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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1차공모까지 파투놓더니…‘전시 검열 의혹’ 외국인 관장

등록 2015-12-02 19:02수정 2015-12-02 22:05

2일 사상 첫 외국인 관장이 임명된 국립현대미술관(과천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2일 사상 첫 외국인 관장이 임명된 국립현대미술관(과천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국립현대미술관장 마리 임명 파장
소문대로였다. 올해 내내 숱한 구설을 낳았던 새 국립현대미술관장 자리는 지난달부터 언론 등에서 유력후보설이 파다했던 스페인 출신의 마리 바르토메우 전 바르셀로나미술관장에게 돌아갔다. 1969년 미술관이 생긴 이래 첫 외국수장이지만, 미술계 시선은 마뜩치않아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마리의 임명을 발표하면서 “바르셀로나미술관장으로 7년간 재직하면서 탁월한 경영 능력을 입증했으며,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 회장을 맡아 현대미술에 대한 전문성과 폭넓은 세계적 관계망을 구축해 왔다”고 밝혔다. 실제 마리 신임 관장은 서구 미술계에서 전시기획자와 미술관 운영자로 뚜렷한 이력을 쌓았다. 나름의 지명도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문제는 의혹에 휩싸인 그의 과거 정치적 행보와 개운치않은 관장 낙점 과정의 불투명성이다. 마리가 전임 관장 시절 정치적으로 첨예한 검열 의혹에 휩싸여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다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오기 위해 정략적 행태를 보여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마리의 관장 임명이 유력하다는 풍문이 미술판에서 떠돌면서 불거진 이슈는 올초 바르셀로나 관장 때의 전시 검열 의혹 사건이었다. 마리 전 관장은 올해 3월 이 미술관의 기획전 ‘짐승과 주권’에 나온 오스트리아 작가의 정치풍자적인 조각품의 철거를 요구하다가 기획자가 반대하자 전시를 취소했다.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이 남미 노동운동가, 개와 엉켜 성교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었다.

미술인들 “우리 정체성과 맞지 않다”
반발 높았지만 장관 고집대로 강행
문화부 “전문성 물론 세계적 관계망”

당사자는 바르셀로나 관장 재직때
정치풍자 작품 철거요구로 논란
문화부는 해명 없이 언론플레이
뒤로는 관장 인사권·작품수집권 축소
새관장이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

마리 관장은 국제적으로 반발여론이 일자, 닷새만에 번복하고 전시를 재개했다. 그는 그뒤 사표를 냈으나 전시 큐레이터 2명을 보복성 해고하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됐다. 마리는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CIMAM) 현직 회장이어서 사건은 곧장 국제미술계의 현안이 됐다. 이달 7~9일 검열을 주제로 열린 일본 도쿄 시맘 총회에서 일부 관계자들이 마리 회장의 검열 의혹 문제를 공론화하려다 그의 지지 세력에 의해 봉쇄당하자 이사진 3명은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고 사퇴해버렸다.

12일 국내 중견 소장 작가 800여명이 이례적으로 관장 후보설만 나온 마리의 의혹 해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올해 3월부터 지금까지 명쾌하게 풀리지 않고 흘러온 검열 의혹 논란이 계기가 된 것이다. 게다가 그의 유력 후보설은 공석 1년을 넘긴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공모와 인선을 둘러싼 논란을 국제 미술판의 정쟁 거리로 만들었다.

국내외에서 그의 선임을 우려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국내 미술인들이 집단행동에 나서자, 지난주 마리를 지지하는 서구 미술인들은 그를 한국국립현대미술관장에 임명해야한다는 지지 연대서명을 세계 미술계에 돌리고 나섰다. 지금까지 300여명이 서명한 성명서는 국내 미술인들의 성명서와 집단 대응을 검열 반대라는 명분을 오용한 것이라고 매도하며 마리가 관장 적임자, 능력자라고 주정하고 있다. 국내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마리 지지서명은 한국 미술계를 무시하는 행태로 서구 미술인들도 황당하기 그지 없다는 반응들”이라고 전했다. 검열이나 작가 탄압 등 권력과 자본의 압제에 맞서 연대투쟁하는 경우는 있어도 외국 특정미술관장에 지지하는 인사를 앉히라고 서명받는 것은 전례 없는 해프닝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서명운동이 벌어지는 와중에 마리의 선임 사실이 발표된 것이다.

문체부는 이런 마리의 검열 의혹 사태에 대해 일체 해명 없이 인선을 물밑에서 진행했다. 그의 유력 후보설이 흘러나오자 한겨레 등 언론사에 직접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 다른 후보의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마리가 최종후보임을 우선 확인해주고 그와 관련된 인사 관련 서류도 직접 공개하는 등 노골적인 언론플레이를 벌였다. 마리 후보 관장 선임의 우려를 제기하는 미술인들의 견해를 김 장관은 정치적 시각이라고 일축했지만, 실제로는 마리를 뒤에서 노골적으로 밀어주며 더욱 교묘한 정치적 행보를 벌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 관장 앞에는 난제가 첩첩 산중이다. 장기 공석으로 실추된 미술관 위상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사립보다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 기획전의 질적 향상과 학맥으로 찢긴 미술판의 소통 문제도 풀어야한다. 책임운영기관화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지난 7월 문체부의 직제개편으로 관장은 인사권과 작품 수집권한이 상당부분 축소된 상태다.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그가 이런 난마같은 상황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소통하면서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도 궁금증을 부르는 대목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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