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이 500여년간 의례에 쓰던 도장과 책인 어보(御寶)와 어책(御冊), 구한말 나라 안 곳곳에서 펼쳐진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이 내년 3월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할 후보로 25일 선정됐다.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는 이날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회의를 열어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가 7월 공모한 기록물 13건을 심사한 끝에 두 기록물을 신청 대상으로 최종의결했다.
조선왕실의 어보는 조선시대 왕과 왕비, 세자와 세자빈 등을 책봉하거나 세상을 떠난 선왕의 덕을 기리기 위해 올리던 칭호인 존호(尊號), 왕비의 사후 지은 칭호인 휘호(徽號), 공덕을 칭송해 붙인 시호(諡號) 등을 올릴 때 만든 의례용 인장이다. 어책은 왕세자, 왕세손과 그들의 비, 빈의 직위를 하사할 때 함께 내렸던 고급스러운 교서다. 문화재위원들은 회의에서 어보와 어책이 왕실 신전에 봉안된 신성한 기물로, 조선왕조의 유교 통치이념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어보, 어책은 서울 종묘 정전과 영녕전에 봉안됐다가 지금은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2년전 후보 대상에서 탈락했으나 자료를 보완한 끝에 이번에 최종 후보가 됐다. 1905년 을사늑약 뒤 일본에서 대한제국 정부가 빌려온 막대한 액수의 차관을 민중의 모금으로 갚기 위해 1907년 1월 각 지역에 선포한 국채보상운동 발기문과 취지문, 언론기사 등의 관련 자료들로 이뤄져있다. 일제의 경제적 침투에 맞서 당대 조선 민중이 벌인 평화적인 기부운동의 전개 과정을 담고있다는 점에서 세계사적으로 중요하고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정부가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방침을 내비쳤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기록물은 이번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는 빠졌다.
조선왕실 어보·어책과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등재 여부는 2017년 열리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회의에서 판가름나게 된다. 현재 한국은 올해 등재된 유교책판과 <한국방송>의 이산가족 생방송 기록물을 비롯해 모두 13건의 세계기록유산을 갖고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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