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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온국민 사진기 들고 다니는 시대, ‘잣대’ 될 책 내 기뻐”

등록 2015-12-09 21:05수정 2015-12-09 22:07

김중만 사진가. 사진 노형석 기자
김중만 사진가. 사진 노형석 기자
김중만 작가, 40년 사진인생 첫 문고판 사진집 출간
“이 작은 책은 마음속 슈퍼마켓입니다. 40여년을 사진과 함께 걸어온 제 인생길 구석구석을 장 보듯 골라낼 수 있지요.”

서울 청담동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김중만(61) 사진가는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운을 뗐다. ‘미술출판의 명가’ 열화당에서 40번째 사진문고본으로 최근 나온 사진집 <김중만>을 두고 그는 “어떤 사진집을 만든 것보다 기쁘다”고 했다.

100여장의 작품이 실린 사진집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상업·순수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기한 행로를 걸어온 그의 작업들이 망라돼 있다. 75년 프랑스 니스의 차 안에서 옷 갈아입는 여성을 찍은 ‘섹슈얼리 이노선트’ 연작을 시작으로 80년대 중반 강제추방된 미국 서부 엘에이(LA)의 우울한 잿빛 일상, 90년대 말 아프리카 대초원의 야수와 함께한 생태 작업, 2013년 멕시코 건축거장 레고레타의 제주 중문단지 건축물의 근작까지 평생 감성·관능에 기대어 빚어온 김중만 사진의 진경들이 펼쳐진다.

“대중과 교감하는 문고본 사진집을 낸 것은 처음입니다. 온 국민이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나라에서 그들에게 잣대가 될 문고판을 내서 행복합니다. 원래 설명 붙이기를 정말 싫어하는데, 사진마다 제 기억을 담은 글을 붙이느라 출간에만 2년이 걸렸습니다.”

그는 영화 스틸컷이나 배우·가수·모델들을 찍은 상업사진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2006년 고비사막 기행 뒤로 순수사진을 선언했지만, 기존 사진계에서는 여전히 폄하하는 시선이 없지 않다. 그러나 ‘김중만 사진세계’는 파란만장한 삶의 행로와 어긋나지 않는 궤적을 그려왔다는 점에서 작가 나름의 진정성 또한 부인하기는 어렵다.

정부 파견 의사였던 부친을 따라 아프리카, 프랑스에서 성장기를 보낸 그는 80년대 중반 강운구 사진가 주선으로 귀국전을 차렸다. 하지만 사전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보기관에 의해 미국으로 쫓겨난 뒤 2년 넘도록 추방자 신세로 지냈다. 95년에는 마약 복용을 의심받아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했고, 사이사이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을 유랑하는 삶을 지속했다. 2000년대 ‘꽃’ 연작에 보이는 섬뜩한 색감의 관능성과 구성의 긴장감, 요절한 배우 장진영의 머리카락 흩날리는 처연한 모습 등으로 기억되는 김중만 사진들의 전형적 이미지는 70~80년대 프랑스 니스의 질풍노도 같은 누드 작업과 미국 서부의 음울한 일상 체험을 근저에 깔고 있다. 이런 체험에서 나온 축적된 감각들이 최근 우리 자연문화유산들의 진경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작가는 말했다. 99년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라”는 부친의 말씀에 결행한 아프리카 연작 작업이 생명과 풍경을 사진 속에 새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2008년 한국관광공사의 엽서사진 작업을 하면서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을 뒤늦게 깨달았죠. 자연과 인문이 조화된 안동 병산서원과 눈 내린 한라산 기슭의 속 깊은 설경 등을 찍으며 내 땅을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어요. 최근에 독도 작업들로 사진집을 내기도 했는데, 남북관계가 풀리는 대로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눈길을 따라 금강산 진경을 담은 작업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지난 10~11월 프랑스 전시가 호평을 받으면서 작품 계약도 체결하고 신작들로 국제무대에 나설 길이 열려 더욱 설렌다는 그는 이 땅의 풍경과 일상 사진들을 통해 세계적 대가로 인정받고 싶다는 속내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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