내왔다. 다른 후보 명세는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골적인 밀어주기 행보를 벌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문체부 안팎에서 김종덕 장관의 연말 퇴임설이 돌면서, 내년 총선 국면을 맡을 새 장관에게 관장 결정을 넘긴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2차 공모도 백지화될 것이란 풍문도 고개를 들었다. 선거 국면에서 새 장관이 미술계 공청회 등으로 의견을 수렴해 미술관 법인화 명분에 맞게 새 관장을 지목할 것이란 설이다. 국가대표 미술기관의 수장 자리를 둘러싼 정치적 기류들이 당분간 미술판을 덮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