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터너 프라이즈 수상자인 ‘어셈블’(Assemble)의 ‘야드하우스’(Yard House). 연합뉴스
20대 건축가·디자이너 예술단체 ‘어셈블’
영국 현대미술상 터너 프라이즈 올 수상자로
쇠락한 마을을 예술문화단지로 재탄생
“예술은 모두를 위한것…모두가 예술가”
영국 현대미술상 터너 프라이즈 올 수상자로
쇠락한 마을을 예술문화단지로 재탄생
“예술은 모두를 위한것…모두가 예술가”
세계적 권위를 지닌 영국의 현대미술상 터너 프라이즈의 올해 수상자로 영국 항구도시 리버풀의 슬럼화된 공공주택단지를 문화지대로 되살려낸 청년 예술가들이 선정됐다. 7일(현지시간) 아에프페(AFP)·로이터 통신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은 올해 터너 프라이즈 수상자로 20대 건축가와 디자이너 18명의 공동체 예술단체인 ‘어셈블’(Assemble)이 뽑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터너 프라이즈의 31년 역사에서 예술가 집단이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민들과 손잡고 지역 공동체를 재생시키는 사회적 미술의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도 세계 미술계의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목받은 이들의 작품은 리버풀의 오래된 공공 주택단지 ‘그랜비 포 스트리츠’(Granby Four Streets)를 문화적으로 리모델링하는 참여예술 프로젝트다. 그랜비 포 스트리츠는 1900년대 노동자들의 생활 터전으로 들어선 유서깊은 집합주택단지다. 그러나, 1981년 폭동 이래 지방 정부가 재건축을 내세워 집들을 사들이면서 주민들이 차츰 떠나 슬럼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어셈블의 예술가들은 주민들과 손잡고 낡은 집을 고치거나, 빈집에 실내 정원을 꾸미고, 동네 시장도 개설하는 등의 지역 환경 개선 작업을 통해 쇠락해가던 마을에 재생의 계기를 만들어냈다. 주민들을 작업장에 고용하고, 톱밥을 빚어 만든 손잡이 등 건축 폐기물들로 만든 수제품들을 팔아 다시 작업비용으로 쓰기도 했다. 버려진 주유소를 극장으로 뒤바꾼 ‘시네롤륨’, 제당소 건물을 예술가들의 공공적 작업공간으로 바꾼 ‘야드하우스’, 칙칙한 고속도로 다리 밑을 문화 공간으로 변신시킨 ‘폴리 포 어 플라이오버’(Folly for a Flyover) 등의 다른 프로젝트 작품들도 호평을 받았다. 터너 프라이즈 심사위원들은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에 유한층 주민이 유입되면서 원주민을 몰아내는 현상)에 맞선 도시 재건과 개발 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라며 “예술과 디자인, 건축의 공동 작업이라는 오랜 전통에 의지해 공동체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대안을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어셈블의 멤버인 조지프 할리건(27)은 “자신을 예술가로 선언한 사람만이 예술을 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 예술은 모두를 위한 것이며, 누구나 예술적인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멤버들은 상금을 어떻게 쓸지 회의를 해야 한다면서도, 시상식 장소인 글래스고에 춤추러 가는 것이 첫 번째 계획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터너 프라이즈는 영국 런던의 현대 미술관 테이트 브리튼이 1984년 제정한 상으로, 50세 미만의 영국 작가에게 해마다 주어진다. 세계 현대미술계에 파란을 일으킨 영국의 젊은 작가들을 일컫는 와이비에이(yBa:young British artists)의 주역이었던 ‘악동’ 데이미언 허스트, 명상적인 설치작품을 만들어온 인도계 조각가 애니시 커푸어 등이 수상했다.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작품들을 수상작으로 지목하는 경우가 많아 발표 때마다 논란과 화제를 낳곤 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연합뉴스
올해 터너 프라이즈 수상자인 ‘어셈블’(Assemble)의‘폴리 포 어 플라이오버’(Folly for a Flyover). 연합뉴스
올해 터너 프라이즈 수상자인 ‘어셈블’(Assemble)의‘그랜비 포 스트리츠’(Granby Four Streets).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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