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관장으로 임명된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가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의 계획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마리 리바스, 국립현대미술관장 취임
과거 전시검열 논란 해명 나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 사실 아냐…
훌륭한 전시로 기억되고 싶다”
과거 전시검열 논란 해명 나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 사실 아냐…
훌륭한 전시로 기억되고 싶다”
“어떤 검열에도 반대한다. 이런 원칙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49) 신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책임이 따르는 표현의 자유는 지키고 보장하겠다”는 다짐을 거듭했다. 외국인 첫 국립현대미술관 수장이 된 그는 14일 오전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 회의실에서 곧바로 취임 기자회견을 했다.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나타난 마리 관장은 과거 서구 미술관장 시절의 전시 검열 논란에 얽힌 의혹들을 해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썼다. 그는 올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장으로 재직할 당시 스페인 국왕을 풍자한 설치작품 전시를 일방적으로 취소시켰다가 번복하면서 사퇴했고, 이 과정에서 전시기획자 2명도 해고돼 국제적으로 ‘정치 검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국내 미술인 수백여명도 지난달 그가 관장 후보로 유력하다는 설이 흘러나오자 검열 의혹에 대한 공식 해명을 요구하고 ‘일체의 검열과 통제에 반대한다’는 윤리선언을 하라고 촉구하는 성명까지 낸 바 있다. 이와 달리 서구 미술계 한켠에서는 그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장 취임을 응원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관장 임명을 놓고 국내·외 미술계에서 반대, 지지 운동이 벌어지는 ‘이상 상황’에 대해 묻자 짤막하게 답변했다. “한국의 많은 작가들이 반대서명을 한 사실이 애석하고 아쉽다. 저를 지지 응원하는 입장도 충분히 있을 거라 본다. 과거 일어났던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한국에서의 활동을 기준으로 판단해주시면 좋겠다.”
당시 전시 검열 파문으로 사임하면서 두명의 큐레이터를 해고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거짓 정보이며 사실이 아니다”고 정색하며 반박했다. 그는 “이런 ‘오보’가 계속 나오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바르셀로나 관장직을 물러난게 3월23일이고 해고된 큐레이터들은 계약이 4월1일이었다. 큐레이터 해임도 이사회 명령에 따른 것이다. 경위를 설명한 공식 문서가 있으니 요청하면 제공하겠다”고 했다. 문체부가 이달초 그의 임명사실을 발표하면서 밝힌 해명처럼 “바르셀로나 전시 취소는 미술관을 지키기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앞으로의 미술관 운영과 관련해서는 “‘엑설런스(탁월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항상 여러 전시조건 가운데 최고의 선택을 하고 관객과 적극 소통하고 최고의 선물을 주는 새로운 미술관 모델을 발명하고 싶다”고 구상을 밝혔다. 한국 근현대 미술의 맥락과 이야기가 외국 미술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그 연결고리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드러냈다.
‘미술계의 히딩크’라는 미술계 일부의 비유에 대해서는 “부담되는 비유다. 미술은 이기고 지고 경쟁하는 게 아니고 잘했다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공공영역에 존재할 수 있는 새로운 미술관을 만들겠다. 한국을 떠날 때 관장으로서 기억되진 못하더라도 미술관 전시프로그램이 정말 훌륭했다는 기억이 사람들 사이에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
“1년 안으로 한국말을 대화할 정도로 익히겠다”고 공언한 그는 당분간 국내 미술계 인사들을 만나면서 미술관 개혁에 대한 여론을 들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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